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이 떠오르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환상의 여인>이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주제나 세부적인 전개는 많이 다르지만 말이다.

가독성과 기승전결이 상당히 뛰어나다. 주인공 마키시마 후타가 사귀었던 세 명의 여성들이 차례차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도입부에서부터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후타는 펫 시터로 일하는 한편 여성들의 정체를 추적해나가는데, 후타가 중간중간 겪는 펫 시터 관련 사건들이 현실성이 뛰어나서 나도 모르게 몰입했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이 살아있다. 그러면서도 도입부터 결말까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개해나간다. 결말부의 클라이막스에서 모든 것이 감동적으로 집약되는 장면이 압권인데, 감수성이 예민한 독자라면 눈물을 흘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본격 추리물이라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플롯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건의 배후에 대해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추리를 위한 단서들이 작품 곳곳에 공정하게 깔려있다. <환상의 여인> 같은 경우는 허무한 결말이나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로 인해 과대평가된 작품이라는 평도 있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추리물로서의 재미를 주는 한편 오늘날의 '반려동물 관련 문제'와 'XXX 문제 (스포일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음)'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어서 좋았다. 데뷔작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알차게 담아냈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국내에서 얼른 보고싶다.

점수 : ★★★★★★★★☆☆ (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