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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성기사의 검집 - 3화

ㅇㅇ(103.204) 2024.05.25 18:17:18
조회 398 추천 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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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빛이 사라지고 대지의 모든 것이 불타버려 검은색과 붉은색만이 존재하는 세계.

그 세계에 돌연 나타난 '그것'만이 유일하게 다른 색채를 띄고 있었다.


"..."


무언가가 타닥거리며 타는 소리, 매캐한 연기와 냄새, 사방으로 튀는 불똥들.

백금색의 사자는 그 모든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서 그저 하염없이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사자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크고 새까만 거머리들이 숯덩이를 비집고 기어나온다.


"오오, 오오...! 구세주님이 나타나셨다!"

"구세주님...! 부디 저에게 안식을...!"

"제발... 이제 못 버티겠어..."

"아아... 드디어 해방이야..."

"끝...내...줘..."


사자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인간 형상의 거머리들. 그 수는 순식간에 수십에서 수백으로, 수백에서 수천으로 늘어갔다.

그 중에서 멀쩡한 사지와 비슷한 것이라도 존재하는 거머리는 극히 일부뿐이었다.


"..."


사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거머리 중 하나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그것만으로도 거머리는 산산히 부서져 대지로 녹아내렸다.


"감사합니다, 구세주님..."


거머리였던 인간은 눈물을 흘리며 찰나의 행복을 음미한다.

사자는 눈을 감고 그의 마지막을 조용히 애도한다.


"구세주님! 저도 부탁드립니다!"

"어이, 나부터라고!!"

"닥쳐! 넌 적어도 팔다리는 있잖아!!"

"눈깔 달려있는 주제에 지랄하지마!!"

"구세주님, 들어주세요! 저 녀석들은----"


사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한 명 한 명을 정확히 같은 동작과 시간을 들여 처리한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시기와 질투를 버리지 못하는 거머리들에게 환멸을 느꼈지만, 이제는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


"...쯧."


하지만 애도를 마칠 때마다 느껴지는 두통만큼은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았다.

그 자리의 모든 거머리를 보내준 사자는 머리를 감싸쥔 채 잠시 혀를 찼다. 그리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어-이."

"...하아..."


그 때, 바람빠진 풍선같은 노인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는다.

온갖 산송장을 보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던 사자가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낸다.


"■■■ 군~ 일은 좀 어때? 불렀으면 대답 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망할 영감탱이. 방해하지 말고 꺼지세요. 틀니 부숴버리기 전에."

"부르기만 했는데 갑자기 무호흡 바인드 극딜!? 이거 신성모독이야!!"

"? 아직도 모독당할 신성이라는 게 있었다고요?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네요."


노인의 정체는 베스트리아의 창조주인 원신왕 아르케. 거구의 근육질 몸에 온갖 짐승의 팔다리가 붙은 모습은 그가 비범한 존재임을 한눈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품에는 눈을 감은 키메라 봉제인형이 들려 있었다.


"완전 상습적으로 멸시당하고 있잖아?! 원신왕 초 쇼크!! 그리고 신님은 틀니 같은 거 안 낀다고! 정마알~"

"그래요? 당신네 골렘한테 진공펠1라 한번 끝내주게 잘해주길래 '저 양반 틀림없이 이빨 다 뽑혔겠네... 불쌍해라...' 라고 생각했거든요. 이건 사죄할게요, 죄송합니다."

"아니, 그건 또 어떻게 안 거야!?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신님의 소중한 피조물, 바스한 쨩도 욕했어!?"

"...재미없는 만담이나 하러 오신 거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바빠요."


그 순간, 원신왕의 음색이 사뭇 진지해진다.


"...얼마나 남았어?"

"2천만 정도...네요."

"우왓, 벌써 3천만이나 처리했다고?! 너, 너무 착실한 거 아냐? 모처럼 세상에 나왔는데 좀 더 즐기지 그래-? 우리한테 시간은 무한하잖아-"

"애초에 당신이 그딴 마음가짐으로 자식들 간수 하나 똑바로 못하니까 이 사달이 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어딜 가도 똑같은 광경뿐인데 즐기고 자시고가 어딨나요... 제발 생각 좀..."

"뭐, 그건 그렇지... 원신왕 초 우울."

"그리고 그 뭐같은 컨셉은 대체 언제까지--"

"그래서---- 반성하는 의미로 너한테 거래를 하나 제안하고 싶은데."

"...뭔데요."

"너---- 세계를 위해서,
죽어줘."







