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42년에 봤던 일이다.
젊은 거지 하나가 음반점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아이유 꽃갈피 하나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판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음반점 주인의 입을 쳐다본다.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자켓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음반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음반점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꽃갈피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아이유의 꽃갈피 정품이오리까? " 하고 묻는다.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판을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커다란 엘피를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자켓은 안 찌그러지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주인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도로 주었다.
그는 얼른 잡아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LP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자켓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알판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비싼 걸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거저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꽃갈피를 줍니까? 레게의신(來改意神) 하나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빽판 한 장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장 한 장 얻은 판을 되팔아서 돈을 모아 유재하를 샀습니다. 이렇게 바꾼 유재하 판 마흔 여덟 장을 김광석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꽃갈피' 한 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판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음반을 가졌단 말이오? 그 판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꽃갈피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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