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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인류의 주인 6장 (2) - [통합의 꿈]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12 01:48:31
조회 633 추천 17 댓글 3
														

 사기타루스는 통합 시기에 대한 꿈을 꾸었다. 그가 황제의 곁에서 싸우던 그 나날들의 꿈을. 그들은 그를 하이 고딕으로 임페라토르-Imperator라고 불렀었고, 그 직함은 그 시절까지는 여전히 새롭기만 할 뿐이었다. 황제는 당대에도 한 명의 군벌이자 전쟁 군주 왕이었지만, 아직까진 왕들까지 지배하는 왕 중 왕은 아니었다. 테라가 볼터와 칼날에 의해 황제에게 무릎 꿇려지는 것은, 아직 먼 훗날의 일이었다.


 당시의 사기타루스는 자성한 군사 지도자였다. 그는 승전을 거둔 수백 개의 전장들에서 시체와 오물의 악취를 호흡하였다. 죽음을 실은 바람이 피부를 어루만지는 것을 느끼고, 피로 물든 양손에 황금 창 한 자루를 쥔 채 전 대륙을 종횡무진하였다.


 강력한 힘의 나날이요. 영광의 나날들이었다.


 그는 동족들 중 최초로 전사한 이였다. 그리고 그 수치와, 그 지울 수 없는 치욕으로 인해, 그의 동족들은 그를 진정으로 예우해주곤 하였다.


 몰란드 센 전투. 그것이 바로 그의 마지막 기쁨의 날이자, 그의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요람 속에 묻힌 날. 그리고 그의 정신이 자신이 실패했노라는 수치로 활활 타오르던 날이었다.


 “사기타루스.”


 그것이 그의 이름이었다. 그의 첫 이름. 그의 황금 갑주에는 그가 지닌 여러 가지 이름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 모든 이름들이 그가 거둔 승전과 영예를 통해 얻어진 것들이었으며, 황제가 몸소 하사하여 준 이름들이었다.


 황제의 모습은 장차 그가 될 모습이 아닌, 그 당시 그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언젠가 그는 테라의 지배자가 될 것이었으나, 당시의 그는 인류의 주인으로 등극하기 훨씬 이전의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썬더 리전이 사제왕의 게걸스러운 군대와 마주하기 전의 그 시각, 임페라토르 역시 몰란드 센 전투에 참전해 있었다. 임페라토르는 시대착오적인 형태의 고대 기술로 무장하고 있었고, 그의 세라마이트 갑주는 햇볕에 말린 가죽과 청동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다. 황제는 높은 바위 위에 서있었고, 떠오르는 태양이 일광을 비추자 황제의 갑옷에 새겨진 독수리 조각은 순금빛으로 번쩍였다.


 황제의 군대는 남쪽의 저지대를 확보하고 있었다. 적들을 향해 전진하는 황제의 군대는 유지 가능한 대형을 형성한 채로 바위투성이 언덕의 경사면을 오르게 될 것이었다. 적군은 북쪽에 포진해 있었다. 적군은 낙인 자국이 찍혀 있는 광신도들과, 그들의 마지막 산성이 세워진 고원들에서 살아가는 지저분한 야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광신도와 야인들은 동력 장치가 설치된 판갑을 입고, 그 위에 저질의 복제 모피 망토를 둘러 추위를 견뎌내고 있었다. 느릿느릿 굼뜨게 움직이는 괴물들이 적군 사이에 섞여 그 부피를 더하고 있었다. 통찰력이 아닌 요술과 결합되어 뒤틀려버린 유전자 조작 기술의 또 다른 증거물이었다.


 적들은 피를 흘리게 될 것이었다. 마침내, 몰란드 센의 함락으로 노르딕-Nordyc은 황제의 발 앞에 무릎 꿇려질 것이었다. 이 얼어붙은 황무지는 황제에게 무릎 꿇게 되리라. 사기타루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노르딕은 뼛속까지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곳이었다.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그러는 지금 그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그 추위는 전혀 놀라워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모든 기억은 춥고 싸늘했으니까.


