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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조금은 다른 얘기) 전쟁터의 요리사들 - 후카미도리 노와키

ㅇㅇ(210.115) 2021.06.22 17:01:03
조회 182 추천 8 댓글 1
														

(사건의 전말에 대한 스포는 없지만 줄거리 소개 수준의 내용은 있음)


일본작가가 쓴 2차 세계대전 미 공수부대 조리병의 일상 미스터리 연작집.

'(전쟁이라는) 특수설정 속의 일상미스터리'이라는 아이디어가 먼저 눈에 띄였다. 책을 읽고 나니 아이디어만큼이나 깊은 여운이 있기도 하다. 각 사건의 미스터리가 그닥 기발하지도 않고, 전쟁 속의 주인공 심리 변화도 상투적인 면이 있었지만, 충분히 상황에 몰입할 수 있어서 '아이디어가 전부'인 소설은 아니었다. 꼭 읽어야 하는 걸작까지는 아니어도,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변화구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여기 검색하면 이 책에 대한 다른 좋은 리뷰들이 있으니 이쯤하고...) 

사실 내가 리뷰를 쓰는 건 조금 다른 이유에서이다.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추리소설을 꽤나 좋아한다. 하지만 엄청난 독서광인 것은 아니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아직도 작가의 손에서 놀아난다. 논리적으로 범인을 맞힌 적은 없고, 모든 게 작가가 의도한 대로 따라갈 뿐이다. 어느새 추리소설을 읽은 지 30년이 넘었고 읽은 책이 얼마나 되는지도 셀 수 없지만 내 추리실력은 그냥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 나는 왜 아직도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계속 읽는지 <전쟁터의 요리사들>을 보면서 문뜩 그 이유가 떠올랐다.


"그만들 하지? 라이너스 따위 아무래도 상관 없잖냐." "눈 앞의 일은 잊을 순 있지." (p. 81~82)

"뭔가 다른 생각을 하자. 머릿속을 다른 것으로 가득 메우는 게 훨씬 편하다. 그래. 분말 달걀 도난 사건이라든지." (p. 168~169)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동료와 적이 죽어나가는 전쟁의 한 가운데서 보조 낙하산이 없어지거나, 맛없는 분말 달걀이 없어지는 사건 등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에 집착한다. 마치 직장이나 사회생활의 피곤함에 찌든 내가 좀비처럼 추리소설에 집착하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 보면 고3시절이라든가, 군대에서라든가, 실연을 당했을 때든가 뭔가 힘들 때 추리소설에 더 집착했던 거 같다. 현실에서 지칠 때 <눈 앞의 일을 잊기 위해> <머릿속을 다른 것으로 메우기 위해> 나는 추리소설을 읽고 있었다.


최근 이사를 하면서 추리소설만을 위한 좀 비싼 책장을 구입했다. 가끔씩 책장에 꽂힌 책들을 물끄럼이 바라보고 있기도 한다. 그 중에는 내용이 기억나진 않지만 언제 읽었는지는 기억하는 책들이 있다.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있다. 그 책을 다시 읽고 싶기 보다는 그 책을 읽던 그 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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