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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 건물 근처의 우거진 숲.

NTW는 만신창이가 되어 바이크 옆에 누었다.

NTW-20: 지휘관에게서... 메일?

연락이 안 통하니까 메일을 보낸 건가? 마침 지원을 요청할 참이었는데...

일단 자신의 상황부터 확인하자.

시스템: 소체 상태를 점검합니다.

왼팔 소실, 복부에 총상 2개...

에너지 소모가 심각하여 절전 모드를 가동합니다. 이하 기능이 일시 종료됩니다...

NTW-20: 손상이 심각해,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어.

하지만 나보다는 저 녀석들이 과연 그때까지...

NTW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NTW-20: 나 같은 건 신경쓰지 말지...

왜 굳이 따라와서...

NTW의 손에 뭔가 끈적한 것이 묻었다.

NTW-20: 윽, 뭐야 이 끈적끈적한 거?

NTW는 끈적끈적한 행낭에서 터져버린 메이플 시럽 샐러드를 꺼냈다.

NTW-20: ......

PTRD: 네가 혼자 이탈한 건 마치 시럽속에서 빠져나오려는 방울토마토처럼.

시럽을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뒤에 시럽을 잔뜩 흘리고 간 거야...

PTRD: NTW, 시럽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어?

NTW-20: 메이플 시럽을 따라왔다는 건가...

NTW의 허리에 찬 인간 경보기가 갑자기 진동했다. 하지만 3초 정도만 진동하고 다시 대기상태가 됐다.

NTW-20: TEC9...

NTW-20: 왜 그렇게 인간을 무서워하는 거야? 지휘관도 인간이잖아?

TEC-9: 불쾌의 골짜기 현상이란 거 알지? 나는 역으로 그런 현상을 느껴...

그런 공포감을 주체할 수가 없어...

NTW-20: 무서운 순간에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TEC-9: 그럼... 좀 나을지도?

NTW-20: 좋아, 그럼 이걸 가지고 있어.

무서울 때 여길 누르면 내가 신호를 받고 바로 도와주러 갈게.

TEC-9: 저, 정말로?

NTW-20: ......

: NTW는 옷 안주머니에 숨겨둬서 TAC50의 손에서 피한 빵을 꺼내 씹었다.

NTW-20: 퉷, 겁나 맛없어...

TAC-50: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메이플 시럽으로 구원할 수 있으니까!

: NTW는 착잡한 표정으로 빵을 내려놨다...

: ...5분 후, NTW는 몸을 간단히 손보고 바이크에 올라탔다.

NTW-20: 인질 3명 구출따위, 팔 하나 없어도 해낼 수 있어.

예전에 혼자 작전할 때는 이것보다 더 어려운 임무도 손쉽게 해냈어.

그리고 지금은 혼자가 아니니까 더욱...

본부 건물 앞.

운반 예정인 물자를 트럭에 싣고, 두 킬러는 인형을 옮기기 시작했다.

킬러B: 이 고철덩이들 겉보기엔 호리호리해 보이는데 진짜 무겁네.

킬러A: 하하하, 그리폰의 인형이니까 작전용 부품을 가득 채웠겠지.

킬러B: 너도 손 좀 거들지 그러냐!?

킬러A: 쉿, 난 녀석을 기다리고 있어.

본부 건물 근처 나무가 무성한 산비탈 위에서.

NTW는 조용히 두 킬러가 동료를 캡슐에 넣어 트럭에 싣는 것을 지켜보았다.

NTW-20: 완충 캡슐... 저것 안에 있으면 차가 뒤집혀도 다치지 않겠지...

작전을 실행할 수 있어.

NTW가 인간 경보기를 꼬옥 쥐었다.

NTW-20: ...조금만 기다려.

트럭이 밤하늘 아래의 사막 위를 달렸다.

킬러B: 아무래도 그 도망친 인형은 안 오나 보네, 분명 내기했지?

킬러A: 하하하, 아직 내기는 끝나지 않은 모양인데.

킬러B: 흥, 주둥아리 하나는——

타앙——

묵직한 총성이 대화를 끊었다.

킬러A: 하하, 봐. 내가 온다고 했잖아.

백미러에 흔들리는 몸으로 바이크를 몰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NTW-20: 쳇, 역시 한 쪽 팔이 없으니 불편하군, 사격 정밀도가 크게 떨어지고 균형 감각도 엉망이야.

다음엔 꼭 타이어를 맞혀야 해...

