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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기면관의 살인」감상앱에서 작성

Pretend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16 17:23:39
조회 146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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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기면관의 주인 가게야마 이쓰시가 초대한 여섯 명의 남자들. 저택에 전해져 내려오는 기묘한 가면으로 전원이 '얼굴'을 가린 상황에서 괴이하게 흔들리는 '또 다른 자신(도플갱어)'의 그림자. 때늦은 폭설에 저택에 고립되었을 때 '기면의 방'에서 끔찍한 시체가 발견된다. 전대미문의 기이한 상황에서 명탐정 시시야 가도미 는 압권의 추리를 전개해 나가는데...


■ 감상
복잡한 가설 속 담백한 논리를 갖춘 소설.

'퍼붓듯 내리는 눈. 절단된 외부와의 연락 수단... 철지난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장이란 말인가.'.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연락 수단마저 두절되자 작중 인물이 내뱉은 말이다. 작품 속 배경이 4월이라는, 비교적 뒤늦은 시기에 찾아온 눈보라로 인해 형성된 고립된 저택을 무대로 하고 있기에, 이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개인적으로 움찔하고 다가온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철지난'이라는 표현에 주목해 보자. 작품 내적으로는 말 그대로 이른 봄에 늦게 찾아왔다는 배경적 상황으로서의 의미이다. 그러나 각도를 달리하여 작품 외적으로 생각해 보면, 시간이 흘러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설정을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틀에 박힌 고립무원의 배경을 비꼬는 것처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기본에 충실한 왕도적인 배경으로의 복고를 선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본작 「기면관의 살인」은 '관 시리즈' 초창기 작품 분위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지적 퍼즐로의 회귀를 지향한 작품이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놀이에 가까운 경쾌한 퍼즐 놀이'로서의 유희를 추구한 작품.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강해진 변칙적인 트릭과 괴기 환상적인 분위기의 요소 줄이는 대신, 본격 추리소설 본연의 논리적 추리를 강조하였다. 여타 작품과 비교하자면, 변격의 요소가 강한 '흑묘관', '암흑관' 등의 후기 작품보다는, '수차관', '미로관'과 같이 간결한 완성도를 바탕으로 재미를 선사한 초기 작품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품은 왕도적인 서사 아래 기본과 원칙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며 담백한 추리논파를 선보인다. 단 한 건의 살인. 하루를 넘기지 않는 조사 및 회의. 한 곳에 용의자를 모두 모아 놓고 범인을 밝히는 전형적인 하이라이트 추리 쇼.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긴 볼륨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페이지를 단계적 논리의 스텝으로 밟아나가는데 할애하며 정교한 추리적 증명을 선보인다.

그러나 담백함으로 무장한 본작의 강점과는 대비되는 장면이 도처에 존재하는 느낌 또한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본작에서는 사건의 현장을 두고 '의장성'[意匠性]이 농후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배경적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기 보다는, 무언가 장치적 설정을 덕지덕지 붙인 느낌이 강했다. 또한 간결한 추리를 지향하려고 한 것과는 다르게, 단서와 복선을 배치하는 데 있어 그러한 설정을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제시하는 등, 전반적으로 표면적인 장치적 과함과 작위성으로부터 오는 괴리감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특히, '관 시리즈' 공통 요소이자 핵심 설정인 '비밀 통로'를 활용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관'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본격물에서 비밀 통로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시되는 요소지만, '관 시리즈'는 그러한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작품의 분위기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비밀 통로를 개성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본작은 비밀 통로의 장치를 조작하는 부분에서 작위성과 반칙성이 조금 심하게 느껴져서, 실망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종류의 가면과 도플갱어라는 요소를 융합시킨 소재 자체는 좋았지만, 인물들이 품고 있는 생각를 이해하는데 복잡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결말부에 드러나는 '동일성의 문제'에 관한 또 다른 '조건'에 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애초에 해당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우연이 가능한가? 아무리 소설이 현실의 범주를 뛰어넘는다지만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의장성' 가득한 설정 덕분에 뜻밖의 간결한 진상이 더욱 부각되는 점은 좋았다. 목 자르기의 논리, 비밀 통로의 유무, 가면 속 인물 바꿔치기의 문제 등, 복잡한 가설을 통해 도출된 논리의 결과는 의외로 단순하다는 점. 수많은 형태를 지닌 가설의 가면 속 감춰진 논리의 얼굴은 깔끔 담백한 소설이었다.


■ 한줄평
초심으로의 논리적 회귀, 그러나 장치적 설정은 미스.


■ 평점
■■■■■■□□□□ 6/10

- dc official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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