 황제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정렬해 있는 무장한 전사들의 전열을 내려다보았다. 전사들이 입고 있는 조악한 갑주는 파손된 세라마이트 판들을 덧대고 재주조하여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노르딕 원정은 길었고, 그들이 당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겨웠다. 마지막 전투에서 황제의 병력은 적군에 비해 7대1로 압도되어 있었으나, 새벽 동이 트면 그 수적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될 터였다. 적들의 높은 성벽들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다른 벽들과 마찬가지로 낮았고, 적들의 산성을 공략하기 위해 그들이 올라야 할 위험천만한 경사면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황제의 군대는 모든 군대가 항상 그러해 왔듯이 피해를 입게 되리라. 그러나 희생이란 그들의 뼛속부터 깊이 새겨져 있는 개념이었다. 이 날이 끝날 즈음이면, 승리는 그들의 것이 되리라.


 수많은 목숨들이 평화에 대한 대가로서 지불되기 위해 황제의 기치 아래 모여 있었다.

 그 날 사기타루스는 이미 약속되어 있던 휴식에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 어떤 전사도 전투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에서 진정으로 잠잠히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전사들은 자세를 바꾸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그토록 많은 세라마이트 갑주들이 움직이며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둔중한 금속 마찰음이란, 대양의 파도소리와도 같을 정도였다. 근섬유 케이블 다발들과 등뒤에 매달린 동력 팩들이 작동되어 성난 듯이 웅웅거리는 그 소리는, 메뚜기 떼의 날갯짓 소리처럼 단조롭게 울리며 모든 목소리를 묻어버렸다. 대화 수단 중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것이라고는, 오직 라디오라클(radioracle) 네트워크를 통하는 것뿐이었다. 네트워크 상에는 여전히 통신 잡음이 이따금씩 울리고 있긴 했지만.


 황제와 가장 가까이에 위치해 있는 전사들은 겨우 30명 정도에 불과했고, 그 중에는 사기타루스 역시 있었다. 그들 30명은 그들의 군주의 갑주를 본 따서 만들어진, 귀중한 황금빛 오라마이트 장갑판을 여러 겹으로 겹쳐 만든 갑주를 입고 있었다. 앞으로 수 년이 지나면 그들은 그 갑주 위에 붉은 망토를 두를 것이고, 그들의 갑주 역시 추가적으로 장갑판들이 더 덧대어져 보다 부피가 늘어날 것이었으나, 현재 몰란드 센에 서있는 그들은 오직 신성한 황금 갑주의 절반만을 입고 있었다. 황금 갑주로 무장한 그들 30명은 그들의 주인을 호위하는, 황제의 군대 전위대 속에서 빛나는 하나의 보석과도 같았다. 그들의 기치에는 그들의 고결한 군주를 상징하는 독수리 머리 인장과 함께, 그 뒤로 교차되어 있는 네 개의 번개 줄기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커스토디안들의 등 뒤에는 음침한 디자인에 여기저기 찌그러진 흔적들이 남아 있는 갑주를 입고 있는 초기형 군단원들이 대열을 이루고 서있었다. 바로 썬더 워리어들이었다. 저 통합의 전사들이 맞이할 게 될 운명이 무엇인지는 사기타루스 그조차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있을 장소는 바로 이곳이었으며, 그들의 시기 또한 지금 뿐이었다. 그들은 테라를 정복할 것이고…. 그 뒤에는 폐기되리라. 그들의 갑주는 황제의 개인실과 테라 전역의 다양한 전쟁 박물관들에 열을 지어 전시되기로 정해져 있었고, 그들의 업적은 제국의 기록보관소들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남겨질 것이었다.


 그러나 황제가 별들 사이에서 전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보다 월등히 뛰어난 병사들이 필요하게 될 터였다. 그리고 쓰러지기는 했으나 아직 죽음을 허락 받지는 못한 사기타루스는, 썬더 워리어들의 피를 흐르게 할 많은 이들 중 한 명이 될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었다. 오늘은 그 날이 아니었다. 몰란드 센의 이 아침은, 아직 그때가 아니었다.


 사기타루스는 황제가 바람에 휘날리는 자신의 머리칼을 장갑 낀 손으로 쓸어 내리는 모습과, 그가 당신의 거뭇한 얼굴에서 머리칼을 떼어내는 모습을 기억하였다. 바람결에 썬더 워리어들의 헬멧 꼭대기에 달린 술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사기타루스.” 황제가 갑옷들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압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두 다리로 우뚝 서있는 독수리 무늬로 장식되어 있는 투구를 쓰고 있던 사기타루스는, 자신의 주군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나의 왕이시여, 부르셨나이까?”


 “때가 되었다. 부디, 네 창을 다오.”

