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래동화를 소재로 한 특수설정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엄지 동자의 부재 증명, 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 도서갚은 두루미, 밀실 용궁, 먼 바다의 도깨비 섬 5개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엄지 동자의 부재 증명- 등장 인물을 원본 동화와는 전혀 다르게 재해석하여 비틀어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 탐욕에 눈이 먼 인간이 빚어낸 비극과 그 비극의 연쇄작용으로 끝을 맺는 단편. 뒷맛이 상당히 씁쓸하다.

도서 갚은 두루미- 일종의 서술 트릭 기법을 활용하여 독자를 교묘하게 속여넘기는 솜씨가 일품. 작품 전반에 흐르는 처연하면서 애수어린 분위기가 결말의 반전과 맞물리면서 독자의 가슴을 후벼판다.

밀실 용궁- 트릭에서 작중 특수설정 요소를 활용한 솜씨가 멋지고 놀랍다. 동기와 결말 부분에서 느껴지는 허무함과 쓸쓸함, 슬픔이 이야기가 더욱 깊은 맛을 내는데 일조한다.

먼 바다의 도깨비 섬- 범인상과 동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 표면상으로는 동화적이고 전근대적인 범인과 동기이나 그 이면에는 현대 스릴러물에 등장할 법한 소시오패스 범죄자의 광기가 느껴진다.

알리바이 트릭, 서술 트릭, 밀실 살인, 클로즈드 서클, 다잉 메시지 등과 같우 미스터리 요소들과 전래 동화를 균형 있게 혼합하여 멋지게 요리해냈다. 각각 단편들의 완성도가 골고루 뛰어나며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소재와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도 가볍지 않고 묵직하다. 동화의 원전을 복수와 응징이라는 테마와 접목시켜 물에 알코올을 타 술을 제조하듯이 독하고 알싸한 작풍의 잔혹동화들을 탄생시켰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권선징악의 교훈을 주는 전래 동화의 정형화된 구도를 재치있게 비트는 점에서는 "뒤틀린 동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추리적인 완성도와 문학적 성취, 2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