라인하르트는 적잖이 당황했다. 원신왕이 시키는 대로 검집을 찾아 주문을 외웠더니, 그 검집이 사자가 되어서 갓 태어난 아기염소마냥 바들바들 떠는 것이 아닌가.


"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겐가!? 자네는 또 누구고!?"

"죄송해요죄송해요!!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려고 했는데 못참고 슬금슬금 보느라 멀리 못 가서 죄송해요! 끝까지 처리하실 때까지 못 버티고 멋대로 각성해버려서 죄송해요! 첫만남을 최악으로 망쳐버려서 죄송해요! 쓸모없는 성검 부산물이라서 죄송해요죄송해요!!!"


사자는 갑자기 미친듯이 사죄하며 이마를 지면에 마구 처박기 시작한다. 머지않아 백금색 털에 피가 흥건해진다.


"지, 진정하게!! 피가 나잖나!!"


라인하르트는 굵직한 팔로 사자를 강제로 멈추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황록색 눈동자를 바라본다.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자세히 보니, 눈동자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소용돌이를 그리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제 내가 있으니 괜찮다네. 자, 내 눈을 보면서 천천히 심호흡하게나."

"에에..."


하지만 사자의 예리한 눈길은 라인하르트의 하늘색 눈동자가 아니라...

...백탁투성이에 아직도 발1기가 덜 풀린 고1간으로 향했다.

그제서야 라인하르트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사자의 말뜻을 깨닫고, 얼굴이 새빨개진 채 황급히 고1간을 손으로 가린다.

...물론 온몸에 묻은 백탁과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대물 덕분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만.


"으아아아!! 죄송해요죄송해요!! 모처럼 배려해주셨는데 또 쓰레기짓해서 죄송해요!! 성검의 발톱때보다도 못한 존재라서 죄송해요오!!!!!"



라인하르트의 손에서 벗어난 사자는 다시 이마를 지면에 처박는다.

이쯤되면 금사자가 아니라 적사자나 홍사자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그, 그만하게!!! 이... 이건 자네 잘못이 아니니까!!"

"흐애애앵~~ 저는 세상에서 제일 무쓸모한 폐급 고물 잉여신기에요오~~~ 이딴 게 성검 대신 튀어나와서 제성해여어~..."


백수의 왕이라는 위엄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이제는 대놓고 눈물콧물을 쏟아내며 괴성을 지르는 사자.


"제, 제발 좀!!! 그, 그래! 울음을 그치면----"


라인하르트는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평소와 달리 직감이 매우 예리해지는 버릇이 있었으며, 이것은 그가 수많은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꼬1추 만지게 해 주겠네!!!!"

"...히끅."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사자가 [남자의 야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 그래... 착하지... 이제 다시 심호흡해 보게나..."

"아...아아아아아앗!! 무능한 주제에 더럽고 천박하고 밝히기만 해서 죄송해요죄송해요!!!!"







한바탕 난리를 부리고 난 뒤, 겨우 진정한 두 사람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그, 그래... 잘했다네... 자네는 참으로 착하고 똑똑한 사자야... 그럼 약속대로 꼬1추를..."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라인하르트는 크루세이더로서 자신이 내건 약속은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


"아, 그게... 괜찮다면 다... 다음 기회로 미뤄도 될까요."

"...? 뭐, 상관없네만."

"우선은 몸부터 씻겨드릴게요. ...전 오직 목욕 하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잉여신기니까..."


라인하르트는 방금 전 검집에게 [정1액 좀 치워줘]라는 소원을 빌려고 했던 자신이 생각나 괜히 무안해졌다.


"모, 목욕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지금 당장 그게 가능하다면 자네는 분명 멋진 신...기?일 걸세!"

"그... 그런가요... 헤헤..."


자존감은 박살난 주제에 칭찬에는 약하다. 자의식의 악마라고 불릴 정도인 라인하르트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대지만, 어쨌거나 다루기는 쉽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자는 실실 웃으며 손바닥과 손가락에 물줄기를 형성시켜 라인하르트에게 분사했다.


"어때요? 괜찮은가요?"

"딱 좋네! 사자 육구 샤워기라... 이건 또 신기한 경험이군! 마법 같은 건가?"

"아, 이건 호수의 물... 성수에요. 전 성역의 관리자라서 어디서든 성수를 마음대로 퍼올 수 있거든요. 어차피 무한대로 샘솟으니까 낭비해도 괜찮..."

"호... 호수라고...? 그럼, 설마 또..."


아는 화제가 나와서 신나게 떠드는 사자의 말을 듣고, 라인하르트의 얼굴에 핏기가 가신다.