 사기타루스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창을 들어 올려 그의 전쟁 군주가 뻗은 손을 향해 내밀었다. 황제는 사기타루스의 창을 받아 들고는, 장갑 낀 한 손으로 그것의 자루 중간 부분을 굳게 쥐고 높이 치켜 들었다. 황제는 창을 수평으로 낮추어 들며, 그의 전사들에게 위치를 고수할 것을 지시하였다. 마치, 라디오라클 시스템과 그에 뒤이어 개발된 복스 네트워크가 출현하기 이전에, 옛 지구의 청동기-Bronze Epoch철기-Iron Era를 살았던 지휘관들이 수 세기에 걸쳐 그래왔듯이.


 사기타루스는 군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군대가 황제에게 집중을 돌리면서 그들의 집중력은 팽팽하게 조여 들었다. 그들은 황제를 응시하며, 대기하였다.


 연설은 행해지지 않았다. 황제의 군대는 이미 지난 밤 그들이 받은 명령을 돌판에 새겨 지니고 있었다. 저주나 맹세를 하는 소리도 없었다. 맹세와 저주는 적군이 집결하기 이전에 이미 끝나 있었다. 황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황제는 번개 치는 하늘을 향해 창을 세 차례 수평으로 내지르는 것으로 진격 명령을 대신하였다.


 그리고 썬더 리전의 연대들이 군홧발로 대지를 진동하며 언덕을 향해 전진하는 동안, 황제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서른 커스토디안들로 이루어진 의장대가 황제와 함께 대기하였고, 기수들과 참모진, 전령들, 수행원들과 조언가들로 이루어진 무리 역시 그곳에 남아 있었다. 그들 각각에게는 저마다 시종들과 호위병들이 붙어 있었다.


 사기타루스는 무질서하게 흐트러진 병사들의 대열이 파도처럼 경사로를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썬더 워리어들의 혼잡한 진격 형태란,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의 질서정연한 모습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썬더 워리어들은 그 규율만이 아니라, 스페이스 마린들이 받은 생물학적 강화 시술 또한 기대할 수 없었다. 썬더 리전은 통합 전쟁에서 테크노 바바리안들을 분쇄하기 위한 병력이었고, 거기에 있어서는 그들의 능력을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은하계 전역의 외계 종족들을 상대로 한다면 어떠한가? 썬더 워리머들은 아마 궤멸되고 말았으리라.


 황제는 전투 개시의 국면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깊은 인내심이 담긴 황제의 시선은 보다 높은 봉우리들에 머물고 있었다. 곧 그곳에서 살인 기계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었다. 황제는 사기타루스에게 그의 창을 돌려주었고, 사기타루스는 마땅한 경의와 함께 그것을 받아 들었다.


 황제는 자신의 허벅지에 걸려 있는 화려하게 장식된 볼터를 확인하였다. 최초의 볼터들 중 한 자루이자, 그 동류들의 선조였다. 그것은 기술의 암흑시대로부터 재발견된 유물이 아닌, 황제 그 본인이 직접 고안한 발명품이었다.


 “사기타루스.” 황제의 입은 이번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황제의 낮은 목소리는 전쟁 군주의 진짜 목소리라기에는 너무도 낮았다. “사기타루스.”


 사기타루스의 잔해는 시각 렌즈의 차가운 표면 위에 자신의 이마를 기대었다. 렌즈를 보강하는 트랜스플라스틱*에 묻은 기름진 붉은 자국 너머로 그는 외부를 응시하였다.


(*역주: 직역하자면 투명 플라스틱이지만, 해당 소재의 자체적인 명칭으로 추정되므로 그냥 음역함.)


 “사기타루스.” 그의 동족들 중 한 명이 그의 남은 뼈를 담고 있는 장갑 요람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라. 사기타루스가 말했다. 이빨도 없는 상처투성이 입은 산소가 가득 함유된 걸쭉한 합성유로 가득 차있었다.


 “라.사기타루스의 움직이는 무덤의 뼈대에 설치된 스피커들로부터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


위에서 나오듯이 썬더 워리어 폐기 이유는 그냥 얘들 인성이 개판이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인성도 개판이지만, 개개인은 잘 싸워도 규율이나 조직력 등이 개판이었던 것. 진군하면서 대열도 제대로 못 맞춘댄다. 아스타르테스들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

사기타루스도 얘네들 데리고 대성전 했으면 제노스들한테 쳐발렸을 거라고 인정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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