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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번역) 존 딕슨 카 - 고블린 숲의 집 (2)

ㅁㄴㅇㄹ(110.14) 2021.07.24 09:17:59
조회 256 추천 16 댓글 2
														

(밑에 올린 1편에서 이어짐) 


빌 세이지가 현관문을 열고 비키의 이름을 외쳤다. 소리는 마치 모든 방을 뚫고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몇 달 동안 한번도 창문을 열지 않았던 오두막의 강렬한 열기와 답답함이 그들을 향해 불어왔다. 하지만 어떤 대답도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지." H.M.이 딱딱거렸다. "그리고 그만 좀 울어." 늙은 마에스트로는 초조해 했다. '비키가 현관문으로 빠져나가지 않은건 확실하네. 하지만 지금 슬쩍 빠져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확인해야해.” 


그는 현관에서 썼던 테이블과 의자를 밀쳐내며 앞문을 잠갔다. 일행은 좁은 통로에 있었는데, 한때는 쪽마루 바닥판과 소나무 패널 벽으로 장식된 이 통로는 뒤쪽의 유리창 달린 문으로 이어져 있었다. H.M은 이 문을 조사하기 위해 앞으로 느릿느릿 걸어갔고, 빌이 말한 대로 문이 잠기고 빗장이 채워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고블린 숲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들은 서로 합심하여 오두막을 뒤졌다. 통로의 한 편에는 넓진 않지만 꽤 큰 크기의 방 두개가 있었고, 나머지 한편의 작은 두 개의 방은 화장실과 부엌으로 쓰이고 있었다.  H.M.은 먼지 안개를 일으켜대며 사람이 숨을 만한 모든 곳을 샅샅이 뒤졌다.


모든 창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굴뚝 연통은 매우 좁아서 누구도 들어갈 수 없었다.


비키 애덤스는 거기에 없었다. "이런, 세상에!" 헨리 메리베일 경이 한숨을 쉬었다.


H.M도 차마 말을 못 꺼낼 만큼의 큰 충격을 받은 세 사람은 바보처럼 욕실의 열린 문 밖에 모였다. 욕조 수돗물이 단조롭게 떨어졌다. 서리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하루의 마지막 햇빛때문에 창에 비친 세명의 얼굴이 마치 절단되어 매달린 것처럼 보였다. "빌." 이브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속임수야. 오,  그 애의 진실이 전부 드러나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바랬는데! 이건 속임수야!'


“그럼 그 애는 어디있는거야?” 


“헨리 경이 말해주실 수 있을거야! 그렇죠, 선생님?” 


"글쎄.. 자." 거인이 중얼거렸다.


굴뚝을 살펴본 직후 모자를 눌러쓴 바람에, H.M의 파나마 모자에는 큰 검은색 손도장이 찍히고 말았다. 그는 빌을 노려보며 말했다. “젊은이. 이 요술에 대해 자네에게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네. 산딸기를 따러 갔을때, 정말로 비키 애덤스와 같이 간게 아닌가?”  


“하느님께 맹세드릴 수 있어요. 결코 아닙니다.” 빌이 성질을 내면서도 분명하게 대답했다. “게다가 그 애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겠어요? 뒷문의 자물쇠와 빗장을 보시라구요!”


H.M은 모자 위에 검은 손자국을 거칠게 두 개 더 냈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앞으로 두세 걸음 걸어가 좁은 통로로 향하다가, 지금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바닥에 놓여있던 뭔가에 발이 반쯤 미끄러지자 그것을 집어 들었다. 한쪽 귀퉁이가 들쭉날쭉한 큰 장방형의 얇은 방수포였다. "뭐 좀 찾으셨나요?" 빌이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모르겠어, 잠깐 기다리게!!”


통로 뒤편 왼쪽에는 비키 애덤스가 어렸을 적 사라졌던 침실이 있었다. 방금 전 이 방을 한번 뒤졌음에도 H.M은 그 문을 다시 한번 열었다.


고블린 숲은 이제 거의 어둠에 휩싸였다. 


