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데 집중한 에피소드다. 두 주인공의 만남이 그럭저럭 괜찮게 그려진다.

반면 사건은 실망스럽다. 등장인물의 매력으로 논리의 허술함을 덮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양이 목에 행주가 걸려있었다. 따라서 타로는 고양이를 기르려고 했다." 이게 사건의 핵심인데, 도저히 연결이 안 된다.

고양이 목에 행주는 누구라도 걸 수 있다. 식당 주인이 걸었을 수도 있고, 식당 단골 손님이 걸었을 수도 있다. 혹은 식당과 무관한 제3자가 걸었을 수도 있다.

그 행주는 유카타를 잘라 만든 것이었고, 근처에 옷가게가 있었으니까. 누구든 '우연히' 같은 무늬의 유카타를 구해서 그걸로 행주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니까 고양이 목에 행주가 걸려있다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이 후 추리도 아주 이상하게 이어진다.

백번 양보해서 타로가 고양이 목에 행주를 걸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게 "지금" 신사에 있다는 증거가 될까? 아닐걸.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확신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고양이를 보러 간다는건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지, 그걸 확신할 근거는 전혀 없었다.

고양이 보러 가는 길에 교통 사고 나서 병원에 실려갔을지도 모르고, 납치 당했을 지도 모를 일이고, 뭐든 가능성은 있다. "신사에 갔다"는걸 확신시킬 근거가 전혀 없었다.

너무 작은 단서로 많은걸 뽑아내려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셈이다.

'고양이 목에 행주가 걸려있다'는 단서 말고 다른 단서들도 배치했다면 좋았을텐데.

뭐 범인의 선택도 납득이 안되긴 마찬가지다. 목격자를 제거하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 되지만, 방화라는 수단은 정말 말도 안된다.

본인의 범행을 숨기고 싶으니까 목격자를 제거하려는거 아닌가. 그런 사람이 동네방네 다 알아차리라고 방화를 한다? 차라리 어디 한적한 곳에 끌고가서 칼로 찔러 죽이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기대가 너무 컸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전권 구매 했으니, 읽으면서 꾸준히 리뷰를 남길 셈이다.

어쩌면 다음 에피소드부턴 좀 더 치밀한 사건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