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품이다. 장단점이 확실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작품.

개인적으로는 '호'다.

* 스포주의 *

장점은

1. 추리 과정이 깔끔하고 논리적이다.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의 기승전결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으며, 추리 과정에서 논리적인 비약이 적고 '독자와의 공정한 대결'이 가능하다.

2. 좀비라는 소재가 신선하다. 초자연적이고 우연적인 소재를 등장시켰지만 본격 추리의 맛은 훌륭하며 좀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추리를 전개해 나간다.

3. 가독성이 뛰어나다. 읽기 쉬운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 덕분에 한 번 펼치면 순식간에 다 읽을 수 있다.

단점은

1. 일단 '씹덕성'이 충만하다. 나온 지 꽤 된 작품이지만 본인은 이제서야 읽었는데, 이 작품은 초반부터 씹덕내가 풀풀 나는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초반만 그런 것도 아니며 이 씹덕성은 작품 결말까지 이어진다. <영매탐정 조즈카>보다 심하고 <체육관의 살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2. 범인과 주인공의 행동의 동기가 설득력이 부족하다. 원래 동기라는 건 작품 속에서 설정하기 나름이고 이 작품에서는 그럴 듯한 상황도 주어졌지만, 두 명의 동기가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건 사실이다.

3. 매력있는 캐릭터들이 도구로써 사용되다가 금방 퇴장한다. 이것은 관 시리즈를 비롯한 저택물의 대표적인 단점이기도 한데 이 작품은 이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4. 좀비라는 존재가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즉 맥거핀으로 남았다.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추리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기는 하지만, 설명이 있었다면 더 흥미로운 전개가 가능했을 것이다.

5. 결말부에서 피해자들을 미화하는 듯한 서술이 있어서 불편했다. 여러 상황들을 따져봐도 그들이 쓰레기라는 건 확실하다. 물론 그들을 살인하는 것이 정당한가와는 별개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보면 단점이 엄청 많은 것 같지만 다 읽고나니 생각보다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이 작품 하나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시리즈 후속작인 <마안갑의 살인>과 <흉인저의 살인>을 모두 읽어야 더 객관적으로 할 수 있을 듯 하다.

점수 : ★★★★★★★★☆☆ (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