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hammers, Repurposed Industrial TAGs

트립해머, 개조 산업용 TAG

일단 싸움에 뛰어들어보면 알겠지만, 산업용 TAG는 군용 TAG를 상대할 게 아니다. 장갑도 부족하고 무장 소프트웨어도 떨어진다. 촉각 시스템도 좋지 않다. 애당초 산업용 TAG에 그런 게 달릴 이유가 없다.

근데 알고 있나? 산업용이고 나발이고 어쨌든 태그는 염병할 놈의 태그라는 거. 빠르고, 강력하고, 튼튼한 괴물 딱지 말이다. 개척지에 사는 사람이라고 쳐보자. 곧 한 판 떠야 할 거 같은데, 수중에 이런 기계가 있다? 산업용 태그가 싸움판을 지배하는 모습을 목도할 거다.

군용 태그는 대구경 화포나 전투기처럼 정부와 정규 군사 조직의 소유다. 비싸고, 생산도 어렵고, 유지 보수는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반란군이나 용병, 사략선 지휘관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 있는데, 떡대 하나 제대로 굴리고 싶다면 그냥 민간용 태그 하나 데려와서 군사 장비를 들린 뒤 전장에 밀어 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목성-명왕성 항로에서 벌어진 노조 반란에서 노동자와 태그 운용수들이 벌인 게 바로 그거다. 자기들이 몰던 산업용 태그를 끌고 와서 보안 요원들을 깔아뭉개고, 놈들 무기를 빼앗아 달아놓은 뒤 분쟁을 경영진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격화시킨 거다.

정규군이라면 보급이 부족할 상황에, 노조 반란 이래 트립해머라 불리는 개조 산업용 태그들은 먹이사슬 꼭대기에서 날뛴다. 대부분의 경우 태그가 구형이나 신형이냐는 아무래도 좋다. 설계가 좋건 구리건 신경 쓸 게 아니다. 종류에 상관없이 이 무지막지한 기계들은 존재 자체로 잠재적 적수들을 모조리 공포에 질리게 할 억지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아프리카와 코카서스, 보락 행성의 갑콰르처럼 인류계에서 혼란스러운 지역에 도사리는 군벌들의 힘은 얼마나 많은 트립해머를 배치할 수 있느냐에 따라 나뉜다. 군벌이 힘자랑 좀 한다 치면 모두 다 보랍시고 트립해머를 거리로 끌고 나온다.

가난한 지역, 개척 지대, 심우주나 소행성대의 민간 기지 같은 곳에서 대국의 지원 없이 싸우는 소국이나 작은 군대가 싸울 때 바로 이런 기계들이 활약한다. 상업 분쟁을 벌이는 기업들이 사법 기관의 눈을 피해 현지인들을 억압할 때도 트립해머는 단골로 등장한다. 온갖 통상로에 기어 나오는 해적과 산적들의 주요 자산이기도 하고, 큰 무대에서 놀고자 하는 소규모 용병 팀들도 트립해머에 의존한다.

트립해머란 단어 자체가 온갖 개조 산업용 태그를 통틀어 부르는 용어이기 때문에 외형, 장비, 무기 등등 완전히 사양이 똑같은 트립해머는 존재하기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공통점은 존재한다. 파일럿들이 하나 같이 깡다구 넘친다는 거. 절대로 얕볼 놈들이 아니다.

트립해머가 초라하다고 그 전술 능력도 쉬 무시당하지만, 인류계에서 일시적인 분쟁이 벌어지는 주 무대인 전원 지대와 시가지에서 문제없이 작동한다. 백병전과 일격 이탈 전술에도 적합하다. 트립해머는 현명하게 운용한다면 마치 현대에 튀어나온 비정규 경기병대처럼 활약할 거다. 하지만 그 이름대로, 기계식 망치처럼 적들을 연달아 내리치는 그 모습은 거진 외설스러울 만치 기쁨으로 가득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