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요미사카 유지

옮긴이: 주자덕

출판사: 아프로스미디어

분류: 본격(?), 특수설정, SF, 바카미스, 괴작

"아야츠지 유키토가 추천한 SF 미스터리 괴작"

국내 출간된 바카미스 작품을 전부 읽고 있다.

『전기인간』이 바카미스로 분류되고, 아야츠지 유키토의 추천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괴작'이라는 칭호는 외면한 채 책을 집어 들었다.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전기인간』은 내가 지금껏 읽은 추리소설 중 최악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살인범 대 살인귀』를 읽고 바카미스에 빠졌지만, 『전기인간』 같은 바카미스는 사양이다.

『전기인간』에는 시종일관

"전기인간이라고 들어봤어?"

"전기인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

"전기인간을 언급하면 나타나서 죽인대."

따위의 똑같은 대사만 지루하게 반복된다.

살인마에게 언제 살해당할지 몰라 벌벌 떨며 읽게 하는 서스펜스, 묵은 답답함을 쑥 내려버리는 탐정의 논리적 추리,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인물 간의 갈등과 피어나는 격정.

어느 것 하나 『전기인간』에는 없다.

『전기인간』은 지루한 전개 끝에 빛나는 결말에 모든 것을 건 반전(反轉) 소설이다.

마지막에 큰 한 방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연속되는 동어 반복을 꾹 참고 읽었건만, 결말을 읽은 다음 허탈함에 빠지고 이내 분노에 휩싸였다.

말도 안 되는 진상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말이 되기 때문에 화를 참을 수 없다.

차라리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진상이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겨우 이런 결말을 위해 350페이지를 읽게 한 작가와 아야츠지 유키토가 원망스럽다.

분노를 삭이고 냉정하게 생각하니 『전기인간』이 '망작'이 아닌 '괴작'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전기인간』의 결말은 어이없고 맥이 빠지지만, 발상은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전기인간』의 아이디어를 미스터리가 아닌 소설에서 사용하거나, 추리소설의 큰 줄기가 아닌 곁가지로 사용한다면 나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분량이 너무 길어서 아쉽다.

결말까지의 과정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내용을 축약해서 250페이지 정도로 집필했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참고로 출판사 책 소개에 간접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눈치 빠른 독자라면 책 소개는 읽지 않기를 권한다.

아니, 차라리 결말을 미리 알고 『전기인간』을 읽지 말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