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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페사장과 Ntr-<81>앱에서 작성

카페사장강나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1.04 05:13:58
조회 423 추천 15 댓글 15
														




"했어요?"


주희누나의 스킨쉽을 거부하고 모텔을 빠져나온 바로 다음 날.

아직 잠이 덜 깬 비몽사몽한 눈으로 카페에 출근하자마자, 다짜고짜 승아가 나에게 다가와선 내뱉은 오늘의 첫 마디였다.


"...뭐, 뭘?"

"주희언니랑 잤냐구요."


승아의 말을 들은 난 잠시 고민했다. 어제 승아가 어떻게 잡아 준 기회였는데, 내가 거절하고 돌아와버린 걸 알면 많이 실망할 텐데...

하지만 또 그렇다고 잤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곤란했다. 어차피 거짓말해도 얼마 안 가 들킬 게 뻔했으니.


"자, 자기는 무슨..아무짓도 안하고 그냥 집 돌아왔어.."

"뭐라구요?!"


예상대로 표정을 확 썩히더니, 목소리톤을 높이고는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하는 승아.


"아니 진짜 왜 그래요? 아조씨는 눈치가 없어요? 생각할 수 있는 뇌가 없어요? 제가 대놓고 숟가락으로 떠먹여 줘도 왜 먹질 못하냐구요!"

"....미안.."

"아니 진짜..하..아조씨..식칼로 배 한번만 쑤셔도 돼요?"

"뭐, 뭐?! 안돼..!"


화가 난 표정으로 상당히 소름돋는 말을 꺼내는 승아.
아, 아니..아무리 내가 답답하더라도 뭔 그런 거 가지고 칼빵을 놓을 생각을 하냐...

소레와 춋토 히도이쟈네카요 오마에...


"라떼언니, 잠깐 일로 와보세요."

"왜? 무슨 일인데?"


승아는 갑자기 옆의 테이블에서 폰질을 하고 있던 라떼를 불러냈다.
가만히 있던 라떼는 갑자기 왜 부르는 거지?


"언니, 여기와서 아조씨 한 대만 좀 때리세요."

"왜? 씹덕이 뭔 짓 했어?"

"아조씨가 방금 언니보고 시발년이래요."

"아, 아니 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데!"


하지만 라떼는 이미 잔뜩 열이 받았는지, 그런 내 말을 무시하고는 날 노려보았다.


"뭐? 아니 이 새끼가..야, 엎드려뻗쳐."

"아니 하늘아..나 진짜 아무 말도 안 했.."

"안 뻗쳐?"


겁을 집어먹은 난 결국 옛날처럼 라떼 앞에 엎드려뻗쳤다. 신승아 시발년.


'퍼억!'

"끄악!"


이내 라떼의 혼이 담긴 발차기가 날아왔고, 난 그대로 차디찬 카페바닥을 굴렀다.
미친, 존나 아프네!


"요즘 내가 본성 안드러내니까 아주 만만하지, 어?"

"크헉..아니 내가 안 했다니까..왜 승아 말만 듣는 건데.."

"야, 승아 쟤가 어디 거짓말할 애야?"


그럼 난 너한테 그런말 할 애고..?

...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무래도 라떼는 나보다는 승아랑 더 친하니, 내 말보단 승아 말을 더 믿을 수밖에 없겠지. 약소국의 설움인가..

이래서 타인과는 제때제때 신뢰도를 충분히 쌓아 놓는 게 중요하다.


"대체 왜 그냥 갔어요? 뭐 변명이라도 좀 해 보세요, 아조씨."

"그..아무래도 아직 난..마음의 준비가 안 되있는 거 같더라고...미안..."

"하...진짜..."


경멸하는 표정으로 한숨만 푹푹 내뱉는 승아.
...도저히 할 말이 없다...


'띠링-'


그 때, 주희누나가 카페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승아는 여전히 짜증이 잔뜩 돋아있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가 있던 테이블로 돌아갔다.


"아, 안녕..하세요..주희누나.."

"으, 응..."

"그..어제..정말 죄송해요..무턱대고 나가버려서.."

"아, 아니야..이해해..나도 어제 너무 취했어서.."


어제의 일 때문에, 나랑 주희누나는 평소와는 달리 어색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사실, 대화라기보다는 상투적인 아침인사에 별볼일없는 몇 마디를 더 추가한 것에 가까웠다.


'띠링-'

"안녕~다들 벌써 와있었네?"


이윽고 얼마 되지 않아 카페의 유리문을 열고 나타나는 사장누나.

어젯밤 주희누나와의 딥키스를 머릿속에서 방해한 원인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물론 이 누나가 방해한 건 아니고 나 혼자  갈등하다가 밥상을 제 손으로 엎어버린 거지만.


"...."

"어머, 뭘 그렇게 빤히 봐?"

