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하면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가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음악에 관심도 적은 편이기에 어떤 가수가 신곡을 발표하더라도, 재생목록은 6개월 동안은 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재생목록이 신선함을 잃어가고 있을 때, 예전에 홧김에 결제해버린 밀리의 서재의 오디오북이 생각났다. 그리고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오디오북으로 읽기("들었다"라는 말이 적합할지도 모른다.) 시작했다.

 오디오북을 경험하면서 느낀 오디오북의 첫 번째 장점은 다른 행동을 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종이책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한 일반적 독서는 행동을 제한받는다. 책이나 스마트폰의 액정을 바라보면서 산책을 한다고 하는 것은 권장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가 되는 장소는 이동하는 대중교통이나 책상에서였다. 오디오북은 이런 장소 제한을 무시할 수 있게 해준다.

 두 번째 장점은 실감 나는 성우의 연기다. 밀리의 서재의 오디오북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 참여한 성우가 7명이나 된다. 물론 1인 1역은 아니지만 주요 등장인물에 각각 성우가 달라서 몰입하기 쉬웠다. 특히, 웃음소리 연기가 인상 깊었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마다 적절한 배경음악이 나와서 긴장감을 높여줬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첫 번째 단점은 분량, 즉 시간이다. 400페이지 분량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오디오북으로 읽는 데에만 1배속으로 들을 시에 9시간이 걸린다. 나는 평소 종이책을 읽을 때 1시간당 약 70페이지 정도는 읽으니, 종이책과 비교하면 대략 1.5배의 시간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단점은 집중하지 못했을 때다. 무심코 다른 생각을 하다가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도 있는 일이 발생한다. 예를 들자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주변을 살피고 건너다 제대로 듣지 못한 부분이 있다. 종이책은 놓쳐도 다시 되돌아가서 읽으면 되지만, 오디오북의 경우는 되감는 행동이 귀찮았다. 그렇기 때문에 추리소설 속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려고 하는 독자들은 불편할 것이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장점이 더욱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산책을 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