"아아아아아아앗!! 설명이 늦어서 죄송해요!! 지, 지금은 제가 중화해서 평범한 물이랑 똑같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 그게 호수 내부에서는 건드릴 수 없다는 규칙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 아니, 어떻게든 해야 했는데 태평하게 [----묻겠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같은 간지나는 소환 대사만 생각하느라 처놀아서 죄송해요죄송해요!!!"

"사과는 그쯤하게!! 그... 그렇군. 확실히 몸 상태도 멀쩡하고... 그래서, 그 성수는 대체 뭐지? 어째서 발1정 효과가 있는 겐가?"

"그게... 성수는 이 세계, 베스트리아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이에요. 생명을 관장하는 신령들은 성수로 아이를 만들죠..."

"신령? 아이??"

"문제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이니까, 바르거나 섭취하면... 그... '생명활동'을 촉진시키겠죠...?"

"아... 그래서였나..."


장시간 맨몸으로 잠수한데다 직접 들이마시기도 했으니 효과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설명을 듣는 사이에 눌어붙은 정1액이 깨끗하게 씻겨나간다. 샤워가 끝나자 라인하르트는 바닥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지고...


'내심 아쉽군... 그렇게 기분좋고 많이 나온 적은 처음이라 내 정1력이 그만큼 강해진 줄로만... 게다가, 저렇게 진한 정1액을 아무 데도 못 쓰고 그냥 버리기도 왠지 아깝... 아니아니!! 자꾸 무슨 생각을 하는 겐가 나는!!!! 피, 필시 아직 성수의 효과가 남아있어서 그런 것이겠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러는 동안 사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다시 한 번 '성기사'로 각성할 뻔한 노장의 몸을 말리고, 헝클어진 머리와 수염을 정리한다.


"오오...! 이런 것도 가능한 겐가 자네!! 정말 대단해!"

"아, 아니에요... 이건 그냥 아주 기초적인 풍마법일 뿐이고..."

"거기다 겸손하기까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청년일세!!"


사자는 대답 대신 새빨개진 얼굴로 눈을 꼭 감은 채, 새하얀 후드를 내민다.

라인하르트가 바람을 음미하는 동안 벗어서 곱게 개어둔 듯하다.


'그냥 샌님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안쪽은 대담하구만, 이 사자... 만져보면 어떨까... 푹신푹신하면서 딱딱해서 기분좋을 것 같... 핫, 정신차려라 라인하르트!! 남의 호의를 이딴 식으로 받아들이다니...! 서, 성수의 효과는 대체 언제 사라지는 거냐!!!'


소위 말하는 [입으면 말라보이는 타입]이겠지. 후드 안쪽에는 기능성 운동복 같은 검은색 반팔 티셔츠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어서, 사자의 육감적인 몸매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라인하르트는 필사적으로 눈길을 억누르고 후드를 펴 보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거구가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았다.


'마음은 고맙지만, 도저히 못 입겠는데... 안그래도 슬슬 옷이나 갑주를 부탁할 참이었다만, 역시 그런 것까진 안되려나...?'


-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말해보자.

- 무식한 나라도 최소한의 눈치는 있다.


라인하르트는 머릿속에 떠오른 두 개의 선택지 중 무엇을 고를지 맹렬히 고민하지만, 역시 궁금한 것을 참거나 본심을 숨기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 혹시 다른 제대로 된 옷이라던가... 기왕이면, 기사답고 멋진 갑주는 못 만드는 겐가? 아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고! 이건 자네의 소중한 옷이니, 내가 괜히 망치거나 하면 곤란하니까..."


"죄... 죄송해요... 물건을 만들 수는 있는데, 검밖에 못 만듭니다... 검집 컨셉에 잡아먹혀서 죄송해요..."

"저, 정말로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말게..."


라인하르트가 조금 실망한 기색을 보이자, 사자는 새하얗게 질리더니 옆으로 둘러맨 가방을 미친듯이 뒤적거린다.

그리고 불길한 녹색으로 물든 도끼...처럼 생긴 칼날을 꺼내들었다.


"대, 대신에 이건 어때요?! 저 멀리 킨슈에서 흘러들어온,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권능을 가진 검입니다!!!"

"그건 검이 아니라 도끼잖나! 나는 망치만 쓰니까 필요없네!! 그리고 보기만 해도 위험하다는 게 느껴지니 얼른 집어넣게나!!"

"히이이익!! 죄송해요죄송해요!!! 도사님이 뭘 쓰시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헤벌레 처웃으면서 '무슨 검이 어울릴까~' 하고 행복회로나 돌려서 죄송해요!!!!"

