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리뷰/정보] 스포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이 별로였던 네 가지 이유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08 03:29:11
조회 166 추천 2 댓글 0
														

0490f719b7826af43ee784e029807c6c45db42885cfc8209ee4a2678f9a45f011184dc

75e4857fb28760f13fa7e9e458db343a9fe3f588c6e46bba2866daef

모리 히로시,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1. 부족한 독서 동기. 다르게 말하면 저열한 흡입력.

독자를 이야기에 끌어들일만한 요소가 전혀 없음.

작가의 대표작인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비교해보자.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도입부부터 다른 소설과 차별화되는 신비로운 인물과 설정을 내세우며, 흥미로운 구조의 밀실, 충격적인 시체 등으로 독자에게 연이은 자극을 줌.

덕분에 어디까지나 외부인에 불과한 주인공 콤비가 사건의 진상에 파고드는 과정을 독자가 몰입해서 즐길 수 있음.

하지만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은 자극과 당위성이 부족함.

무미건조한 도입에 이어 무미건조한 배경, 무미건조한 사건이 이어짐.

주인공 콤비는 이번에야말로 외부인임. 그들이 사건을 수사해야 할 이유는 '궁금하니까.' 밖에 없음. 직업이 명탐정이신가?

실제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여주인공과 달리 남주인공 사이카와는 사건에 대해 내내 시큰둥한 태도로 일관함.

주인공부터가 사건에 관심이 없는데 독자가 어떻게 집중할까?


2. 복잡한 사건, 불친절한 정보

이건 <모든 것이 F가 된다>에서도 느낀 건데, 모리 히로시의 글은 단면도가 필요함.

사건 현장의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또 그게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데, 그걸 딱딱한 서술로만 늘어놓고 있으니 머릿속에 사건 정보가 하나도 들어오질 않음.

누가 어떤 방에서 무얼 했고, 어디로 들어갔다가 나오고... 도무지 작가의 폭주를 독자가 따라갈 수가 없음.

텍스트만 읽고 n층짜리 건물의 완벽한 설계 도면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능력자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시각 자료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함.


3. 왜 그렇게까지?

복잡한 트릭을 채용한 본격 미스터리가 피해갈 수 없는 질문. 범인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기상천외한 트릭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음. 뒷받침하는 설정과 이야기를 작가가 애써서 완성시켰기에.

하지만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은 그야말로 '굳이?'라는 질문에 가로막힘.

작중에서는 '외부인의 소행으로 보이게 할 생각이었는데 우연으로 인해 일이 꼬였다'고 설명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움.

성인 남성의 심장을 단칼에 찔러 죽이는 걸 '무엇보다 안전한 살인 방법'으로 여길 멍청이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자부함.

본격에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 트릭을 즐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따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인상 깊은 트릭은 또 아니지 않나.


4. 동기

보통 동기를 문제삼을 땐 억지스럽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동기가 많은데, 이번엔 그런 건 아님.

문제는 작가가 동기를 풀어내는 방식임.

죽은 자는 말이 없음. 이건 모든 추리소설 작가가 숙지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함.

살인자가 어떤 동기를 가지고 있든, 피해자에 관해 어떤 진술을 하든 그건 어디까지나 죽은 자에 대한 살인자의 주장일 뿐임. 뒷받침하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이상.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은 이 부분에서 완벽히 실패함.

소설은 피해자를 죽어 마땅한 놈으로 묘사하며 막을 내리지만, 독자가 그걸 믿을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음.

탐정역이 동기를 추론하는 과정도 거의 순수한 창작에 가깝고, 거기에 보충하는 건 범인의 일방적인 진술 뿐임.

게다가 두 번째 피해자는 왜 죽었는지 납득조차 하기 어려움. 세 번째도 마찬가지.

왜 죽었냐, 진짜?



독서를 할수록 느끼는 거지만, 나는 진성 본격 미스터리 마니아는 아닌 것 같음.

작중 니시노소노 모에처럼 그저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가 나타났다는 이유만으로 콧김을 뿜으며 달려드는 타입의 독자라면 이 책을 즐길 수 있을지도.