그는 20년 전 사건이 일어난 방을 흐릿하게 응시했다. 방은 한때 광택이 났을 마호가니 가구들과 레이스 커튼, 주름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거울은 하얀 벽을 비추고 있었다. H.M은 특히 창문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각각의 틀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돌아가며 만져보고, 심지어 꼭대기를 검사하기 위해 힘들게 의자를 놓고 그 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는 빌에게 성냥을 빌렸다. 딱딱거리는 소리에 이어 분출하는 작은 빛이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일행은 H.M의 얼굴에서 희망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빌이 수십 번도 더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그애는 어디 있죠?”


"젊은이." H.M이 대답했다.”실망스럽게도, 모르겠네.” 


이브가 갑자기 “여기서 나가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라리 작은 비명에 가까웠다. ”이게 다 속임수라는 걸 알아! 비키는 사기꾼이라고! 하지만 일단 여기서 나가요. 제발 여기서 나가자고요!”  


"저 또한" 빌이 목청을 가다듬었다. "동의합니다. 어쨌든, 내일 아침까지는 비키에게서 연락이 없을 테니까요.”


"그럼, 그렇고 말고.”  비키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속삭였다.


이브가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램프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오두막에서 물러나는 모습은 꼴사납다고밖에 말할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어떻게 그들이 거친 잔디밭을 비틀거리며 내려왔는지, 어떻게 차에 깔개와 피크닉 바구니를 실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들이 다시 큰 길을 찾아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는것이 좋을 것 같다. 


헨리 메리베일 경은 그때부터 “별거 아니지만, 약간의 소름끼치는 낌새”를 알아차렸다.  그가 그것에 대해 말할 확신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고, 이 사실은 그 후에 일어난 일에서도 유추할 수 있었다. 


클라리지스 호텔에서 랍스터와 피치 멜바로 늦은 저녁식사를 한 H.M은 브룩 스트리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끔찍한 잠을 청했다. 침대 옆 전화벨 소리가 그를 깨운 것은 여름 새벽이 오기도 전인 오전 3시였다.   


그의 혈압이 치솟았다. “친애하는 헨리 경!” 귀에 익은 요정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H.M은 담즙으로 가득찬 인간으로서의 자신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전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침대 옆 램프를 켜고 안경을 조심스럽게 착용했다. “내가 지금 영광스럽게도,” 그가 위험해 보일 정도로 정중하게 말했다. “비키 애덤스 양과 대화하고 있는건가?” 


"네, 그래요!” 


"자네가 잘 지내고 있을 거라”  H.M.이 말했다. "진심으로 믿고 있네만, 벌써 물질화된겐가?” 


“오, 그럼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죄송하지만 – 목소리에서 새침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 그건 하루나 이틀 정도 비밀로 해둘게요. 좋은 가르침을 드리고 싶어요. 축복을 기원할게요. 그럼.” 


그리고 그녀는 수화기를 끊었다.


H.M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나왔다. 발뒤꿈치까지 늘어트린 구식 나이트 셔츠에 덮인 그의 웅장한 배가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 그는 새벽 3시에 깨어난만큼 다음 해야 할 일로 다른 누군가를 깨우기로 했고, 마스터스 경감의 집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닙니다. 선생님,” 마스터스가 기침을 하며 목청을 가다듬은 후 단호하게 응답했다. "전화거셔도 괜찮았습니다. 정말로!” 그는 다소 즐거운 듯이 말했다. "왜냐하면 선생님께 알려드릴 소식이 있거든요.” 


H.M.은 의심스러운 듯 전화기를 쳐다보았다. '마스터스, 또 나에게 한 방 먹이려는 건가?”  


"선생님이 저에게 항상 하려던 거 아닙니까?” 


"알았네, 알았어!" H.M.이 으르렁거렸다. "어떤건가?"


"어제 비키 애덤스 사건에 대해 얘기했던 거 기억하십니까?'


“어느 정도는.” 


