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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스포없음) 흑뢰성 후기앱에서 작성

페이드아웃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28 11:26:43
조회 1066 추천 1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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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명확한 주제


흑뢰성이 온갖 상을 휩쓸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된다

대다수의 추리소설 속 범인은 저지르고 잡힌다. 탐정은 조사하고 잡는다. 각자의 동기를 가지고 임하지만 구조에 벗어남이 없다.

흑뢰성도 얼핏 보면 이와 마찬가지다. 단편 4개로 4가지 사건 속에 숨겨진 비밀들이 연작으로 만들어낸다.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한질의 소설이 완성된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기타 다른 추리소설들이 담아내지 못했던 깊이를 파두고, 그곳에 독자를 집어넣어 스스로 헤쳐 나오게끔 유도한다.


작품의 목차를 봐보자


서장 - 인

제1장 - 설야등등

제2장 - 화영수훈

제3장 - 원뢰염불

제4장 - 낙일고영

종장 - 과


아무리 머리가 뛰어나고 명석해도 모든 인과를 꿰뚫어 볼 수 없다.

전국시대는 사람 목숨과 개미 목숨의 구별이 오직 칼을 찬 사람과 칼이 없는 사람으로 나뉘던 시기다. 즉 살고자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음에 휘말려 쉽사리 죽어버리고 만다.

누군가 전쟁의 덧없음을 주장해도 대다수는 듣지 않는다. 사람을 죽여야 먹고 살 수 있었고,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더 많이 죽여야 했다. 무장들의 목숨을 건 포부는 명예를 위했다지만, 그 포부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죽었는가

주군이라며 목숨을 바친다지만, 말뿐으로 도망가는 자가 있거나 배신하는 자도 있다.

실제로 목숨을 바친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명命을 바치고 주군의 명命을 따라도 의미 없이 패망하고 만다.

백성들은 불태워지고, 효수당하며, 화살에 맞아 죽는 이유가 전쟁 때문이라고 여길 것이다. 백성의 죽음 인과를 논할 때 모든 원인이 전쟁이고, 결과는 죽음일까?

죽은 자의 원한은 맺힐 곳을 찾지 못하고, 그저 인과에 쓸려나갈 뿐이다. 곧이어 종교가 나오고, 명확한 인과를 믿고자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

믿음 - 구원

믿음에서 구원으로 가는 길.

안타깝게도 그 피안으로 향하는 길목에 또 다른 인과가 버티고 서있었다.


작품 너머를 생각해 본다면


결말이 역사 기록대로 흘러가는 것을 작중 캐릭터들은 모를 것이다.

인과에 원인이 먼저고 결과가 나중 일 거라

하지만 언젠가 쓰일 기록의 일부분으로 결이 정해진 인물들의 결의를 보고 있으면,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없이 꼬리에 꼬리를 문 연결고리가 생각난다.
이 모든 것은 물 흐르듯이 담아낼 수 있는 필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호노부 추리소설의 특징은 뛰어난 트릭이 아니다.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필자가 본 부러진 용골, 야경, 이번 흑뢰성을 따졌을 때 뛰어난 트릭이냐고 묻는다면, 딱 잘라서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분명 독자가 충분히 풀기 쉽게 만들어져 있지만, 그뿐이다.

흑뢰성의 경우는 오히려 너무 쉽다.

그렇다고 반전이 뛰어나냐면 그것 또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다. 뒤통수 후리는 반전은 호노부의 장기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복선이다
작중 복선을 생각보다 과감하게 던져두기 때문에 아 이것이 단서구나 싶어 추리에 어려움이 없다. 좋게 말하면 초보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 대중적으로 쉽게 풀이가 되어 맞추는 재미를 선사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나쁘게 말하면 하드한 추리를 원하는 독자들에겐 쉬워도 너무 쉽다.

하지만 어떤 복선도 결말에 어물쩍 넘어가는 법이 없기 때문에 서사의 재미로 모든 단점을 상쇄한다.


다 읽고 난 후 첫 장을 다시 읽어보았을 때 아! 이게 그 복선이었구나를 눈치채는 재미.



비록 뛰어난 트릭이나 반전이 없더라도, 탄탄한 플롯과 복선의 회수로 기-승-전-결 어느 부분이라도 읽는 재미를 보장한다.

오직 '결'에만 치중하여 트릭을 위한 서사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따라올 수 없는 필력이다.

극단적으로 결에 몰아넣는 재미를 원하는지, 전반적으로 훌륭한 서사를 원하는지는 취향 차이겠지만


흑뢰성은 깊이 있는 주제의식으로 트릭이나 반전을 제외하고도, 추리소설에서 인상 깊은 결말을 선사해 줄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어렵고 현학적인 문체의 순수문학도 아니며, 그저 지루하기만 한 역사소설도 아니고, 흡입력 있고 미스터리의 본질을 유지한 채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설이다

혹시라도 각종 매체를 통해 일본 전국시대 문화가 익숙하면 더욱 재밌을 소설
평소 일본 대하사극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추리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훌륭함에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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