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절반 정도 읽었는데 남여 구분을 안하는 인칭대명사를 자꾸 남발하니까 이 문장이 남자를 가르키는건지 여자를 가르키는건지 구분하느라 턱턱 걸리는 부분이 많아서 아예 킨들 미리보기로 원문을 뒤져 봤다. 결과는 확실히 그녀로 번역해야 할 부분을 그로 싸그리 뭉개버린거 맞는거 같음.

<원문>

名づけ親は、彼女(카노조:그녀)が今、腕を組 んでいる男だった。

작명자는 그녀가 지금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였다.

<정발 번역문>

별명을 붙인 사람은 그가 지금 팔짱을 낀 남자다.

단편적인 문장 하나만 보면 뭘 이런걸로 호들갑을 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책 자체가 대부분 3인칭 관찰자 시점인데 남여 구분을 하지 않는 탓에 특정 구간에서 쓸데 없이 가독성을 떨어뜨린다는 게 문제임.

하나의 예시를 들어 보겠음.

다음은 피라미드라는 이름의 '남자 탐정'이 히메코라는 '여자 조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묘사되는 장면임.

「히메코는 의자에 걸려 있던 코트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걱정 스럽게 피라미드를 보았다. 총재와 그를 위해서 빨리 추리를 해야 하는데....피라미드는 간절히 그렇게 생각했다」

'총재와 그를 위해서 빨리 추리를 해야 하는데...'라는 문장까지 읽으면 히메코의 독백인 걸로 보이는데 정작 끝까지 읽어보면 문맥상 피라미드의 독백이란 것을 알게 됨. 근데 문맥을 알아도 어딘가 어색한 문장임.

인칭대명사에 남여를 구분하는 건 그만큼 글을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데 무슨 고집으로 죄다 이렇게 번역 한건지 모르겠다.

원문이랑도 다른데. 굳이?

아~혹시

서울시 성평등 언어 제안대로 번역 하신건가?

무튼 정발 소식을 추갤에 제일 먼저 가져 온게 본인일 정도로 상당히 기대했던 작품인데 번역이 틈틈히 몰입도를 박살내서 짜증난다.

국어 문법으로 맞냐 아니냐를 떠나서 적어도 원문대로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은건 확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