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인필이 뭔데

키보드, 특히 커스텀키보드에는 음각 각인이 유독 많은데
단순 음각인 경우 조금 심심해 보이는 경우가 있음
이럴 때 에나멜 도료 등을 사용해서 음각을 채우는 걸 인필(In-Fill), 말 그대로인 작업임.

손재주가 정말 개씹똥망이라 인필 너무 어렵다 하는 게이들에게 오늘 글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답변해줄 테니 댓글 달아주셈.



1. 뭘 사야하는데

사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게 에나멜일 뿐, 아크릴 계열 혹은 드물게 락카도 사용함.
내가 자주 사용하는 건 에나멜이나 락카계열이라, 아크릴 도료는 추천해주기가 뭐하네.

에나멜은 역시 근본의 타미야 것을 쓰면 됨.
모터 들어가는 미니카 회사 있잖아? 별딱지로고. 거기임 ㅇㅇ

락카 같은 경우엔 아무래도 피막도 얇고 (모형용 도료 한정) 애초에 워낙 묽어서 사용하는 게이가 거의 없을 거임.
나 같은 경우에도 레진 후처리가 용이한 라마노브나 각인 얇은 친구들한테나 사용하지 각인 두꺼운 애들한테는 사용 안함.
뭐 그래도 굳이 추천을 해야겠다면 흔히 얘기하는 군제, 미스터하비 락카를 추천함. 가이아노츠도 괜찮고.

신너도 뭐 타미야제 암거나 사면 됨.
에나멜 한정이지만 라이터기름도 훌륭한 신너 대체제가 될 수 있음.

인필할 때에는 그냥 거스러미 없는 이쑤시개 아무거나 쓰면 됨.
다른 거창한 거 뭐 다 필요 없음.

각인 내부에 도료를 채워 넣은 다음에는 뭘 해야 할까?
사람이 아무리 섬세해도 채워 넣는 과정에서 삑사리는 나기 마련임. 이럴 때 보통은 면봉 등을 사용해서 닦아내겠지만
나는 가이아노츠 피니시마스터를 추천하고 싶음.
사실 제품 추천한지는 꽤 된 거 같은데 많이들 쓰고 찬양하는 거 보니까 좀 뿌듯하더라 ㅎㅎ;
여하튼 일반 면봉이랑은 다르게 피니시마스터는 스폰지 형태로 된 팁을 교체할 수 있는데,
스폰지이다 보니 실밥이 피막에 엉겨붙는 일도 없고, 곧은 형태라 각인 내부를 지우는 것도 방지할 수 있음.
일단 사서 잡숴보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임. 그저 빛..

인필하는 데에는 뭐가 많이 필요하지 않음. 도료, 이쑤시개, 면봉 혹은 피니시마스터만 있어도 충분함.

2. 인필 그래서 어떻게 하는건데

인필 자체는 크게 복잡하지 않음.

0. (선택사항) 선호하는 점도가 될 때까지 신너를 조금씩 희석한다.
(에나멜 한정. 과하게 희석하면 너무 묽어지니까 주의. 도료가 너무 꾸덕하다 싶을 때에만 한두방울씩 희석할 것)

1. 이쑤시개에 도료를 찍어 각인 내부에 채워넣는다
2. 건조 후 각인 주위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이게 다임...

근데 이렇게만 적어놓으면 너무 성의없으니까...주의할 점이나 팁 몇가지를 좀 적어줄게.

1. 한번에 채워라

인필하면서 여러번에 걸쳐 채워넣게되면 피막이 굴곡져서 좀 더러워보일 수 있음

최대한 한번에 채우는 걸 목표로 해야함

근데 사실 티가 안난다 싶으면 그냥 내비두는게 나음

2. 건조 시에 먼지 유입 방지는 필수

건조할 때 먼지나 실오라기 같은 게 들어가면 그거만큼 짜증나는 게 없다.
먼지 한두개가 거슬려서 작업했던 걸 싹다 지워내고 재작업하는 귀찮음을 감수하고 싶지 않으면 플라스틱 뚜껑 같은거라도 덮어놓자.


3. 신너는 적당히

면봉이나 피니시마스터에 신너를 너무 과하게 뭍히면 각인 내부로 흘러들어가 지워질 위험이 있음.
과유불급이라고 뭐든 적당한 게 좋다. 두세방울 정도면 충분한듯..?

4. 면봉을 회전시켜라

이게 무슨 말이냐면, 도료를 닦아낼 때 문질문질 거리지 말라는 얘기임.
면봉을 돌리면서 닦아내야 각인 주위가 안 지저분해지고 작업을 빠르게 끝낼 수 있음.
각인이 두꺼운 경우, 경계면에서 바깥쪽으로 회전시키면서 닦아내는 걸 추천.

짤처럼 각인 패턴이 복잡하고 얕은 경우 최대한 힘을 빼고 그냥 훑듯이 여러차례 닦아내야함.

사족이기도 하고 누가 할런지도 모르겠지만 몇마디 하자면
락카인필을 할 경우, 특히 두꺼운 각인을 한다면 레진같은걸로 피막을 보호해줘야함.
모형용 락카는 피막이 약해서, 툭 건드리면 억 하고 까지니까 마감제 비슷한 느낌으로 뿌려주는거지
겸사겸사 비어보이는 것도 방지하고.

뭐 어쨌든. 크게 복잡한 작업은 아니라 글이 생각보다 길진 않네.

인필도 암만 어려워 봐야 몇번 하다보면 금새 감이 잡힘.

망쳐도 지워내고 다시 하면 그만이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됨

갤 분위기가 조금 뒤숭숭한데 이걸로 그나마 좀 환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