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나 묻자, 네게브.

만약 오늘이 네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네가 죽게된다면, 어떻게 할거야?

네게브: 난...

뭐 할지 모르겠어...

어쩌면 휴가를 내서 숙소에서 책 좀 보던가, 음악 좀 듣거나, 꽃에 물 좀 주거나 그럴 것 같아.

??: 꽃이라... 너도 참 꽃을 좋아하는 구나...

네게브: 그다지, 그냥 취미일 뿐이야.

??: 느긋하기도 해라... 뭐 여한을 풀고 싶거나 하는 건 없어?

네게브: 여한을 말야? 고작 마지막 하루 만으로? 왜?

??: 여한이 없는 거니?

네게브: 녀석이 이렇게 말했거든...

"최후의 날이 되어서야 전세계를 향해 사랑을 고백하는 자의 그 [사랑]은 분명 거짓이라고."

??: 다만 넌 그렇게도 거짓말을 못하지, 나도 알아.

네게브: 난 그저 나이고 싶어, 제리코... 마지막 순간일 수록 더더욱 말야.

...제리코는 그늘 속에서 힘겨운 웃음 소리를 내었다.

제리코: 그래서 널 고른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널 내 부관으로 고른거야...

네게브: 잘 모르겠어...

정말 너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제리코: 뻔하잖아? 첫 날부터 우리 발목만 잡아놓곤.

네게브: 그래, 난 통제불능의 쓰레기라고 너도 말했었지.

제리코: 흥...

다른 이야기나 하자, 좀 가벼운 주제로.

네게브: 아직도 날 [시험]하게?

꼭 그래야겠어 제리코?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어, 이 이상 구조가 오지 않으면 우린--

제리코: 구조가 안 오니까 뭐 좀 이야기하자는 거야.

...네게브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네게브: ...

설마 이게...[시험] 마지막 단계인 거야?

제리코: 아님 뭐 뾰족한 수라도 있니? 나도 안 떠오르는데, 너야 말할 것도 없지.

그러니까, 너 요즘 그리폰에서 어떻게 지냈니?

네게브: 하아... 아까 그 가벼운 주제의 이야기 말인데...

제리코: 다 알아, 너 지금 숨기는 일 있지.

...네게브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네게브: 알았어, 결국은 속여 넘기지 못했네, 좀더 정식적인 장소에서 말할 셈이었는데.

일 주일 전에 내 소대가 지휘관을 도와 크게 한 건 올렸어.

제리코: 잠깐, 네 소대라고? 넌 내 부관이잖아.

네게브: 임시 편성이야, 네가 저번에 몸조리하는 동안 S05 구역에서 임무를 수행했어.

제리코: S05 구역? 거기 꽤 빡센 곳일 텐데.

네게브: 네가 우릴 끌고 다닌 그 지옥들과 견줄만 하더라.

게다가 거기서 너마저 깜짝 놀랄 적수를 만났거든.

제리코: 엘더브레인이라도 만났어?

네게브: 그 에이스 중 하나.

제리코: 그러고 살아 남았다고? 너 이 계집애가 철혈 에이스 인형을 쓰러트리고 살아 남았다는 걸 믿으라고?

그럼 말해 봐,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들어나 보자.

네게브: 아 그래 그래, "때를 못 가리는" 제리코 씨.

제리코: 아직 난 네 대장이야, 좋게 봐주는 일은 없어.

네게브: 그러게 참 무서운 사람이야, 설령 그런 몸이 되어서도...

제리코: 설령 이 주둥이만 남는다 해도 넌 내 말에 따라야 돼, 그러니까--

네게브: 알아 알아, "난 네 것이고, 모든 팀원들도 네 것" 이라고.

제리코: 그리고, 좀 더 가까이서 말해, 잘 안 들리니까.

...네게브는 몸을 일으켜 천천히 움직였다.

네게브: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 할까?

제리코: 네가 수송기에서 내린 시점부터, 임무를 받았을 때 우쭐대는 구간은 넘기고.

네게브: 쳇... 치사하게...

임무를 받고 팀원을 이끌고 수송기에서 내렸어... 그러고 나서...