"좋습니다! 저희 쪽 사람들하고 몇마디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어떤 변호사를 만나보라고 귀띔을 받았습니다. 애덤스 씨가 약 6, 7년전에 사망하기 전까지 그의 개인 변호사로 있었던 사람입니다.”  


여기서 마스터스의 목소리는 승리감에 취한 듯 온화해졌다. “헨리 경, 제가 척 랜달이 재빨리 도망치기 위해 그 오두막에 어떤 장치를 설치했다고 늘 말씀드렸죠. 제가 옳았습니다. 그건…”  


“자네가 거의 맞췄네. 마스터스. 그 장치는 속임수 창문이었어.” 


마치 전화기가 움찔하는 것 같았다.  “네?” 


“속임수 창문”, H.M이 참을성 있게 말했다. “스프링을 누르면 잠겨있는 창문이 창틀째로 벽 사이로 내려가고 그것을 기어올라 나갈 수 있게 되는 거지. 그러고 나서 다시 위로 올려놓으면 돼.”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알아내신 겁니까?” 


“이봐 젊은이! 천주교 사제가 박해받던 시절에는 시골 집들에 그런 창문들이 만들어지곤 했어. 이제 두번째 추측을 해도 될 것 같은데… 그거 아마 작동하지 않을거야.” 


마스터스는 짜증이 난 것 같았다. "지금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는 동의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짐작이 가. 말해보게.”


“왜냐하면, 애덤스씨는 죽기 직전에 사랑스러운 딸이 어떻게 자신을 당황하게 만들었는지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더라구요.  4인치짜리 못을 한움큼 써서 오랑우탄도 움직일수 없을 정도로 창틀의 윗부분을 꽉 봉해 놓고. 덧칠을 해서 다른 사람이 알아차릴수 없게 했습니다.” 


“그래… 자네는 그걸 이제 알아차린 거구만.” 


"그 젊은 아가씨 본인이 알고 있었는지 의심스럽군요. 하지만, 세상에!" 마스터스는 성을 냈다. "이제는 아무도 그런걸로 장난을 못치겠죠!”  


"그런가? 그러면 동일한 여자애가 동일한 집에서 사라졌다는 걸 알면 흥미가 생기겠나?” 


H.M.은 자신이 겪은 사실들에 대한 긴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전화에 잡음이 생겼기 때문에 중단해야만 했다. "정말로, 마스터스." H.M이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농담을 하는게 아닐세. 그녀는 창문을 통해 나온게 아니야. 허나 밖으로 나온건 사실이야. 내일 아침에 -그는 주소를 알려주었다- 나를 만나러 오게나. 그러면, 좋은 밤 되길.” 


지친 모습의 마스터스가 시니어 보수당 클럽의 면회실로 들어온 것은 다음날 점심 직전이었다. 면회실은 어둡고 음침한 장소였다. 통풍구가 열려있었고, 수염을 기른 성질 나빠보이는 신사들의 그림이 방문객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방안은 나무와 가죽의 퀴퀴한 냄새로 가득찼다. 테이블 위에 위스키와 소다수가 놓여 있었지만 H.M.은 거기에서 멀리 떨어진 가죽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대머리에 걸치고 있었다. "자, 마스터스, 침착하게!" 그가 주의를 줬다. 이 사건은 기괴하지만 경찰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야 – 아직은 말이지.”  


“저도 그게 경찰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압니다.”  마스터스가 침울하게 말했다. “그렇긴 하더라도, 에일즈베리의 경감과 일단 연락을 해놨습니다.”  


“포울러 말인가?” 


“아는 사이셨습니까?” 


“그렇고 말고. 나는 누구든지 알고 있다네, 그가 조사하는 건가?” 


“그가 그 골치아픈 오두막을 살펴볼 겁니다. 제가 여기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요청해놨습니다. 그동안, 선생님----" 


악마적인 영감이라도 받은 것처럼 바로 이 때 전화벨이 울렸다. 마스터스보다 H.M이 좀더 빨리 전화를 받았다. “늙은이라네.” 그가 무의식적으로 위풍당당한 태도를 취하며 말했다. "그래, 그래!" 마스터스는 여기 있지만 좀 취해서. 나에게 먼저 말해주게. 뭐라고?”  