"그, 그런 요물보다 자네의 이 후드!! 엄청나게 멋있어서 꼭 입어보고 싶군!! 정말 고맙다네!!! 자네가 최고야!!!!"


...능숙하게 상황을 모면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라인하르트는 심호흡을 하고 후드에 몸을 억지로 끼워맞추지만, 근육을 강조하다 못해 지나치게 꽉 껴서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았다. 그의 넓은 몸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해서 의복의 의미가 없을 지경이었다.

사자는 금세 침울한 표정을 짓고... 머리를 지면에 영접시킬 준비를 한다.


"아니아니, 잘 보게나!! 이렇게나 편하고 잘 맞---"


라인하르트는 보란듯이 팔을 움직여 어떻게든 사자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뿌직--'

어딘가에서 불온한 소리가 울리자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으... 으으..."


"지, 진정하게!! 이렇게 하면 되니까!!"


라인하르트는 황급히 후드를 벗어 앞치마처럼 허리에 둘러매었다.


"어차피 덥기도 하고! 가릴 것만 가리면 그만이지!! 안 그런가!!!"


확실히 도사로 각성한 이후 체온이 오르기라도 했는지, 알1몸으로도 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 더위는 더 잘 느끼게 되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보일랑말랑해서 개야해...(그, 그렇네요!)"

"그, 그래... 고맙네..."


...아무래도 사자는 흥분하면 생각과 말이 뒤바뀌는 타입인 듯하다.







"그래도 자네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끝났군! 이제 정말로 하쿠마에게 돌아가야 한다네!"

"호구마요?"

"하쿠마!! 내 소중한 동료인데, 불치병에 걸려서 위독한 상태라네!"

"히이익!! 죄송해요!! 어, 어쨌든 큰일이네요. 혹시 성역 입구에서 자고 있는 늑대족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도사가 아닌데 어떻게 들어왔나 했더니..."

"그렇다네, 자네 눈 한번 좋구만! 어쨌든 호수를 빙 둘러서 가면 상당히 지체될 테니... 서두르지!!"


직접 본 것은 아니고 그저 관리자 권한을 남용한 것뿐이지만, 일단은 넘어가도록 하자.

환자가 있다는 말에 아까까지와는 달리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사자가 갑자기 박수를 한 번 쳤다.

그러자 천지가 뒤집히더니 아까와 같은 나무 밑에서 잠든 하쿠마가 나타났다.


"아니?! 어떻게 한 겐가, 자네?!"

"좌표를 조금 바꿨을 뿐이에요. ...성역 안에서만 가능한 거니까, 너무 기대하지는 말아주세요..."

"정말 대단해! 곧바로 미안하지만, 혹시 그의 상태를 봐줄 수 있겠나? 그는 '성역에 오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다네!"

"물론입니다. 저는 이래뵈도 치유와 보호가 특기거든요! ...저 자신은 허접자코지만요..."

"!!! 다행이군... 부디 잘 부탁하겠네!!"


라인하르트가 두 손을 모으고 조마조마해하는 사이, 사자는 하쿠마에게 다가가 손을 얹고 진찰과 치료를 동시에 수행한다.

주변 일대가 따뜻한 연녹색 섬광으로 물들어간다.


"으...음... 어라...?"

"왜... 왜 그러나...? 혹시 내가 너무 늦어서 상태가 더 악화된 겐가...?"

"아뇨, 일단 상처는 전부 치료했는데요... 별로 깊지도 않고, 그게 끝이에요. 이 분은 놀라울 정도로 지극히 건강하시고 아무 이상도 없어요..."

"뭐...? 다시 한 번 잘 봐주게나! 그는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질 못했다네...!! 아니면, 무슨 마법이나 저주 같은 것에 걸렸을지도 모르네! 그는 악마들에게 공격당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그쪽도 확인했습니다만, 어떠한 마술적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어요. 애초에 정말로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병이 심했다면, 근육이 이렇게 엄청날 리가 없지 않을까요...?"

"그, 그건... 난 늑대라서 당연히 그런 줄로만..."

"영체인 악마들에게 공격당했다면, 신체와 정신 양면으로 가벼운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겠네요. 어지간하면 그냥 컨디션 난조겠지만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기 정화 및 영양 보충 마법을 걸어두겠습니다."

"고맙네... 어쨌거나 한 시름 놨군..."

"그보다, 제가 보기엔 도사님이야말로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괜찮으세요?"

"응? 아, 이거 말인가? 딱히 아프진 않네만."