"아, 아뇨..아무것도."


너무 넋 놓고 빤히 쳐다봤던 탓일까. 내 시선을 느낀 사장누나는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며 물었다.


"흐응, 너 나한테 반했구나?"

"아, 아니에요..! 무슨..저 이미 임자도 있는데.."

"푸흡, 농담이야~"


..하여튼 속내를 알 수가 없는 구미호같은 누나다.
난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리며, 사장누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하아..."


그래, 난 분명 임자가 있는데, 오래 전부터 주희누나만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데...그런데도 대체 왜, 이 누나랑 같이 시간을 보낼 때마다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드는 걸까.


그저 같이 농담을 주고받고, 단둘이서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마음속 깊은 곳을 간지럽히는 것 같은...그런 미묘한 감정.


'...타분, 키노세이다로.'


그래.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

마음속에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 때마다 써먹을 수 있는 마법의 단어.

별 것도 아닌 감정에 너무 막 매달리고 신경쓰지 말자. 어차피 고민하고 분석해봤자 명쾌한 답도 안 나올뿐더러, 신경쓸수록 더더욱 피곤해지기만 할 뿐이다.





* * *


"오늘도 다들 수고했어~"


그렇게 어느덧 다시 찾아온 저녁 퇴근시간.

사장누나는 매일 하는 인사를 하며 카페B 멤버들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카페의 재고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카페에 남아, 중앙의 테이블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사장누나가 오늘도 '연애연습' 을 명분으로 날 잡아놨기 때문이다.

폰을 켜 커뮤니티의 개념글을 정독하고 있자, 어느덧 대충 재고정리를 다 마친 누나가 다가와 내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오늘 주희랑 좀 어색해 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어?"


앉자마자 상당히 궁금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오는 사장누나.
역시 여자들은 예리하군.

"아, 아뇨..딱히.."

"아냐, 무슨일 있던것 같은데? 얘기해 봐."

"음...사실 그게..."


이건 딱히 숨길 이유도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말해주기로 했다.


"..사실 승아가 어제 주희누나..만나게 해준다면서 절 다짜고짜 왠 모텔로 끌고 가더라구요..갔더니 주희누나가 있었고.."

"응응, 그리고?"

"그러고는..둘이 잘 해보라면서 그대로 나가버렸어요. 저랑 주희누나 둘만 냅두고.."

"..그 다음엔?"


어느덧 왜인지 아까보다 낮게 깔려있는 사장누나의 목소리.
묘하게 느껴지는 압박감에 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다음엔..할 게 없어서 술을 사왔어요. 어색하게 얘기하면서 술만 먹었죠. 그렇게 술을 퍼마시고 나니까..어느덧 잘 시간이 돼서..주희누나랑 침대에 누웠어요. 그냥 자려고 했는데..누나가 저한테 막..다가오더라구요. 마치 그..키스..해달라는 듯이."


희미한 기억을 되짚으며 최대한 이야기를 이었다.
사장누나의 얼굴을 보니, 웃음지어보이던 아까와는 달리 누나는 어느새 상당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

이내 사장누나가 불안정하게 떨리는 눈동자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니? 설마 결국 걔랑 했어? 빨리 말해."

"아, 아뇨..안 했어요, 아무짓도."


순간 누나 생각이 나서 그냥 나왔거든요.


물론,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래? 다행이네."

"네?"

"아, 아냐. 아무것도. 잘못 말한거니 신경쓰지 마? 후훗."


왠지 안심한 것 같은 표정으로 급히 말을 정리하는 사장누나.
방금 건 잘못 들은 거라 쳐도, 아까 전의 말이 왠지 신경이 쓰였다. "설마 결국 걔랑 한 거야?" 라니.


내 연애를 도와주는 입장이면서, 방금 상황에서 설마라는 단어를 쓸 이유가 있는 걸까?


"근데, 왜 그냥 나온 거야?"

"그..전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서.."

"그래? 아쉽네. 그럼 다음엔 제대로 용기내 봐. 내가 그때까지 네 여친이 되어서 도와줄 테니까. 알았지?"

"네..감사해요.."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누나에게, 난 고개숙여 감사인사를 표했다.

솔직히..누나는 날 도와준다고 하는 거지만, 오히려 도움이 된다기보단 마음만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사장누나랑 시간을 보낼수록, 뭔가 주희누나랑은 더 멀어지는 기분.


근데 그렇다고 이제 와서 날 챙겨주고 도와주는 사장누나를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기도 싫었고.
이미 사장누나는 떼어낼 수 없는 내 삶의 일부분이 되어 있었다.

어느새 실타래처럼 잔뜩 엉키고 꼬여버린 내 인간관계 속에서, 해답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갈피도 잡지 못한 채, 두 여자 사이에서 그저 한없이 방황하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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