전화기에서 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물론 부엌 찬장도 들여다봤어." H.M.이 고함을 질렀다. “거기에 비키 애덤스가 숨어있을 거라 기대는 안했지만 말일세.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보게! 접시? 거기에 컵이…”  


H.M.의 표정에 무서운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모든 가식이 그에게서 빠져나갔다. 사실을 종합하기 위해 눈과 뇌를 움직이면서 H.M은 전화에서 가늘게 나오는 목소리에는 더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마침내 (비록 목소리는 여전히 말하고 있었지만) 그는 수화기를 끊었다.  


H.M.은 더듬거리며 중앙 테이블로 돌아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마스터스." 그가 아주 조용히 말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를 뻔 했어." 여기서 그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러지 말아야 했네. 마스터스, 그러지 말아야 했어. 하지만 파울러의 말을 끊었다고 나에게 화내지 말게. 이제 비키 애덤스가 어떻게 실종되었는지 자네에게 말해줄 수 있으니까. 그녀는 낯선 나라로 간다고 했을 때 하나의 진실을 이야기 한거야.”


“무슨 뜻입니까?” 


"그녀는 죽었어." H.M.이 대답했다.


그 말은 턱수염 기른 얼굴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음울한 방안으로 무겁게 떨어졌다.  "그래." H.M.은 멍하니 말을 이었다. "비키 애덤스가 사기꾼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옳았다네. 그 말이 맞아.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끔 하기 위해 속임수 창문을 써서 가족들에게 장난을 친 거지. 그녀는 죽 그렇게 살아온거야. 그게 나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끔 만들었어. 나는 비키 애덤스가 어떤 속임수를 쓸 지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고 있었지. 그래서 이 우아한 한 쌍의 선남선녀, 이브 드레이튼 양과 윌리엄 세이지 군이 고의로 그녀를 살해하려 한다는 계획을 눈치채지 못한거야.”


마스터스는 천천히 일어섰다. “살해라고 하셨습니까?'


“아, 그렇다네.” 


다시 H.M.은 목청을 가다듬었다. "내가 증인이 되도록 모든 것이 사전에 준비되었다네. 그들은 비키 애덤스가 스스로를 사라지게 만든다는 도전을 거부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어. 더욱이 비키 본인은 항상 속임수 창문을 써서 나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두 사람은 비키가 사라질 거라고 말하기만을 기다렸던 거야. 마스터스, 그들은 속임수 창문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만 자신들의 계획은 아주 잘 알고 있었지.”  


“이브 드레이튼은 나에게 동기를 이미 말했네. 물론 그녀는 비키를 증오했지. 하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냐. 이브는 비키 애덤스의 유일한 친척이었어. 엄청나게 많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겠지. 이브는 자신이 강한 참을성을 가졌다고도 말했고. (그리고 젠장할, 그 말을 할때 그녀의 눈이 의미하던 게 뭐였는지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녀는 약간의 살인 혐의라도 감수하기 보다는, 실종자가 사망으로 추정되기까지의 7년을 기꺼이 기다릴 예정이었던 거지.” 


“내 생각에, 우리의 이브는 그 음모에 맹렬한 추진력을 제공했던 것 같네. 그녀가 겁에 질렸던건 잠깐뿐이었지만, 세이지는 내내 그랬거든. 하지만 진짜 손을 더럽힌 사람은 세이지야. 그가 비키 애덤스를 그 오두막 안으로 유인하는 동안, 이브는 잔디 위에서 나와 바싹 붙어 대화를 나눈거야…”  

H.M이 멈췄다.


마스터스 경감의 마음 속에 견딜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떠오른 것은, 몇년 전에 본적이 있던, 어둑어둑해지는 숲과 맞닿아있는 거친돌로 지은 방갈로의 모습이었다. 


"마스터스" H.M.이 말했다. "몇 달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집에서 목욕탕 수돗물이 뚝뚝 떨어졌던 이유가 뭐였겠는가?"


