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의 최고작으로 기린의 날개를 선택했더라.   당연히 한번 봐야겠지.

근데 추리갤에서는 기린의 날개를 추천해주는 갤러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인기가 없는거다.

일본 지도의 원점이라는 니혼바시에서 중년남자가 가슴에 칼이 꽂힌 채로 발견된다.

순찰하던 순경은 이 중년남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지만 얼마 곧 사망하고 만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용의자가 도주하다가 트럭에 치여서 중태에 빠진다.

용의자는 피해자의 가방과 지갑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진범이라는 혐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거기다가 용의자는 피해자 회사에서 일하다가 억울하게 해고되었다는 사정까지 밝혀진다.

용의자가 사망하자 경찰은 용의자를 진범으로 확정하고 수사를 마무리하려한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가가형사는 끈질긴 수사로 용의자의 무고를 밝히고 진범을 찾아낸다.

기린의 날개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런 구조다.   용의자가 무고하다는건 처음부터 눈치챌 수 있다.

가난한 실직자 상태인 용의자에게는 임신 3개월인 착한 동거녀도 있다.

이 설정만 봐도 용의자가 결백할거라는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상의 힌트는 나오지 않는다.

용의자에 대한 힌트도 없고 진범에 대한 힌트도 나오지 않아서 독자가 추리할 수는 없다.

이런 점은 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나는 이 소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일요일이면 북한산에 가는데 이 소설을 계속 읽기 위해서 동네 뒷산으로 대신했을 정도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나미아잡화점 스타일의 따뜻한 서정성이 돋보인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일단 사망한 용의자의 임신한 동거녀가 걱정되긴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나같은 독자를 위해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동거녀가 잘 살거라는 암시를 준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이 소설을 자신의 최고작으로 선택했는가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