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 끝난 후에 스파이소설도 시들어갔다.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소비에트가 강대해서 자유진영이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사라졌으니까.

그 위기감에 바탕을 두고 자유진영 정보기관들이 필사적으로 활약하는 스파이소설도 시드는거지.

물론 스파이소설이 아주 멸종한건 아니고 테러나 마약, 그리고 불량국가와 싸우는 식으로 변화했다.

지금 소개하는 빈스 플린의 임기종료도 이런 류의 소설 가운데 하나다.

소재가 아주 특이한데 미국 정치제도의 부패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부패한 정치인을 특수부대 출신들이 처단하고 그 과정에서 CIA나 FBI가 양념으로 등장하는거지.

어느 날 미국 상원의원 2명과 하원의장이 정체모를 괴한들에게 깨끗하게 암살된다.

그 솜씨가 너무 완벽해서 FBI는 특수부대 출신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수사에 들어간다.

근데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추적하는건 아니고 읽다보면 범인들은 자연스럽게 다 나와.

미국민들의 여론은 죽을 놈이 죽었다는 식인데 미대통령과 그 비서실장, 안보보좌관은 당황한다.

여론이 이런 식이라면 재선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깨끗한 정치인 2명을 암살한다.

FBI와 CIA를 교란시키고 정치인 경호원까지 죽여서 여론을 암살에 비판적으로 바꾸겠다는거다.

그러니까 정치인 암살이 2개 팀에 의해서 이뤄지는거지. 착한 팀과 나쁜 팀 각기 한 팀씩.

결말은어떻게 잘되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기발한 반전같은건 없고 예상대로 끝난다.

이 작품에서 제일 흥미로운건 미국민들이 정치인을 바라보는 혐오의 시선이다.

정부 부채를 늘려서 후손에게 빚을 남기는 정치인들을 죽일 놈들이라고 생각하고 진짜로 죽인다.

대한민국에서는 임기 5년 동안 763조 빚을 늘리는 정치인에게도 시선이 따뜻한데 말이지.

하여간 이 작품으로 언론에 안나오는 미국 정치와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냉전 끝나고 좋은 스파이소설이 안나오니까 이런 작품이라도 꿩 대신 닭으로 보는거지.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을 읽고난 소감은 치킨 한마리 먹고난 후 기분 정도다. 나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