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함.

예전부터 걸작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절판 및 중고 가격 크리 때문에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이었다. 다행히도 이번에 복간이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구판의 중고 가격은 떡락ㅋㅋ)

550여 쪽에 달하는 분량에서 무섭고도 처절한 인질극이 펼쳐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설산에서의 인질극을 묵직하게 전개해나가는데

작가의 치밀한 묘사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본래 두 권이었던 구판을 한 권으로 합쳐서 냈기 때문인지 더욱

꽉 찬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다 읽고나니 전개의 치밀함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줄거리와 결말은 인상적이었지만,

속도감과 박진감이 중요한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이렇게 치밀한 묘사는 재미를 떨어뜨렸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취재와 자료 조사에 대한 열정은 인정하지만, 간단하게 서술하고 넘어가도 되는 부분에서마저 댐이나 기계,

산악 장비에 관한 지식, 등장인물의 행동 묘사를 지나치게 자세하게 서술하다보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었다.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나 모리무라 세이치의 <고층의 사각지대>를 읽었을 때 느꼈던,

그 특유의 편집증, 강박증에 가까운 디테일은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또한, 전체적인 줄거리는 인질범과 경찰, 인질범과 시민의 대립이

가장 큰 줄기인데 주인공과 인질범의 직접적인 대치에 관한 부분이 과다하게 묘사되는 바람에 정작 나머지 인물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묻혀버렸다.

그래도 설산과 인물의 심리에 대한 빼어난 묘사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작가가 작품을 쓰는데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저평가할 수는 없었다. 읽으면서 자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점수 : ★★★★★★★★☆☆ (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