“혹시?”  


“자네도 알듯이, 세이지는 외과의야. 나는 그가 검은 수술도구 상자를 차에서 꺼내는 걸 봤어. 비키 애덤스를 집 안으로 데려갔지. 욕실안에서 그녀를 칼로 찌르고, 옷을 벗긴 뒤에, 욕조에서 시체를 토막낸거야. 자네 진정하게!”  "계속하시죠." 마스터스가 미동도 없이 말했다.


“머리, 몸통, 포갠 팔다리들을 얇고 투명한 장방형 모양의 커다란 방수포 세장으로 쌌어. 피가 떨어지지 않도록 각각 굵은 실로 꿰맸고. 어젯밤에 나는 그가 귀퉁이에 바느질을 실패하는 바람에 망가뜨려놓은 방수포 조각을 본 적이 있네. 그런 다음 그는 뒷문을 잠가놓지 않은 채로 집을 걸어나와 산딸기를 땄다는 알리바이를 만든거야.”   


"세이지가 거기서 나갔다고요." 마스터스가 소리쳤다. "시체를 집에 두고요?"


"아, 그래." H.M.이 동의했다.


“그렇다면 시체를 어디에 놓아둔 겁니까?”  


H.M은 이 말을 무시했다. “한편, 이브 드레이튼은 어떤가? 45분으로 예정했던 시간이 끝나자. 그녀는 약혼자와 비키 애덤스 사이에 문란한 교제가 있다고 말했지. 그리고 집으로 뛰어들어갔어. 하지만 그녀는 거기에서 뭘 했던 걸까?” 


“이브는 통로 뒤편으로 걸어갔고, 난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었지. 거기에서 뒷문을 잠그고 빗장을 건거야. 그리고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걸어나와 나에게로 다시 왔고. 이제 두 선남선녀는 조사를 받을 준비가 완료된 거네.“  


"조사요?" 마스터스가 말했다. “시체가 아직 집안에 있는데도요?'


“아, 그래.” 


마스터스는 양 주먹을 치켜올렸다. H.M은 말했다. “젊은 세이지는 자기가 씻어내긴 했지만 떨어트려버린 방수포를 내가 찾아냈을때 충격을 받았겠지.” “어쨌든, 속임수가 두 개 더 남았네. 만약 자네가 거기 있었다면 이브 드레이튼이 비키 애덤스처럼 목소리를 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거야. 만약 누군가가 어두운 방에서 평소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간드러진 톤으로 조심스럽게 흉내를 낸다면, 환상은 꽤나 잘 먹히겠지. 전화 통화 때도 똑같이 한걸세." 


“드디어 끝이 났어. 마스터스. 나머지는 집에서 시체를 치우고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거였네.”  


“하지만 그게 바로 제가 궁금한 점입니다, 선생님!  시체는 그동안 어디 있었던 겁니까? 누가 그 난리 속에서 시체를 집에서 치운 겁니까?” 


"우리 모두가 치웠지." H.M.이 대답했다. "뭐라구요?"


"마스터스." H.M.이 말했다.  “피크닉 바구니를 잊지 않았겠지?"


이제 경감은 H.M.의 얼굴이 창백해진것을 보았다. 그의 다음 말은 마스터스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큰 사이즈의 뚜껑달린 고리버들 바구니. 현관에서 식사를 하고 난 후 그 바구니들이 집안으로 밀어넣어졌고 세이지가 그것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일세. 사용했던 그릇 거의 전부는 부엌 찬장에 놔둬야만 했지. 하지만 소풍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고리버들 바구니 세 개 안에 실제로는 도살자의 꾸러미 세 개가 담겨있었던 거야. 나는 그 중 하나를 직접 차에 실었지. 이상한 기분이로군.” 


H.M.은 위스키를 향해 주저하며 손을 내밀었다. "글쎄." 그는 말했다. "나는 앞으로도 그때 내가 옮겼던게 과연 머리였을지에 대한 의문을 떨쳐내지 못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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