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요약하자면 고립된 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클로즈드 서클입니다.
기괴한 민담이 분위기를 띄우는 장치로 사용되고요.
추붕이라면 눈이 돌아갈 만한 설정이 가득합니다.

사실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여러 고전들을 읽으며 눈이 높아진 데다 국산 본격이라는 점에서 묘한 우려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꽤 내려놓고 독서에 임했음에도...
실망스러운 구석이 많았습니다.

으슬으슬한 초반부는 취향에 딱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긴장감이 싹 사라집니다.
살인방식은 기괴하기 짝이 없지만 주인공의 추리과정이 지극히 평온해요.

이쯤 되면 뭐 하나 터지겠다 하는 타이밍을 몇 번이나 넘겨도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위기도, 사건도 없이 그저 유유하게, 아주 편안하게 흘러갑니다...

그렇다고 소수의 사건에서 사용된 트릭이 기발하다는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제가 문돌이라 그런지 아무리 읽어도 트릭의 원리가 이해되지 않더군요.

그건 둘째 치더라도, 그런 복잡한 트릭으로 살인을 한 게 설득력이 굉장히 부족했습니다.
트릭을 보여주기 위해 앞뒤를 다소 안이하게 짜맞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트릭이 본격의 꽃이라고 해도 소설은 이야기가 우선입니다.
더군다나 이 소설이 강조하는 메시지가 ‘이야기’인지라 더욱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재와 연계가 되는 과거의 사건을 서술만으로 풀어간 것도 아쉽습니다.
차라리 분량을 늘려서 과거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세세히 그렸다면 조금은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가독성은 참 좋습니다. 술술 읽히는 게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작가님이 사회파 소설을 주로 쓰셨더라고요.
사회파 쪽이 주력이신 듯하니 다른 작품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