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리뷰/정보] 스포주의 ) 미쓰다 신조 "생령처럼 겹쳐지는 것"

ㅇㅇ(108.183) 2022.03.22 13:34:51
조회 367 추천 8 댓글 2
														

지금까지 도죠 겐야 시리즈 단편집은 총 세권이 나왔는데, 장편이 괴기소설가가 된 이후의 30대의 겐야의 이야기를 다루는 반면 단편집은 대학생 시절과 졸업 후 초짜 소설가가 된 20대 겐야의 젊은 시절을 다룬다. 도죠 겐야 시리즈 단편집은 한권도 국내에 번역이 안되어 아쉬웠는데, 내가 워낙 미쓰다 신조 광팬이라 이번에 2011년에 나온 두번째 단편집인 ‘생령처럼 겹치는 것’의 원서를 구해서 읽는데 성공했다. 진짜 읽기 더럽게 어려웠다. 문장에 사용되는 기본적인 표현부터가 난이도가 높았고, 일본 전통 가옥이나 풍습에 대한 고유명사가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사전을 계속 끼고 찾아봐야 했다. 


개별 작품들의 임팩트는 솔직히 장편보다 약함. 도죠 겐야 시리즈는 괴기스럽고 불가해한 현상들을 길게 보여주면서 빌드업을 한뒤 그걸 결말에서 추리로 설명해나가는 게 큰 재미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단편이다 보니 그 빌드업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음. 그래도 단편이기 때문에 사건 해결을 빠르게 볼 수 있는 점은 좋았고, 미쓰다 신조 특유의 괴기스러운 분위기도 장편 못지 않게 충실하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럽게 읽었던 것 같다. 


단편집은 아무래도 한국에 번역되어 나올 가능성이 낮을것 같아, 간단하게 스토리만 여기에 잠깐 소개해볼까 함. 트릭까지 스포일러 하는 건 좀 아닌것 같아서 그건 안 하려고.   


1. 사령처럼 걷는 것 


국립민속학연구소의 교수인 미야모토 타케시의 저택에 초대받게 된 도죠 겐야. 미야모토 타케시의 저택에는 네 개의 방이 복도로 연결된 직사각형 모양의 별채가 있어, 그와 친분이 있는 네 명의 학자들이 각각의 방을 연구실로 쓰며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겐야는 그 중 한 명인 이사카 아츠노리에게, 죽은 사람의 영을 대나무 신발에 불러내어 그 걷는 소리로 망자의 뜻을 듣는다는 뉴기니의 한 부족의 초혼의식에 대한 괴담을 듣게 된다. 그러나 다음날 낮, 겐야는 별채에서 마치 전날의 괴담처럼 나막신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목격하고, 그 직후 별채 가운데 정원의 정자에서 살해당한 이사카를 발견하게 된다. 정원 전체가 전날 내린 눈으로 뒤덮인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발자국의 끝에는 앞서 말한 나막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눈으로 뒤덮인 열린 밀실이라는 사건 자체는 흥미로웠고, 추리를 위한 단서도 잘 주어져 있는 편인데, 트릭 자체는 읽으면서 “아니 이게 될까?”하는 물음이 나올 정도로 현실성이 부족해서 영 별로였다. 전반부 뉴기니의 괴기담이 실제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분위기 자체는 마음에 들었음.  


2. 천마처럼 나는것 


도죠 겐야와 선배 아부쿠마가와 가라스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람을 잡아간다는 “천마”를 가택신으로 모신다는 미즈쿠리가의 저택에 호기심을 느끼고 방문한다. 천마를 모신다는 사당은 이 저택의 별채뒤에 무성하게 자란 대숲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 대숲에서는 몇년 전 어린아이가 발자국만 남긴 채 종적을 잡을 수 없이 사라져버린 기괴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겐야와 아부쿠마가와가 방문한 그날, 또 다시 한 여자아이가 발자국만 남긴 채 대숲에서 사라져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본채쪽에는 아부쿠마가와와 겐야가, 뒷문 쪽에는 집주인인 무네토시가 있었기에, 뒤뜰은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고 빠져나가기는 불가능한 일종의 밀실 상태였다.  


“사령처럼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트릭 자체는 현실성이 부족한데, 이 쪽은 아예 대놓고 막나가는 트릭을 써버려서 오히려 나는 더 재미있게 읽었음. 장편에서도 그랬지만 아부쿠마가와는 특히 단편에서 더욱 민폐를 끼치고 다닌다. 개새끼임 아주.


