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한건 '쥐덫'이었는데, 정확한 내용이야 이제는 생각나지 않지만 음산하고 차가운 설산의 분위기와 모두가 의심가는 상황이 멋졌던 기억이 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지금 읽어도 손색없는 클로즈드 서클 추리소설의 명작이지. 사라지는 인형, 폐쇄된 장소, 짐작도 안가는 범인까지..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티 여사의 최고작으로 생각함. 

이외에도 서술트릭을 선보이기도 하고(최초가 아닐까?), 전형적인 명탐정 - 조수 캐릭터를 만들고 잘 활용하기도 하고. 끝없는 밤 같은 작품은 분위기만으로 끝까지 읽게하는 흡입력도 좋고 말야. 검찰측의 증인을 위시한 단편의 완성도도 높고..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어. 일본만큼 현대에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미스테리 소설을 꾸준히 내는 곳은 없는 것 같은데, 그 원형을 대부분 20세기 초에 완성했으니 말야. 

물론 캐릭터 측면에서 푸아로 - 헤이스팅스 콤비가 홈즈 - 왓슨에 비해 다소 매력이 떨어져서인지 BBC의 셜록이나 CBS의 엘리멘트리처럼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영상물이 없다는게 아쉽긴 함. 오리엔트 특급살인같은게 영화화되긴 했지만.. 막 캐릭터가 매력있는 건 아니잖아.

그냥 지루한 수요일 오후에 뜬금없이 생각나서 짧게 남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