고속으로 달리는 트럭의 창문이 열리고 권총을 쥔 손이 보였다.

타앙——!

NTW는 가까스로 방향을 꺾어 피했지만 복부의 상처가 또 찢어졌다.

NTW-20: 쓰읍... 일단은 놈들이 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균형을 잡아야겠어.

발사할 최적의 순간을 노려야 해...

NTW는 트럭 뒤에 숨어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갔다.

하지만 트럭의 천장이 열리더니 킬러B가 자동소총을 들고 나와 웃었다.

NTW-20: 뭐야!? 제길...

킬러B: 당장이라도 멈추고 항복하면 고물이 되지는 않게 해주지.

아이고 나 좀 봐라. 이미 고물 신세잖아! 하하하!

그러니까, 사람 번거롭게 하지 말고 뒈져버려!

NTW-20: 후읍... 언덕으로 피하자...

탕! 탕! 탕!...

NTW는 총알 세례를 피하면서 모래 언덕으로 피했다.

킬러B: 야, 차 돌려! 녀석이 저쪽으로 가잖아! 빨리 안 쫓아!?

킬러A: 이봐 이봐, 지금 우리의 최우선 임무가 뭔지...

킬러B는 참지 못하고 직접 핸들을 뺏어 꺾었다.

킬러A: 이런이런. 진짜 화가 단단히 났구나.

트럭이 언덕을 향해 방향을 틀자, NTW는 또 사격 범위 안에 노출됐다.

탕! 탕! 탕!...

총알에 모래가 흩날렸다.

NTW-20: 벌써 쫓아왔나...

사격에 전념하면 총알을 피할 수가 없어. 그리고 지금 내 상태로는 더 이상 피탄을 견딜 수가 없어...

조용히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NTW는 트럭 뒤에 붙어서 방향을 이리저리 꺾어 총알을 최대한 많이 피했지만, 여전히 모든 총알을 피할 수는 없었다.

킬러B가 재장전하는 틈에 겨우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눈 앞에 미친 듯이 껌뻑이는 붉은 경보가 NTW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경고했다.

NTW-20: ...정말 여기까지인가?

NTW의 눈앞이 점점 흐려지던 그때, 완충 캡슐 안에 누워있던 인형들이 깨어났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창문 너머로 만신창이가 된 NTW를 보았다.

PTRD: NTW!

TAC-50: 힘내! NTW!

TEC-9: 흑흑... NTW!

흐려지던 NTW의 두 눈에 다시 초점이 잡혔다.

NTW-20: 난 괜찮으니까 얌전히 누워있어.

이제... 전부 끝장낼 테니까...

뭔가 번뜩 떠올랐는지, NTW는 바이크의 악셀을 끝까지 밀어 단숨에 트럭을 추월했다.

킬러B: 악셀 밟아! 저 새끼를 깔아뭉게 버려!

킬러A: 계속 쫓아가면 원래 경로를 이탈하는데...

킬러B: 시끄러워!

킬러B가 킬러A의 오른쪽 다리를 밟아 차를 전속력으로 몰았다.

탕탕탕!

NTW-20: 이 방법 밖에 없어... 조금만 더 버티면...

거의 다 왔어... 거의 다...

NTW는 길가의 바위를 이용해 총알을 피해보지만 몸에 상처가 점점 늘어났다.

NTW-20: 휴우... 드디어...

밤하늘 아래 사막에서 NTW는 드디어 기다리던 것을 보았다. NTW는 흥분한 마음으로 악셀을 밀어 달렸다.

킬러B: 이 빌어먹을 쓰레기! 이제 끝장이다!

킬러A: 잠깐만, 저기는——

두 킬러는 그제서야 눈앞이 바로 절벽인 것을 눈치챘다.

반면 눈앞에 외팔 소녀는 마지막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기회를 포기하고, 뒤돌아 미소를 지으며 타이어를 겨누었다——

킬러B: 차 멈춰——!

킬러A: 느, 늦었어——!

타앙——!

트럭이 뒤집혀 몇 바퀴 구르더니 땅에 널브러졌다.

반면 NTW는 바이크를 탄 채 하늘을 향해 날았다.

NTW-20: 이렇게 좋은 경치인데, 밤이라서 아무것도 안 보이네...

우리 네 명은 마치 이 시럽 범벅인 샐러드처럼 서로 끈끈하게 붙어있어.