추천 비추천

2

고정닉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4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24959 일반 신세계에서 다 읽었다(약스포) [3] Pheob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8 382 7
24958 리뷰/ (스포)S.T.E.P. 재밌게봄 음냐냐(110.70) 23.05.28 72 1
24956 일반 옥문도 등장인물 이름 때문에 읽기 힘들다 [1] ㅇㅇ(222.121) 23.05.28 126 1
24955 일반 간만에 추리물 읽는다! [4] 망가진솜사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8 167 0
24954 일반 방황하는칼날 봤는디 [1] ㅇㄴ(125.249) 23.05.28 212 0
24952 리뷰/ 조즈카, 마안갑 스포) 마안갑의 살인에서 [2] ㅇㅇ(211.198) 23.05.28 299 5
24951 일반 고수님들 시리즈물 재밌는거 추천좀 [5] ㅇㅇ(121.134) 23.05.28 186 1
24950 일반 고전부 시리즈 더 나오긴하냐 [2] 버러지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8 205 1
24949 일반 이런갤도 있노ㄷㄷ 버러지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8 121 3
24947 일반 중고 거래 둘러보는데 뭔 양아치 짓거리냐 [4] ㅇㅇ(111.91) 23.05.27 467 2
24946 일반 추린이 책장 반정도 정리한거 올려봄 [17] 뱃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7 861 11
24943 일반 독자에대한 도전 ㅋㅋㅋ [4] 치치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7 325 2
24942 일반 사와무라 이치의 히가자매 시리즈는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7 214 0
24941 일반 윌라 오디오북 듣는 사람 있어??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추천좀ㅠ [5] ㅇㅇ(211.245) 23.05.27 493 0
24940 일반 오승호 책 중에 제일 재밌는게 뭐임? [7] ㅇㅇ(59.0) 23.05.27 315 0
24939 리뷰/ [노스포] 작자미상 후기 [13] 안심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7 659 5
24938 일반 아케치 고고로 전집 출간되고 있었네 [6] ㅇㅇ(221.154) 23.05.27 225 0
24937 리뷰/ 에도가와 란포 중/단편 개별 리뷰 上 [6] 까악내가까마귀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7 841 10
24936 일반 단순 몰입감으로 악의교전 넘는게 있을까 [5] ㅇㅇ(182.216) 23.05.27 665 5
24935 일반 신주쿠 상어가 추리물이냐? [2] ㅇㅇ(218.155) 23.05.27 184 0
24933 일반 마당이 있는 집 어떰? [2] ㅇㅇ(115.138) 23.05.26 201 0
24932 리뷰/ 정해연 - 홍학의 자리 리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337 3
24931 일반 추리소설 아닌 책 중에는 어떤 책이 가장 감명깊었음 [20] 따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542 2
24930 일반 난이도 무난한 국산 인디 추리겜 추천 [10] 아리요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742 9
24929 일반 하루키 소설도 미스터리 쪽에 속하나? [9] ㅇㅇ(111.91) 23.05.26 298 1
24928 일반 타나 프렌치 작품 읽은 갤러 있냐? [4]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119 0
24927 일반 고전부 갤러리 털렸네 ㅋㅋㅋ [7] ㅇㅇ(175.123) 23.05.26 518 1
24926 리뷰/ 스포)살육에 이르는병 존나 재밋네 [3] ㅇㅇ(106.102) 23.05.26 317 5
24925 일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신간 예고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423 2
24923 일반 오늘의 추독 [2] 간장선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134 2
24922 일반 작자미상 너무 재밌는데 [3] 안심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319 3
24921 일반 <13.67> 약슾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205 1
24920 일반 13.67 읽었다 (스포) [4] 아리요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289 2
24919 리뷰/ [약스포] 히나구치 요리코 읽었습니다. [3] ㅇㅇ(210.123) 23.05.26 179 3
24918 일반 노스포)앨리스 죽이기 존나 재밌당 [2] ㅇㅇ(14.4) 23.05.26 267 1
24917 일반 유리탑 읽기 전에 점성술 오엔트 읽어야 함? [6] ㅇㅇ(39.7) 23.05.26 254 0
24916 일반 스포) 방주 동기 난 이해가 되던데 [1] ㅇㅇ(121.131) 23.05.26 284 2
24915 일반 아래 글 보고 떠오른 잘못된 추리의 예시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733 13
24914 리뷰/ 스포)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후기 ㅇㅇ(118.235) 23.05.26 90 3
24913 일반 모방범 마지막이 너무 아쉽다(스포) [4] ㄱㄱ(14.53) 23.05.26 209 1
24912 리뷰/ 스포X )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리뷰 [5] 심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589 7
24911 일반 책 산거 일부 왔다 [9] 뱃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422 6
24910 일반 혹평이 자자한 어떤 추리 만화의 트릭 [9] 아스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747 7
24909 일반 히가 자매 시리즈는 더 이상 정발이 없나. ㅇㅇ(221.154) 23.05.26 101 0
24908 일반 옛날 일본에서남자들만 군대 끌려가는 장면이 ㅇㅇ(59.14) 23.05.26 135 0
24907 일반 이누가미 일족 가면에 대한 질문 [2] ㅇㅇ(59.14) 23.05.26 120 0
24906 일반 빙과 같은 일상추리물 추천할거 있음? [8] ㅇㅇ(218.233) 23.05.26 356 0
24905 일반 엘리스죽이기 읽는데 겨울잠쥐 나올때마다 [6] ㅇㅇ(221.147) 23.05.26 258 2
24903 일반 히가시노 게이고는 58년생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6 122 1
24902 일반 추붕이들은 독후감 쓰냐? [3] ㅇㅇ(112.147) 23.05.26 111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