3. 시랍처럼 방울져 떨어지는 것 


이집트 미이라를 연구하는 민속학 교수인 동시에 유명 괴기 소설작가이기도 한  츠치부치 소우지의 초대를 받아 그의 저택을 방문한 도조 겐야. 소우지의 아버지인 쇼조는 십육년전 신내림을 받고 미륵교라는 신흥종교를 직접 창립하여 교주가 되었던 사람으로, 끝내는 즉신불이 되기 위해 자신을 스스로 산채로 땅속에 매장하였다. 그러나 몇 년후 발굴된 쇼조의 시신은 미이라가 아니라 시랍화가 되어 있었고,  소우지는 아버지의 공양을 위해 그의 시신을 집안 정원내 연못의 작은 섬에 안치해두고 그곳을 ‘미륵도’라 이름 부붙였다. 그런데 미이라와 츠치부치 집안에 관련된 괴담을 소우지 가족에게 듣고난 다음날 새벽, 츠치부치가의 세입자 한명이 미륵도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고, 뒤이어 겐야는 늦은 밤 누더기 차림의 무엇인가가 미륵도에서 손짓을 하는 것을 봤다는 증언을 듣게 된다….    


“사령처럼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으로 뒤덮인 열린 밀실이 등장하는데, 트릭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이쪽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사소하게 언급되었던 디테일들이 마지막 추리에서 해결의 단서로 전환되는 과정이 굉장히 좋았음. 


4. 생령처럼 겹쳐지는 것.

 

 도죠 겐야는 교수의 소개를 받아 만나게 된 야치오 류노스케라는 대학생에게 살아있는 사람의 유령인 “생령”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된다. 오쿠다마의 지주 집안인 야치오 가의 서자인 류노스케는 어릴적 야치오 본가에서 기이한 일을 겪게 되었다. 이 본가에는 병약한 적자 쿠마노스케와 건강하지만 태평양 전쟁에 징집된 서자 토라노스케 사이에 집안의 상속을 둘러싼 알력관계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류노스케는 쿠마노스케의 생령을 목격하게 되고 그로부터 얼마 안가 쿠마노스케는 병으로 세상을 뜨게 된다. 그 몇 년 뒤에는 전쟁에서의 고생때문인지 인상이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바뀐 두 명의 토라노스케가 나타나 서로 자신이 진짜임을 주장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진짜와 가짜 토라노스케를 가려내는 것을 도와달라는 류노스케의 요청을 마지못해 받아들인 겐야는 야치오 가를 방문하지만, 그날 밤 한 명의 토라노스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 단편집에서 가장 분량이 많은 작품. 그만큼 야치오 가에서 일어나는 생령 현상에 대한 체험담이 분량을 확실하게 써서 자세하게 서술했기 때문에 장편 못지 않게 호러 분위기의 빌드업이 잘 되어 있고 이걸 추리로 풀어내는 쾌감도 컸다. 또 한가지 특징으로는 마지막의 추리를 범인과 1대 1로 대면한 상태에서 하는데, 이건 도죠 겐야 시리즈 중에서는 이 작품이 거의 유일할 듯?    


5. 얼굴없는 것처럼 채가는 것


 우연한 기회로 대학생들의 괴담 모임에 참여하게 된 도조 겐야는 히라야마라는 이름의 한 참석자에게서 그가 어린시절 살았던 공동주택에서 체험한 기이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공동주택 옆에 놓인 막다른 공터에서, 유우키라는 이웃집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공터의 동쪽은 하천으로, 북쪽은 자물쇠가 달린 판자문으로 막혀있었고, 서쪽은 공동주택 뒷편을 지나는 막다른 좁은 통로였다. 남쪽에서는 히라야마가 지켜보고 있었지만 행상인과 유랑 예인들이 공터를 들락날락했을뿐 유우키가 나오는 것은 전혀 보지 못했다.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한 끝에 겐야가 내린 결론은…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 “어떻게 밀실에서 사라졌는가”라는 물리적 트릭 자체는 사실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본 거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었는가”라는 심리적인 트릭 하나가 여기에 추가된 게 굉장히 참신했다. 