네가 혼자 이탈한 건 마치 시럽속에서 빠져나오려는 방울토마토처럼.
시럽을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뒤에 시럽을 잔뜩 흘리고 간 거야...

NTW-20: 그럼 이번에도 날 찾을 수 있을까?

망가질 대로 망가진 NTW의 몸뚱이는 바이크와 함께 추락했다....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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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공간.

NTW-20: ......

여기서 깨어난 걸 보니, 내 소체는 완전히 박살 난 모양이군.

좋아, 이참에 한 숨 푹 쉬자.

NTW가 편안히 드러누웠다, 기억을 읽고 전자 공간의 모습이 한 여름의 나마콸란드 풍경으로 변했다. 활짝 핀 꽃들이 지평선까지 이어졌다...

NTW-20: 그 녀석들은 어떻게 됐을까? 캡슐 안에 있었으니 별 문제 없었겠지.

차가 그렇게 심하게 굴렀으니 그 두 킬러도 움직이질 못할 거야...

어라?

누가 강력 청소기를 틀은 것처럼 NTW의 의식이 전자 공간에서 빨려 나왔다.

NTW-20: 으음... 지휘관?

지휘관: NTW, 새로운 소체의 느낌은 어때?

NTW-20: 움직임이 예전보다 매끄럽고 균형감도 상승한 것 같아...

맞다. 지휘관, PTRD 걔네들은 어떻게 됐어?

지휘관은 한숨을 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NTW-20: ......

지휘관, 왜 말이 없어?

지휘관: 네가 절벽에서 떨어지고, 그 두 킬러는 차 안에서 탈출해 그 애들을...

그리고 물자를 챙기고 다시 목적지로 향했어, 우리도 단서를 놓치고 말았고...

NTW-20: 그럴 리가! 내가 다 계산했는데...

지휘관은 부들부들 떨리는 NTW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지휘관: 기운 내렴, NTW.

그 애들도 네가 우울해 하는 걸 보고 싶진 않을 거야...

NTW-20: ...걔네들의 마인드맵은?

지휘관: ......

NTW-20: 말도 안 돼...

지휘관: 미안해, NTW.

방금 말한 일은...

지휘관: 사실 다 거짓말이야.

NTW-20: ......

뭐!?

곧바로 문이 열리고 인형 소녀 셋이 폴짝폴짝 들어왔다.

PTRD: 예상보다 표정이 볼만했어.

TAC-50: NTW는 속상해도 무표정일 줄은 몰랐는데.

TEC-9: 훌쩍... NTW, 다시 만나서 다행이야!

NTW는 어색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둘러싸였다.

NTW-20: 그럼 역시 임무는 순조롭게 끝난 거야?

PTRD: 그래, 트럭이 전복하고 차의 잠금 장치도 풀렸어. 우리는 차 안에서 부품들을 회수했고.

하지만 우리가 너를 찾아냈을 때 넌 이미 수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어...

다행히 마인드맵은 멀쩡했지만...

TAC-50: 그때 추격전 정말 멋졌어! 마지막에 하늘을 날았을 때는 진짜 최고였어!

맞다 맞어, 내가 특별히 메이플 샌드위치랑, 메이플 머시멜로랑...

지휘관: 크흠, 잠깐 실례할게.

NTW, 새로운 소체의 모습을 확인해보렴.

NTW-20: 응. 고마워, 지휘관.

지휘관: 운전 모듈도 같이 업그레이드했으니까, 이제 한 손으로 바이크를 몰아도 끄떡 없을 거야.

그리고 한 가지 더...

NTW는 다른 세 인형들의 시선이 돌연 느끼해진 것을 감지했다.

지휘관: 너도 눈치챘지? 그 장비는 숲에서 작전하기에 매우 적합해.

다음 임무는 밀림에 나가야 하니까, 또 바이크를 탈 상황이 많을 거야.

자세한 내용은 네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한 다음에 전달할게!

그럼 파트너는 누구로 할지 잘 생각해보렴.

NTW-20: ...잠깐, 파트너라고? 또 바이크를 탄다고?

NTW의 질문은 인형들의 목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PTRD: NTW, 멋진 팀워크를 기대할게♪

TAC-50: 밀림이라니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어!

TEC-9: 네, 네가 이거 누르면 바로 구해준다고 했잖아... 나도 같이 갈 거야!

치열한 쟁탈전 속에서, 다음 작전을 생각하자니 NTW는 눈앞이 깜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