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때부터 가진 의문은
왜 학교를 다니냐였거든
거기에 대한 엄마의 대답은 그래야 좋은 대학가고 성공할 수 있어서였는데
엄마는 성공이 뭔지도 모르겠고 걍 수업 듣는둥 마는둥하던 나를
외숙모가 운영하는 학원에 집어넣어서 꾸역꾸역 공부에 재미붙히게 해준거거든

하지만 배우는게 재밌던거지
학교다니는건 싫었단말임?
과제도 하는둥 마는둥 하는걸
엄마랑 외숙모가 존나 겁줬음
아니 그거 안하면 나중에 대학 못간다니깐? 하면서
심지어 친가쪽이 죄다 서연고 출신이라
무언의 압박이 있었음
반드시 대학에 가야하고
그러니 학교생활은 열심히 해야하는데
그걸 열심히 안하는 문제아였던거지

한번은 엄마가 나를 adhd가 아닐까 싶어서
지능검사를 하러 갔었는데
그때 아이큐가 개높게 나왔거든
그래서 주변 어른들의 기대가 더 컸달까

암튼 초등학교를 설렁설렁 다니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있었음
나 진짜로 스카이 못가려나?
나 문제있는놈인가?

그러다 중학교를 갔는데
영어학교였기 때문에 초딩때 생기부같은건 좃도 의미 없었단 말임?
그래도 중학교 올라왔으니 더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그자식을 만남
초딩때부터 맨날 퍼질러자고 축구랑 피파에만 미쳐서 사는 애가 있었음
걔가 한번은 중3 여름방학때
진짜 작정하고 놀아보자 싶어서 3일 밤낮을 먹지도 자지도 싸지도 않고 피파만 해봤댔음
그 결과는 응급실행이었고
걔는 그 날 뒤로 노는것에 미련이 사라져서
방학 끝나자마자 초등학교 문제집 왕창 사서
미친듯이 공부만 했다는거임
그러고 재수 안하고 바로 카이스트 갔음

그게 엄청 신선한 충격이었달까?
초등학교부터 따라온 내 의문에 해답을 줬음
초딩때 공부 안하면 진짜 좆된다고 겁주지만
막상 중학교 올라오니 별거 아니었고
중딩때야말로 진짜로 공부안하면 좆된다고 하지만
중딩까지 공부 1도 안하고도 카이스트 간 그녀석 덕분에
아 내 좃대로 살아도 아무 문제 없구나 라는걸 깨달음

그래도 가족한테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스카이를 가야할거라는 강박이 있었음
스카이 가면 안건들겠지 싶었거든
심지어 재수할때 1등급이 두개 나오면서 가능성이 보였음
그래서 3수를 했던건데
결국 떨어졌지
그래도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이 아까워서
꾸역꾸역 대학을 붙잡고 있었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내 좃대로 살아도 됐는데
뭐가 그리 아깝고 눈치보였을까
가족이 뭐 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