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존재 자체만으로 그동안 나온 수많은 추리 게임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야야. 추리 게임 그렇게 만드는 거 아닌데."

오브라 딘 호의 귀환 제작자가 극찬 했다는 바로 그 게임 황금 우상 사건(더 케이스 오브 더 골든 아이돌).

그래서 그런지 오브라 딘과 황금 우상 사건 두 게임 모두 여기 저기 흩어진 단서를 수집한 뒤 미싱 링크를 추리로 연결하는 비슷한 게임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허나 이 게임의 놀라운 점은 오브라 딘을 게임성으로 *확실하게* 넘어 섰다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황금 우상 사건을 한 수 위로 만들어 주는가? 그건 바로 제작진이 배치한 단서가 추리를 하는 플레이어를 자신도 모르게 미스 디렉션 개미 지옥으로 빠지게끔 극도로 교묘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오브라 딘이 플레이어가 얼마나 관찰력이 좋은지를 테스트 하는 게임이라면 이 게임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특정 지점까지 추리를 유도 시킨 뒤 기존에 세웠던 논리를 완전히 허물고 재조립해야 비로소 진상에 도달할 수 있게 짜여져 있다.

탐정이 자신만만하게 논리를 세웠다가 어느 순간 범인의 손에 놀아난 자신을 깨닫고 스쳐 지나갔던 사소한 단서 속에서 힌트를 얻어 모든 퍼즐을 순식간에 팡팡팡 빠요엔으로 역전 하는 그 맛! 바로 그 맛을 어떤 컷씬도 없이! 강제 진행 구간도 없이! 오로지 단서를 쫒아 연역 추론을 하다 보면 느낄 수 있다! 엘레강트! 베리 엘레강트!

한글 패치 有.

분량도 공략 없이 하루 정도면 깔끔하게 끝낼 수 있는 정도.

또한 겉 보기와는 달리 블랙 코미디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게임을 답답하지 않게 잘 조율해 준다.

부디 세계 여러 추리 게임 제작자들이 판에 박힌 비쥬얼 노벨 포멧에 몇가지 선택지, 픽셀 헌팅 흉내만 내지 말고 이 게임의 디자인과 단서 배치 순서에서 많은 염감을 받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한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