추천 비추천

8

고정닉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16221 리뷰/ 소메이 다메히토[정체] 리뷰 [7] 1년에300권이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3 246 8
16220 리뷰/ 스포)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다 읽었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3 335 7
16219 일반 스릴러의 근본 인스머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3 194 2
16218 리뷰/ 스포)절대정의 결말이 이렇게 났으면 어땠을까 [2] ㅇㅇ(222.145) 22.04.23 148 3
16215 일반 투명인간 잘 받았슴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2 79 2
16214 리뷰/ 히가시노 게이고 기도의 막이 내릴 때.(스포있음) [1] 마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2 274 12
16213 일반 히가시노 게이고 책제목만 알아보다 스포당함. [1] 마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2 186 0
16212 일반 추리소설보다가 아 답답하다 뭐 시원한 거 없나 할때는 ㅇㅇ(1.239) 22.04.22 188 0
16211 일반 추리소설 쓸 때 트릭 겹치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나? [4] ㅇㅇ(14.39) 22.04.22 209 0
16210 리뷰/ 밀실살인 게임 읽었는데 [2] ㅇㅇㅇㅇ(59.16) 22.04.22 186 2
16209 일반 살육에 이르는 병, 검은집 추천받았었는데 나는 지루하더라 [2] 애니미식가(168.131) 22.04.22 508 3
16207 일반 소시민 전권 구매함 [2] ㅇㅇ(39.7) 22.04.22 167 0
16206 일반 지금 서점 가는데 요새 핫한 추리소설 추천좀 한권 사볼까하는데 [2] ㅇㅇ(39.7) 22.04.22 226 0
16205 일반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수령완료 야채펀치(64.08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2 90 0
16204 리뷰/ 스포)잘린머리처럼 불길한 것 다 읽었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2 420 9
16203 리뷰/ 스포,장문)장난감 수리공(술취남) 추가 해석 ㅇㅇ(112.147) 22.04.22 374 7
16202 일반 알라딘 십각관 절판이네 [4] ㅇㅇ(61.77) 22.04.22 276 0
16201 리뷰/ 스포,장문)장난감 수리공(술취남)읽고 드는 몇가지 의문점 및 해석 [1] ㅇㅇ(112.147) 22.04.22 302 7
16200 일반 요네자와 호노부 '책갈피와 거짓말의 계절' 연재 5회가 게재됨 [5] ㅇㅇ(116.41) 22.04.22 631 4
16199 리뷰/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3] 마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1 399 13
16198 리뷰/ (스포)투명인간 첫번째 에피소드 좀 그렇지 않음? [1] Io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1 126 0
16197 일반 않이 Q.E.D 증명종료 이 에피소드 존나 이해하라고 그린건지 모르겠네 [1] ㅇㅇ(220.86) 22.04.21 212 0
16196 일반 살인귀 사러 집앞 서점 갔는데 [4] ㅇㅇ(223.38) 22.04.21 297 0
16195 일반 기면관의 살인 읽음 ㅋㅋ [1] ㅇㅇ(61.74) 22.04.21 156 3
16194 리뷰/ 스포)영매탐정 조즈카 간단 감상. [1] ㅇㅇ(118.36) 22.04.21 238 6
16193 리뷰/ 노스포) 마력의 태동 후기 ㅇㅈㅇ(221.149) 22.04.21 103 5
16192 리뷰/ 가와이 간지[단델라이언] 리뷰 [4] 1년에300권이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1 217 7
16190 일반 가끔 독자들에게 도전하는 느낌의 추리물 보면 [2] 인스머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1 268 0
16189 일반 노자키 마도 연작 [2] ㅇㅇ(49.172) 22.04.21 190 0
16188 리뷰/ (스포)거울 속은 일요일 [2] ㅇㅇ(116.125) 22.04.21 207 6
16187 리뷰/ ㅅㅍ) 금색기계 다 읽었다 [1] 금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1 198 4
16186 일반 블루홀식스 출간예정작 [4] ㅇㅇ(112.158) 22.04.21 614 7
16185 리뷰/ 히가시노 게이고의 몽환화(스포있음) [2] 마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0 262 11
16184 일반 그리고밤은되살아난다 50페이지 남기고 포기 [6] ㅇㅇ(122.47) 22.04.20 287 0
16183 일반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재밌네 [1] 펭귄철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0 236 4
16182 일반 군대에서 읽을만한 책 추천 좀 [1] ㅇㅇ(172.107) 22.04.20 287 0
16181 리뷰/ 스포) 애꾸눈 소녀 감상 ㅇㅇ(58.74) 22.04.20 234 6
16180 리뷰/ 스포) 갈색 양복의 사나이 후기 ㅇㅇ(182.220) 22.04.20 154 7
16179 리뷰/ 스포) 라플라스의 마녀 후기 ㅇㅇ(182.220) 22.04.19 145 5
16178 리뷰/ 스포) 블랙 쇼맨과 이름없는 마을의 살인 후기 ㅇㅇ(182.220) 22.04.19 226 5
16177 리뷰/ 스포) 사악한 늑대 후기 ㅇㅇ(182.220) 22.04.19 95 6
16176 리뷰/ (스포!!) <변호 측 증인> 재밌었는데 약간 아쉽네 [3] ㅇㅇ(221.139) 22.04.19 219 6
16174 리뷰/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후기 [1] 쿼드맥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9 421 7
16173 리뷰/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의 행방. [2] 마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9 233 7
16171 일반 증명 3부작은 이어짐? [2] ㅇㅇ(125.181) 22.04.19 154 0
16170 일반 책 산 것과 빌린 것 [3] 책덕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9 371 8
16169 리뷰/ 요코미조 세이시 '백과 흑' 다 읽었다... [12] 국뽕한사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9 352 8
16167 일반 시인장 다 봤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9 161 0
16166 일반 나븐 토끼는 당대 시대상에 많이 기대고 있네 펭귄철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9 124 0
16165 리뷰/ 아쓰카와 다쓰미[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리뷰 [6] 1년에300권이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9 441 7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