라인하르트는 도사로 각성하고 나서 전성기 시절 이상의 육체 스펙을 획득했다. 이는 단순히 체력이나 근력... 그리고 정1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를 괴롭히던 노화와 누적된 전투로 인한 온갖 잔병치레가 눈 녹듯이 사라져, 몸 전체가 최상의 컨디션을 항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죽은 자도 살린다는 희대의 명의, [메르시] 앙겔라 치글러조차 이 광경을 본다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몸에 남은 수많은 상흔과 애꾸눈만은 그대로였다. 이 또한 원신왕의 권능 부족 문제일까.


"저라면 이 흉터들도 치료해드릴 수 있어요. 부탁만 하신다면..."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괜찮다네. 이것들은 내 젊은 날의 과오를 상징하니까! 나는 이것들을 계속 돌아보며 과거를 잊지 않을 걸세. 뭣보다 지금도 갑자기 너무 잘 보여서 적응이 안 될 정돈데, 눈이 하나 더 생겨버리면 어지러워서 버티질 못할걸!!"

"(확실히, 흉터가 있는 게 더 수컷답고 새끈할지도...) 정말 존경스러운 자세입니다...! 그래도 마음이 바뀌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하하하핫! 내가 좀 멋지긴 하지, 뭘 좀 아는구만! 자네야말로 이 흉터들에 얽힌 무용담을 듣고 싶다면 언제든 말하게!!"


사자는 성기사의 굳은 결의를 약간 음험하게 받아들였지만, 정작 성기사 본인은 지나치게 순수했다.

그리고 그 순수함으로 인해 모처럼 화기애애해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만다.


"음... 굳이 낫게 하고 싶다면, 흉터보단 아예 내 몸을 젊게 만들어 줄 수는 없나? 그러면 분명 더 많은 이들을 구할 수----"

"죄, 죄송해요오... 할 줄 아는거 나왔다고 개나댄 주제에 정작 제일 중요한 건 못해서 죄송해요... 역시 저는 성검이 파낸 코딱지나 귀지보다도 못한..."

"아, 아니!! 방금 건 그냥 농담이었네!! 제발 부디 꼭 좀 잊어주게나!!! 자네는 정말로 잘 하고 있으니까!! 자, 뚝!!"







하쿠마가 회복하는 동안, 두 사람은 드디어 정상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할 여유가 생겼다.


"그러고 보니... 난리통에 서로 통성명도 못하고 있었군. 자네, 이름은 뭐라고 하는가? 나는 라인하르트 빌헬름! 지구에서 이 세계를 구원하러 온, 명예롭고 긍지높은 크루세이더일세! 앞으로 잘 부탁하겠네!!"


라인하르트는 자신이 알1몸 앞치마 상태라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허리에 두 손을 얹으며 위풍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진짜 개멋있고 개야하다...) 제 이름은 아발론이라고 합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어쨌든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아발론?! 내가 떠올린 그 이름과 똑같군! 설마 이런 우연이 있을 줄이야... 베스트리아에도 아서왕 전설이 있는 건가?!"

"아뇨, 그렇지는 않고... 신기는 원래 이름이 없는데, 각성할 때 도사님의 기억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름이 형성됩니다. 쉽게 말하면 도사님께서 이름을 지어주시는 거죠! 5000년 만에 받은 이름이니 평생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

"왜 그러시나요? 호, 혹시... 제 말에 무슨 문제라도...? 여, 역시 5000년은 너무 무겁나요...?"

"이제와서 말하긴 좀 뭐하네만... 사실 나는 자네가 하는 말의 거의 대부분을 잘 모르겠다네."

"에...? 서, 설마 제가 개떡같이 설명해서..."

"아, 아니!! 일단 진정하고 좀 들어보게나!!"


라인하르트는 아발론과 만나기 전까지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자신이 이 세계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다는 것을 실토했다.


"...그래서, 원신왕이 자네를 찾으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고 했다네."

"...그 망할 영감탱이가... 전부 다 짬때리기나 하고... 이런 족발 혹같은..."


아발론은 라인하르트도 듣지 못할 정도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쌓인 것이 상당히 많은 모양이다.


"휴우... 좋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인 모험에 앞서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드리죠! 이 베스트리아에 대해서!"


아발론이 손짓하자 화이트보드... 모양의 대검과 마카...모양의 단검이 튀어나왔다.


"제일 먼저... 원신왕이 말하길 지구에서 오신 분들은 이 사실에 가장 충격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응...? 그게 뭐길래...?"

"이 세계, 베스트리아에는---- ■■가 없어요."

"하?"


...참고로 베스트리아에서는 수탉이 알을 낳고, 수벌이 꿀을 따고, 숫소가 우유를 짜내므로 식생활은 지구와 거의 동일하다. 그냥 받아들이자.

