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후더닛 단편 12편을 모은 단편집이다. 각 단편마다 30여쪽 내외의 분량인데, 각각의 이야기가 서사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단순한 '퀴즈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딱 적당적당한 분량이라서 지루할 틈 없이 한번에 쭉쭉 읽어나갔다. 모든 이야기의 단서는 (당연히 완벽할 수는 없지만) 공정하게 주어진다. 의외로 유머 또한 준수한 편이다.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 느낌이 난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체스터튼이 여러번 언급된다.)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연설하던 시장을 찌르고 감쪽같이 사라진 유령 신사를 다룬 '저주받은 야외 음악당의 수수께끼', 기차 안의 문 잠긴 승무원실 안에서 살해된 승무원을 다룬 '문 잠긴 승무원실의 수수께끼', 박해받는 집시들을 도와준 목사가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 '크리스마스의 교회 첨탑 수수께끼', 투표를 하던 중 기표소 안에서 죽은 후보자를 다룬 '기표소의 수수께끼'가 인상깊었다. 물론 나머지 단편들도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늘날의 영미권 미스터리는 정통 추리보다는 스릴러가 대세기 때문에 손이 잘 안 갔는데, 이렇게 고전적인 본격 미스터리가 출간되어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두번째 편은 이것보다 더 많은 15편의 이야기가 담긴다는데 더욱 기대된다.

점수 : ★★★★★★★★☆☆ (8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