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둘은 관계 없고 생각 난 김에 같이 쓰는 것임. 오티스 이야기는 길어서 밑에다 한줄짜리 결론 써 놓음.


우선 료슈는 왜 과묵아재개그별다줄캐라는 듣도보도 못한 캐릭터성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 답은 원전에 있다.


료슈의 원전은 모두 알다시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저술한 단편 <지옥변>이다.


여기서 지옥변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야 하는데, 작중 서술되는 천재 화백 '요시히데'가 그리는 그림인 '지옥변상도'의 준말이 바로 지옥변인 것. 프문이 료슈에게 줄임말이라는 특성을 부여한 것은 원전의 제목부터가 줄임말로 이루어졌기 때문인 듯 하다.


두 번째, 오티스의 귀로. 이게 본론이다.


오티스 또한 원전을 되짚어 봐야 한다. 다들 눈치챘겠지만 나는 프문 세계관 내의 수감자들이 인생을 얼마나 다채롭게 말아먹었길래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가가 아닌 프문은 왜 이 이야기들을 이런 캐릭터들로 만들어 내놨을까를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오티스의 원형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단 사실은 다들 홍은영 선생의 만화를 보며 상식으로 익혀뒀을 것이라 믿는다.


헌데 그 승리는 트로이의 목마가 다가 아니다. 그리스 진영에서 트로이 땅을 첫 번째로 밟는 군인은 죽을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기에 아킬레우스와 프로테실라우스 빼고 모두가 밍기적 댔던 것처럼, 그리스 진영에는 다른 예언이 둘 있었다. 모두 오디세우스와 관련된 것이다.


하나는 '트로이와의 전쟁에서 오디세우스가 참전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예언이고,


둘은 '오디세우스가 참전하면 그는 전쟁이 끝나고도 10년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떠돌 것이다.' 는 예언이다.


그렇다. 오디세우스는 가정도 있고 왕위도 있는 새끼들이 한창 혈기넘칠 때 했던 약속 좀 지키자고 국무 다 내팽개치고 미인 하나 때문에 전쟁 일으키는 게 한심해서 병역면제받으려고 미친 척을 하는 게 아니었다. 이타카는 아름답고 가정은 행복하며 갓 태어난 제 새끼는 건강한데 저 뇌를 색정에 갖다 바친 놈들은 전쟁 끝나면 다시 귀향하고 본인은 10년 동안 외딴 곳에서 떠돌아야 한다면 누가 가겠는가?


허나 프문 세계관은 풍차도 포크도 예수도 없던 고대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AI와 스마트폰이 있는 현대다.


전쟁이 끝난 장교는 사지 멀쩡하면 그대로 워프열차든 뭐든 타고 집으로 갈 수 있단 거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오티스를 보면 집으로 가긴 커녕 그곳에 멈춰있기까지 하는 중이다.


이 내용을 원전에서의 두 예언과 엮어보면, '오티스의 방황은 그리스군(=오티스 진영)의 승리와 관련이 있다'라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아마 오티스는 연기 전쟁의 승전시 진영의 장교였거나 그로 인해 수혜를 받은 날개의 간부(참전 날개 중 하나인 i사는 라오루에서 '약속했던 보상을 수행해야 하는'쪽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아마 이쪽이 승리한 거 아닐까 싶은데, 오디세우스의 고향인 이타카에서 따온 게 아닐까 추정중이다.)였을텐데, 전쟁의 승리를 이끈 간부라면 이데올로기 강화를 위해서도 금의 환향 받는 게 정상이다.

이에 대해선 인격들의 대사 몇 가지를 빌려 설명하겠다.


오티스 기본인격과의 대화 중에선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관리자님은 승리를 위해 어디까지 내어줄 수 있으십니까. 어디까지...자신을 놓아버릴 수 있으십니까?"

이로 미루어 보아 오티스는 승리를 위해 자신을 '놓다시피'하며 내어준 것이라 생각된다. 참고로 검계티스도 거의 똑같은 말을 한다.

또한 마탄오티스는 어떤 생각을 했었다고 말한다.

"저를 가장 망설이게 했던 건, 제 총구가 조준하는 것들에 대한 정의입니다."

즉, 원전의 맥락과 오티스들이 하는 말을 고려해 봤을 때 오티스는 자신이 행한 어떤 작전으로 인해 연기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그건 오티스의 정의(혹은 사회적 윤리)와는 맞지 않는 일이었고, 전쟁이 끝난 후 모든 것을 폭로하려 했으나 상부에 걸려 귀로에 오르지 못하게 된 건 아닐까?

오티스의 검은 줄기 E.G.O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이라 마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마키아밸리즘의 향이 나지만,

공즉시색 E.G.O는
"모든 업은 다시 돌아와, 네 머리 위에 내려질 것이다."
라며 업보와 순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결론:오티스가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건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인 것 같다. 자신의 책임이던 제 상부의 책임이던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