그 뒤로 한동안 대설명회가 이어졌다.

아발론은 라인하르트가 이해하기 쉽도록 최대한 풀어서 설명했다.

베스트리아의 크기, 인구, 종족, 환경부터 시작해서...

베스트리아의 주요 국가들-- 테살로니아, 라피마니아, 스티리아, 쿠산, 남방의 상업도시들, 킨슈 제도.

베스트리아의 역사-- 대리전쟁, 바루나와 천수십이성.

베스트리아가 처한 위기-- 종말전쟁, 최후의 심판.

베스트리아의 주적-- 천사와 악마 및 그들을 이끄는 천사장과 마왕, 그리고 악마의 하수인인 하시살람.

베스트리아의 구원자-- 도사, 그리고 그 도사의 의무이자 능력인 신반각성.

베스트리아의 수호자-- 도사로 인해 각성한 혼우와 신기.

화이트보드 대검은 어느새 마카 단검의 잉크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허억... 허억... 지금까지는 대충 이런 느낌인데요... 어때요, 이해하셨나요?"

"고맙네!! 머리에 아주 쏙쏙 박혔다네! 남자끼리 아이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좀 충격적이긴 했지만... 자네, 나중에 선생님 해 볼 생각은 없나?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니 화가도 괜찮겠군!!"

"헤헤... 감사합니다. 이제 남은 건... 저와 이 성역이네요."


아발론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한다.


"이 성역은... 쉽게 말하면 신이 남긴 공장이에요.
원신왕은 세계를 창조하고 나서 귀찮았던 나머지 세계를 관리, 유지시키는 시설을 따로 만들어 세계의 뒷면에 숨겼으며, 그것이 이 성역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를 구성하며 운영하는 존재... 정령과 신령이 태어나고 죽는 곳으로 설정했죠."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정령과 신령이 사라졌다고 했지. 즉..."


아이가 거의 태어나지 않는다. 라인하르트는 지구의 참상과, 마지막으로 대화했던 아이를 떠올리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

"흐름을 끊어서 미안하네... 어쨌거나 성역은 굉장히 별 거 아닌 이유로 생긴 곳이었군..."

"그렇죠? 하지만 원신왕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시설이라, 자신의 자식들인 자라엘과 투스트라에게도 절대 여기만은 양보하지 않았어요. 설령 그들이 베스트리아를 손에 넣더라도, 세계를 근본부터 바꾸지는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나요. 그래서..."

"...원신왕과 그 대리인인 나만이 들어올 수 있는 게로군."


정확히 말하자면 '관리자인 검집을 제외한, 원신왕에 의해 창조된 모든 존재들'은 성역이 거부하게끔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세계인이자 원신왕의 일부 권한을 이어받은 도사나 일종의 자연현상인 정령, 신령만이 출입할 수 있다.

참고로 인도의 정령은 원신왕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존재이기 때문에 전자로 간주된다.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역은 원신왕의 힘의 파편인 신기가 최후를 맞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발론은 다시 한 번 불길한 녹색 도끼...처럼 생긴 검을 꺼냈다.


"아까 신기란 원신왕이 아무 생각도 대책도 없이 싸... 아니 흘린 신력이 무기가 된 것이라고 했죠?"

"그랬지. 각성하지 않은 신기는 신묘한 능력은 있어도, 인격이 형성되지 않아 계속 잠든 것과 같은 상태라고도 했고."

"맞아요. 비록 잠들었다 해도 신기들 역시 하나의 생명체고... 그들에게도 죽음은 존재합니다. 수많은 전설을 남기다 끝내 조금 강할 뿐인 무기가 된-- 폐신기들은, 이 검이 그랬듯이 호수 밑바닥에 안치되죠. 그 뒤로는 제 관리 하에 놓이고요."

"심오한 이야기로군..."

"그런데... 언젠가부터 호수에 신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게 되었어요. 그 중에는 각 국가를 지탱하는, 강력하고 중요한 신기들도 포함되어 있고요. 슬슬 수명이 다하고도 남았을 텐데..."

"누군가 폐신기를 억지로 붙잡아두고 있다는 말인가? 혹시 악마나 천사가 악용하고 있다던가?"

"아마 그렇겠죠. 심지어 몇몇 신기들은 이 세계에서 완전히 소실되었어요. 예를 들면... 저와 짝을 이루는 성검이라던가."

'응? 하쿠마는 '성검은 악마들에게 빼앗겼다'고 했는데...?'

