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부터 본업을 웹소설 작가로 하고 있는데

선배 작가분 추천으로 체리 믹스보드를 시작해서 여러 키보드를 거치게 됨.

당시 로지텍 멤브가 써본 키보드 중 제일 키보드였던 촌놈이 기계식을 써 보니,

기추하면서 여러 축 맛보는 맛에 홰까닥 돌아버려서 거의 고료 한번 들어올때마다 신규영입 두번씩 하고

재작년 겨울부터는 아크릴부터 시작해서 별 이상한 알루미늄까지 해외구매해서 조립하고 뽕맛느끼고

장터에서도 남들이 만든 커스텀 같은 것도 이쁘다 싶으면 사들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이걸 실용적으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약간 집착처럼 닥치는대로 끌어모은거지

제대로 쳐보지도 않을 키보드 이것저것 사느라 과장안치고 아반떼 중고한대값은 썼을거임.

무접점도 해피해킹 리얼포스 980, 660 시작해서 거의 대부분 써 보고 안쓰는 건 박스 담아서 베란다 박아놓고 그랬음

근데 내가 딱하나 안써본게 노뿌는 한무 나왔을때부터 개쓰레기라는 평도 많았고 

왠지 토프레 개짭후레같아서 막연한 편견에 안쓰고 그랬거든 

작년가을이었나 작가들 한 3~4명이서 쓰는 공동작업실을 옮겼는데

막 이사마치고 첫날작업하려는데 내가 실수로 키보드를 안 들고 온거임

그래서 동료작가꺼 앱코무접점 k975인가? 를 빌려서 써봤음

개짭후레 노뿌 ㅉㅉ 하고 두드리는데 

어?

뭔가 이상함 손가락에 걸리는 푸각푸각한 바람빠지는 느낌이 왠지 손에 짝짝붙음

처음 느끼는 감각이라서 뭔가 새로운 보정 떼고 봐도 좀 괜찮네?

그날 작업 문제없이 마치고 집에서 한무 55g 주문했음,

키캡파괴자라기에 있는 키캡 쓰는것도 아까워서 같이 파는 보돌이 키캡도 같이 주문함.

오자마자 키캡 갈아끼우고 두드려봤음

근데 씨발!!

하우징이고 뭐고 조까고 이 착감기는 키감과 수줍게 도도도거리는 소리가 그냥 존나 인생키보드인거임

이거에 비하면 내 기준에서 토프레는 초콜릿촉감은 염병 그냥 쓸데없이 반발력만 센 개거품 쓰레기브랜드였고

결국 그때 쓴 한무키보드가 지금 6개월째 작업실에서 그대로 쓰이고 있다.

윤활은 할 생각도 안해봄 존나 워낙만족해서 그냥 그대로 쓰고있음.

이따금씩 다른 키보드 하나씩 사서 두들겨봐도 영 능률이 안 나와서 결국엔 이걸로 돌아오더라 

그때부터 현타와서 키캡들 빼고 수집하던 키보드 지인들에게 다 나눠주거나 중고장터에 팔아치웠음

키보드는 가격과 만족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좇무위키 문구가 그대로 와닿는 경험이었다.

결국 나는 2년동안 써보지도 않고 욕해왔던 한무키보드를

그것도 윤활없는 상태로 써서 제일만족하는 막손이었던거임

키캡가포함해서 13만원이 안 되는 저 고물이 지금까지 내가 써왔던 키보드중에서 제일 많은 일을 함께 해줬고

망가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한다.

님들도 아예 완성도 자체에 하자가 있는 키보드 아니면 최대한 많이 두들겨보는 걸 추천한다

애초에 한무를 하자있는 키보드로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진짜 내 인생키보드란건 어디서 어떻게 올 지 모르는 것 같음

아콘에서 나온 ex인가 머시긴가도 조만간 한번 두드려보긴 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