그러니까...

제리코: 또 못 볼 꼴을 보여줬나 보네.

네게브: 아, 아니야... 그러니까 그 때--

(갈릴: 네게브?)

네게브: 아 맞다, 갈릴이 날 불렀어...

...

갈릴: ...네게브, 네게브?

네게브: ...어?

갈릴: "어"는 무슨, 뭘 멍 때리고 있어?

...

네게브: 그 때 난 좀 멍하니 있었어.

제리코: 거 봐라.

네게브: 난 자주 생각에 빠진다니까, 제리코도 알잖아?

제리코: 잊었어, 그리고? 갈릴이 뭐라 했어?

네게브: 언제나 그렇게, 잔소리 투성에 참견만 많지, 그러면서 다 맞는 말만 한다니까.

...

갈릴: 네게브, 또 한 눈 파는 거니, 정신 좀 차리면 안돼?

네게브: 아, 뭐 좀 생각하고 있었어.

갈릴: 하아? 네가 "생각"을 한다고?

너 저번에 뭐라 했더라? 그러니까, "생각따위--"

네게브: "생각따위 바보나 하는 거야, 천재는 직감만으로도 충분해."

하지만 이번은 중요한 임무인 만큼, 좀 신중해질 필요가 있어.

갈릴: 신중하게? 하, 핫, 내 표정 좀 봐봐, 네게브.

한 번 그 "신중"이란 뜻이 뭔지 말해봐.

네게브: 신중하게, 즉 우선 네게 정찰임무를 내리겠다는 뜻이야.

갈릴: 내가 확실하게 살아서 지도를 다 그리고 돌아올 수 있는 경로를 짜준다면 갈게.

네게브: 흐흥, 그 정도쯤 내게 문제라도 될 것 같아?

갈릴: 넌 문제 없겠지만, 우리 배후를 걱정하라고, 지휘관에게 일을 늘리지 마.

네게브: 모든 건 다 운명이 정해졌어, 난 그저 집행자일 뿐이야.

갈릴: 그래, 네게브 스타일의 발언이구나... 응, 넌 여전하네.

난 가서 준비할테니까, 지휘관에게 연락 부탁해.

...

제리코: 네가 이런 건방진 면이 있었는지는 몰랐는 걸.

네게브: 자신감과 건방짐은 달라.

너 이 도깨비 밑에서 구르다 보면 누구든 엘리트가 되고 말지.

제리코: 끝까지 남는 자만이 말이지.

네게브: 그러니 나만 엘리트인 거지.

말했잖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견뎌내겠다고.

...

네게브: 좋은 밤이야 지휘관, 잘 잤어? 컨디션 조절 됐으면 좋겠는데.

이번 임무 내용은 다 읽어봤어?

...잠깐, 지금 하품한 거야? 컨디션 조절하라고 했잖아?

...변명은 됐어, 가서 얼굴 좀 씻고 와서 작전 시작하자.

...

네게브: 많이 나아졌어, 지휘관? 이제 시작하지?

이번은 꽤 위험한 임무야, 철혈 구역에 깊숙히 침투해서 어느 물자를 회수해야 돼, 도중에 철혈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이 곳을 지키는 철혈 보스의 신상은 아직 모르지만, 걱정 말고 내 의견에 따르면 돼.

그리폰의 엘리트로서 네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 내가 있는 거니까, 날 믿어.

그럼, 어서 출발하자!

...작전 종료.

갈릴: 양호?

네게브: 양호.

갈릴: 네게브 양반, 당신이 말하는 "양호"는 과연 저와 같은 개념이신지요?

네게브: 갈릴 아씨, 그대가 처음 전입 왔을 땐 이리 겁쟁이가 아니였잖소.

갈릴: 그야 당신께서 절 이리 만드신게 아니옵니까, 용맹한 네게브 각하이시여.

네게브: 송구할 나름이네, 출발해도 될까?

갈릴: 아아--저 건너편 초소까지 가면 되지?

타보르 걔네는 어디로 보냈어?

네게브: 만나게 될 거야.

갈릴: 뭐 네가 꼼수 몇 개 숨기는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럼 간다, 건투를 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