"그래서 이제 제 얘기인데요... 성역을 짓고도 또다시 귀찮아진 원신왕은 직접 힘의 일부를 떼어내서 성검과 검집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검집은 성역의 관리 겸 폐신기의 장례 담당. 그래서 저는 다른 신기들과 달리 처음부터 멀쩡한 자의식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그리고 최초의 신기... 성검은 모든 신기들과 이어져 있어서, 세계에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각성해 잠든 신기들을 깨우고 멸망을 막아내는... 부럽기 짝이 없는 역할이죠..."

"하지만 지금 그 성검은 사라진데다, 원신왕은 성검이 아닌 자네를..."

"네. 대부분의 멸망 안건은 성검 선에서 해결이 되지만, 만약 그 성검이 소실되면... 최후의 신기인 제가 성역에서 해방됩니다. 앞면이 멸망하면 뒷면도 존재할 수 없게 되니까요."

"...! 그 말은, 즉...!!"

"이 세계는 지금... 유례없는 수준의 대위기를 맞이했어요. 적어도 그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럴, 수가..."


라인하르트는 베스트리아가 지구처럼 칠흑으로 물드는 광경을 떠올리고 할 말을 잃는다. 그는 이를 악물고 자기 자신에게 맹세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라인하르트의 진중한 모습을 보고 아발론도 느낀 바가 있었는지 한 마디를 보탠다.


"...저는 성검의 역할을 이어받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성역의 관리자로서 고통받고 있을 신기들에게 안식을 선사하고... 세계를 구할 의무가 있어요!"

"자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알다니, 기특하군!! 나도 있는 힘을 다해 돕겠네!!"

"..."

"아발론? 내가 또 무슨 실수를 했는가?"

"아, 아뇨... 이걸로 설명회도 마지막 단원만이 남았네요."

"벌써! 아쉽군!! 마지막 수업은 뭔가? 기대하고 있다네, 선생!!"

"예... 그게... 그러니까... 우으... 으윽... 흐에엥~"

"...? 괘, 괜찮나...??"


방금 전까지 진지하게 설명하던 아발론이 갑자기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한다.


"아, 아니... 이건 꼭 해야만 하는 일... 그래... 이건 그냥 의무야... 정신차리자, 아발론!!"

"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그런 자세일세! 힘내게나!!"


아발론이 양손으로 뺨을 몇 번이나 치면서 결의를 다지고,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새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마지막은 도사의 가장 중요한 의무인 신반결계... 입니다..."

"결...계?"

"신반결계는 영체를 물리는 비술로... 도사가 결계를 작성한 곳에는 천사와 악마가 절대로 접근할 수 없죠..."

"!! 그런 게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당장 그 작성법을 알려주게!!"

"그... 그건..."

"왜 그러나! 세계가 대위기를 맞이했는데, 대책을 알고서도 망설이면 안 되네!!"

"그... 그렇겠...죠...? 어, 어쩔 수 없이... 꼭... 반드시... 무조건... 절대로... 해, 해야만... 하겠죠...??"

"그래! 지금도 어딘가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천사와 악마에게 희생당하고 있을 걸세!! 그러니까 지금 당장 부탁하네...! 결계를 작성하는 것이 아무리 힘들고 괴롭더라도, 난 각오했다네!!!"


성기사의 굳건한 의지를 보자 결국 아발론도 한 수 접는다.

물론 사자의 눈에 비치는 '굳건한 의지'는 조금 다른 것이다.


"후우... 하아... 그러면 시...실...습...입니다... 가, 가장 먼저... 이 성역에 결계를 치도록 할...까...요..."

"성역...? 성역은 어차피 나만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닌가?"

"원래는... 그런데요... 성역의 관리자이자 열쇠인 제가 밖으로 나가면... 성역은 그대로 노출돼요. 그러면 악마나 천사가 가장 먼저 노리는 곳이 되겠죠..."

"그럴 수가!? 만약 그들이 이 생명의 요람을 건드린다면...!!"

"과장 좀 보태서... 세계의 미래가 조금 불안불안해지겠...죠...?"

"아이가 완전히 태어나지 않게 될지도 모르네!! 그것만은 막아야 해!!"

"그... 그러면 결계 작성에 동의하시는... 걸로...?"

"당연하지!! 아까부터 뭘 자꾸 우물쭈물대는 겐가!!!"

"휴... 알겠습니다... 그러면 우선 제 설명을 끝까지 듣고 나서 판단해 주세요.... 아시겠죠? 꼭 끝까지 들어주셔야 해요?"

"알겠다니까!!! 이제 그만 좀 뜸들이고 빨리 시작하세나!!!"

