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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écriture - 신인작가 스기우라 리나의 추론 - 1장

水鏡瑞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21 17:42:02
조회 251 추천 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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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워커의 견본 보면서 짬짬이 옮겨적는 겁니다)


올해로 스물 세 살이 되는 스기우라 리나에겐 코단샤 사옥은 궁전마냥 호화스러웠다. 라이트 미스테리를 3권 냈을 뿐인 실적이 불안함에 박차를 가한다. 도저히 소설가라고 이름을 댈 수준이 아니다.

오토와니쵸우메, 도쿄메트로 고코쿠지 역 계단을 오르고 나면 보이는 너무나도 거대한 서양고전건축에 넋이 나가는 시간이 30분. 리나는 인접한 빌딩의 고층에 있는 호텔 스위트룸과 쏙 닮은 휘황찬란한 실내에 있었다.

높은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 널찍한 목조바닥, 비싸 보이는 조도품, 창틀을 장식하는 커튼의 섬세한 바느질땀. 유리창 너머로는 봄 햇살이 내려쬐는 도심을 내려볼 수 있다. 듣자하니 에도가와 란포 상의 수상식이 열리면 이 방에서 진행된다는 듯하다.

피아노 발표회같은 복장,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롱원피스로 이런 자리에 나온 자신이 원망스럽다. 격식 높은 공간 속에선 자신이 싸구려 티가 나는 게 무척 눈에 띈다. 무리해서라도 신품 드레스를 렌탈했어야 했다.

대체 책을 몇억권이나 팔면 이런 사옥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이 방의 청소만으로도 기간제 직원의 봉급을 환산하면...

여자의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스기우라 양."

"앗." 리나는 허둥대며 뒤돌아봤다. "아, 네."

코단샤의 여성문예편집자가 차분히 말했다. "이와사키씨가 오셨어요."

리나는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열린 문 앞에 마른 체형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다. 리나는 무심결에 숨이 멎었다.

41세라는 실제 연령보다 젊어보인다. 신중하게 빗어넘긴 7대3 가르마 머리. 수염이 없는 갸름한 얼굴. 정간한 이목구비. TV에서 볼 때보다 훨씬 기품있었다. 당당하면서 불손함이라곤 전혀 없어보이는 데서 사람이 좋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친근함에, 무엇보다도 청결감이 있다.

이와사키 쇼우고. 슌보우 대학 문학부의 강사로서 일본문학연구의 제1인자. 세상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건 소설가 데뷔를 해서다. 4년 전에 쓴 "여명에 다다른 새벽어둠"이 아쿠타가와상&나오키상 동시후보에 올랐다. 아쉽게도 수상은 놓쳤지만 "여명에 다다른 새벽어둠"은 250만부를 넘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이와사키 쇼우고는 문단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작가로서 바야흐로 시대의 각광받는 인기인이 되었다.

한때의 열광적인 붐은 최근 들어서야 가라앉을 수 있었지만, 이와사키 쇼우고라는 작가는 이미 굳건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존재 자체가 문학의 새로운 한 장르였다.

"네." 리나는 압도감을 느끼며 흥분된 목소리를 울렸다.

"만날 수 있게 되서 영광입니다." 이와사키가 명함을 건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저, 저야말로." 리나는 허둥대며 명함교환에 응했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와사키 선생님."

"선생님이라니." 이와사키가 쾌활히 웃었다. "대학 세미나를 생각나게 하는군요. 작가들이 출석하는 파티에 초청받은 적은?"

"음... 저기... 추리작가협회의 친목회라면 초대장이 오긴 했지만, 처음에는 감기 때문에 드러누워버렸고, 두번째는 갑자기 아르바이트로..."

"그런가요? 작가끼리는 선생님 같은 호칭은 서로 부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서로 '~씨'같은 존칭은 쓰지 말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뭐랄까, 망극합니다."

턱수염을 기른 30대 후반의 와이셔츠 차림의 남성이 졸린 듯이 보이는 처진 눈으로 둘을 향했다.

"두 분 다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이와사키 씨가 그 쪽 소파에. 스기우라 양은 이 쪽."

응접용 소파에 서로 마주보며 앉는다. 리나는 몸이 뻣뻣한 채로 소파 끄트머리에 걸쳐 앉았다. 이와사키도 예의 바르게 등을 쭉 펴고 있다.

혼자 느긋한 태도를 취한 건 턱수염 쪽이었다.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IC레코더의 스위치를 누르고 턱수염이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진행을 맡게 된 라이터 아키야마 하야토라고 합니다. '소설현대'에 게재할 대담이라는 점에서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리나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 타이밍을 잡지 못하겠다. 곁눈질로 동태를 살펴보니 코단샤 편집자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사진사들도 대포카메라를 들고 있다. 긴장감에 몸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

이와사키의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자이 오사무는 왜 후지산을 보며 얼굴을 붉혔을까요?"

자연스레 고개를 들도록 하는 말이다. 이와사키의 물음에는 그런 배려가 느껴졌다.

리나는 이와사키를 바라봤다. 아버지보다 더 젊은 이와사키의 온후한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둥대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리나는 라이터인 아키야마에게 물었다. "답해도 되나요?"

"물론이죠." 아키야마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쿠타가와와 다자이를 좋아한다고 공언하신 두 분의 대담입니다. 테마도 거기에 맞췄으니까요."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리나는 다시 이와사키를 향했다. "후지산을 '목옥탕 페인트그림' 내지는 '연극대본의 서명'라 대하고 있지만... 미사카토우게의 텐카찻집에 오기 전 도쿄에서의 묘사를 읽어보면 다자이는 자신과 후지산을 동일시한 듯합니다."

이와사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동일시했을까요? 자기 자신과 후지산을."

"남들의 평판을 강요받는 게 싫었던 거겠죠."

"스스로 품은 비애나 고뇌를 후지산 속에서 찾아냈다는 건가요?"

"전 그리 생각했습니다..."

"재밌군요. 저도 동의합니다. 저기, 스기우라양."

"아, 네."

"그렇게 뻣뻣이 굴지 말아주세요." 이와사키가 미소지었다. "당신은 소설을 세 작품이나 낸 대선배죠. 전 아직 한 작품 뿐입니다."

"당치도 않습니다. 제 데뷔는 카쿠요미(カクヨミ: 카도카와에서 서비스하는 아마추어 웹소설 연재 사이트)에서니..."

"투고사이트에서 인기를 얻어 상위권에 랭크된 후 카도카와에서 제안을 받게 되었죠?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거죠."

"증쇄가 1번도 되지 않고 초판부수가 내려가기만 할 뿐입니다. 이대로 가면 4번째 작품은 전자서적만으로 발매를..."

아키야마가 헛기침했다. "아쿠타가와와 다자이에 관해서..."

"아." 리나는 한층 허둥댔다. "그랬었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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