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힘들게 읽었습니다.

마안갑은 괜찮았는데 조즈카의 라노벨 스멜은 참 견디기 빡세더군요. 그놈의 비취빛 눈동자 타령은 참... 아무리 작가가 마지막 임팩트를 위해 계산한 묘사라고 해도 그 과정 자체가 곤욕이었습니다.

각설하고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에서 드러나는 반전일 겁니다. 반전은 2가지로 나눌 수 있겠고요. 고게쓰와 조즈카, 두 사람의 정체가 각각 드러나는 시점, 아마도 대부분은 조즈카의 경우를 신선하게 여겼을 겁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100% 서술에 의존해 클라이막스를 전개하니 긴장감이 떨어졌습니다. 어느 탐정소설이 안 그러겠냐만, <영매탐정 조즈카>는 100페이지 넘어 그러고 있으니 임팩트는 어느새 사그라지고 지루함이 몰려오더군요.
  
이미 답이 나온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늘어뜨리는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엔 “우와! 그런 관점도 있구나! 신기해요!”라고 하지만 2절, 3절, 4절 넘어가서 처음의 좋은 기억도 날려주시는 그런 눈치 없는 선생님 말입니다.  

주인공 중심의 일방적인 서술이 그러한 감상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추임새를 넣어줄 구경꾼이 없다면 고게쓰라도 정신 줄을 잡아야 긴장감이 형성될 텐데 그냥 어버버하며 개쳐맞을 뿐이더군요. 빌런이란 놈이 티키타카해줄 생각 없이 감탄만 늘어놓기 바쁘니 한심할 지경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주인공 뽕을 위해 빌런을 바보 만드는 설정인데... 생각해 보니 이 부분은 취향의 문제겠네요. 먼치킨 주인공이 악당을 관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긴 하죠.

조즈카와 고게쓰의 감정선도 뜬금없었지만 이 부분은 작가의 의도라고 판단됩니다. 마지막 장을 위한 준비과정이었을 겁니다. 추리소설에서 로맨스를 위해 분량 낭비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에필로그가 와닿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마술과 순간이동은 참... 작품적 허용으로 넘기고 싶어도 앞서 보였던 논리적인 모습과 심히 대비되는 장면인지라 통쾌하다기보다는 가지가지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애니메이션 큐티하니의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어떨 때는 영매, 어떨 때는 탐정, 하지만 그녀의 진짜 모습은 마법소녀.’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래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독서에 만족합니다. 무엇보다 추리에 있어서 논리 전개에 딱히 큰 구멍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완벽하다라고까지는 못해도 넘어가고 수긍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또 4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 1~3장도 사건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나가는 흐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후속작은 평가를 보고 살 겁니다. 라노벨 분위기가 여전하다면 거를 생각이구요. 틀딱이 되어버린 저한테는 그녀의 비취빛 눈동자가 매우 버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