"으음... 원신왕이 두 가지 주문을 알려줬죠? 그 중에서----"

"(알프 헬라밀렌은 신반각성 주문이었으니, 남은 건... 그래, 이거였지!) 알프 에스테 (신반결계) --!!"

"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잠깐만요오오오오오오오오!!!!!!!!!!!"


사자는 다시 한 번, 외마디 단말마를 내질렀다.







성검의 제단 인근에 위치하며 순혈 늑대족들이 거주하는 작은 집락, 늑대족 자치구.

나무 또는 벽돌로 만든 집들 중에서 유난히 큰 저택이 눈에 띄었다.

저택 안에는 다부진 근육으로 뒤덮인 중년의 흑갈색 늑대 수인-- 늑대족의 현 족장이자 하쿠마의 아버지, 오그마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다.


"..."


오그마의 저택은 일족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회의장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오늘도 많은 늑대족 일원들이 모여서 일족의 앞날을 논의하고 있었다.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쿠마 쨩, 늦네에~ 이러다 저, 할아버지가 되어버려요~?"

"...!"


오그마의 등 뒤 그림자에서 검은 손길이 뻗어나와 그의 두툼한 근육질 가슴을 외설스럽게 주무른다.

한순간에 족장의 명예가 실추되었지만 그 자리의 모두가 그저 숨을 죽일 뿐이었다.

검은 손길은 마치 기타를 치듯이, 오그마의 옆구리를 끌어안고 갈빗대와 유1두를 가볍게 튕긴다.


"흐이이잇!? 흐아아아앗??!"


거칠고 굴강한 수컷 늑대가 참지 못하고 흘린 교성에 맞춰 기타 연주는 더욱 섬세해진다.

그 자리에 모인 늑대족 일원들은 흠모하던 족장의 음란한 모습에 배덕감을 느끼며... 하나둘씩 발1정하기 시작했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연주자는 다른 늑대들의 그림자로 이동해 새로운 현악기들을 하나씩 탐닉한다.


"응아앗... 오고곡..!!"

"하아... 하아..."

"부힛, 부히힛..."

"츄르릅... 호바밧..."


오그마보다 나약한 기타들은 연주자에 의해 '튜닝'을 끝내고 자기들끼리 음탕한 하모니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이제 지휘자가 된 연주자는 합주 현장을 만족스럽게 바라본 뒤, 다시 오그마에게 날아온다.


"응고옷?!"


지휘자의 예리한 손가락이 순식간에 오그마의 뒷보1지로 파고든다.


"하아~ 오그마 군은 얼굴도 좋고 몸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다 좋은데... 너무 헐겁달까... 닭장 냄새 난달까... 좀 가지고 노는 맛이 없달까... 젊었을 때 적당히 좀 하지 그랬어, 으응? 역시 내 운명의 상대는 하쿠마 쨩--"

"하, 하으읏... 죄, 죄송합니다!! 더 만족하실 수 있도록 정진할 테니, 부디 하쿠마만은...!!"

"그건 네가 아니라 하쿠마 쨩이 하기 나름이지~ 내가 친히 어레인지한 '하얀 늑대의 의식'. 슬슬 마치고 와야 하지 않나~?"

"하쿠마는 영특한 아이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분명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흐~응... 투스트라 님께서 이번 일을 제대로 끝마친다면 날 여섯 기둥... 아니, 일곱 기둥으로 승격시켜 준다고 하셨거든? 난 그게 너무 기대가 되서 기다리질 못하겠고~"

"부, 부디 한 번만 자비를...! 시키는 건 뭐든지 할 테니...!!"

"그럼~ 기다리는 동안 재밌는 볼거리라도 보여주든가. 예를 들면 늑대족의 전통... 성인식이라던가?"

"!!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대령하죠!! 모두들 들었지? 준비해라!!"

"에에~ 나만 빼고 즐기기야? 나도 어른이 되고 싶은 응애인데~ 역시 더럽고 천박한 악마는 고귀한 늑대족의 신성한 의식에 못 끼는 걸까~?"

"다, 당연히 가능하고말고요! 무례를 범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사죄의 의미로 이 응애에게도 맘마 좀 줘봐, 오그마 파파~ 아, 그 멘트도 까먹지 말고~"


"네, 골드 님!! 열등한 하등종족의 미개하고 미천한 교미 현장, 친히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골드라고 불린 남자는 황홀감에 젖은 눈으로 자신만의 작은 낙원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



아발론은 엑칼 tf버전인데 자비드~아스토시스 사이의 어딘가처럼 생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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