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흑소소설은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블랙유머를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근데 아쉽게도 내 입장에서는 웃으라고 쓴 단편들이 별로 웃기지는 않았다.

흑소소설 뿐 아니라 독소소설,괴소소설을 다 읽었는데 이 작품들도 웃기다는 느낌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웃기려고 쓴 작품 중에서는 시노부 시리즈가 제일 나은 듯 하다.

흑소소설에는 바로 직전에 읽은 독소소설이 보여주는 날카로운 사회풍자도 부족했다.

그래도 흑소소설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있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자전적 이야기다.

흑소소설 처음 4개의 단편은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출판계 뒷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그 중에서 출판사 신인상을 타고 등단한 신인소설가가 있는데 이게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이겠지.

이 소설가는 기술영업을 하는 셀러리맨인데 틈틈이 쓴 소설이 출판사 신인상을 타게 된다.

주변에서 소설만 출판하면 2-3억 씩 들어온다고 부추키고 특별한 사람으로 취급을 해준다.

그러다가 거래처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자 서슴없이 사표를 던지고 전업 소설가가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출판사 직원들이 압권인데 다들 기가 막혀서 한숨을 쉰다.

실제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표를 내고 출판사에 찾아가자 출판사 직원들이 당황했다고 한다.

이 신인소설가가 출판사 파티에 참석했다가 아는 사람도 없고 대우 받지 못하는 이야기,

다음 해 신인상을 탄 작가를 만났지만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해주지 않는 이야기,

출판사 편집자로부터 일본에서 한 해에 신인상을 타는 작가가 400명이 넘는다는 말을 듣는 이야기,

이런 흥미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에게는 상처였을 스토리들이 등장한다.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는 출판사가 쩔쩔매는 거물이 되었으니까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삼을 여유가 생겼겠지.

다른 작품들도 크게 재미가 있는건 아닌데 그냥저냥 읽을만은 하다.

인터넷에 나오는 이야기거리를 읽는 기분으로 읽으면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