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에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방영한 수사 드라마, 시즌4까지 나왔고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제작함

주연은 이드리스 엘바. 마블의 헤임달로 유명하나 이미 로앤오더, 더 와이어 등으로 오랜 기간 이름을 알렸다. 루터는 본인의 대표 커리어 중 하나.

나쁜 형사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리메이크된 바가 있다. 평가는 안 좋다는데 본 적이 없어서 몰?루

루터는 전형적인 자기파멸형 형사, 범인 잡으려고 법도 어기고 나쁜 짓도 하며 자기 스스로 고통스러워 하지만 선은 어떻게든 안 넘으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앨리스 모건이라는 사이코패스와 숙적이면서 나름 교감을 나누는 사이라는 것.

이드리스 엘바가 큰 덩치로 어기적거리며 움직이는 게 인상적인 드라마. 훌륭한 수사물이라 부르긴 힘들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매력적이다.

영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몬가 퇴폐적이고 폐쇄적인 답답함이 시청자를 끈적하게 감싸는데 이게 이드리스 엘바와 되게 잘 어울린다.

다만 영화의 완성도는 상당히 엉망이다. 범인, 주인공, 경찰의 논리와 행동, 동선 모두가 어처구니 없어서 분위기로 때울 수 없을 지경.

그나마 초반 1시간은 뭔가 있어보이는 느낌이 드는데 1시간 약간 전부터 흐름이 하염없이 늘어지더니 끝날 때까지 계속 와르르 무너진다.

범인은 단서를 질질 흘리는데 루터는 그걸 줍줍한 뒤에 굳이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그 와중에 범인이 안 흘린 단서도 마치 흘린 것처럼 뻔뻔하게 주워담는 게 압권.

시청자 입장에선 쟤가 그걸 왜 알아? 싶은 단서가 등장하고 그로 인해 쟤가 저건 또 왜 알아? 싶은 정보를 통해 범인을 추격하니 황당할 노릇이다.

루터와 드라마에 이미 나왔던 등장인물 정도만 매력적이고 범인을 포함한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하는 짓이 뻔하고 흉하다.

특히 범인 역의 앤디 서키스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만 워낙 인물이 얄팍해서 금방 한계에 도달한다.

결론은 비추천. 드라마의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 역시 담당했음에도 완성도가 처참하다. 넷플릭스의 저주인가?

루터와 같이 올라온 이드리스 엘바 주연의 비스트도 볼 생각인데 이건 슬쩍봐도 처참할 거 같아서 벌써부터 걱정이다.

오늘, 3월 12일은 이드리스 엘바에게 연속으로 쳐맞는 날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