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나누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음. 뭐가 됐건 지 좆대로 나눠도 됨. 단독범과 공범, 판타지와 비판타지, 클로즈드 서클과 그렇지 않은 것 등.

그래도 이 시리즈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 편의상 세 가지로 나누도록 하겠음.

첫째는 초인 탐정의 활약을 보는 이야기.

셜록 홈즈나 명탐정 코난처럼 작중에서 어떤 증거가 어떤 상태로 나왔는지 하나도 안 알려주는데, 탐정은 좆도 아닌 걸 보고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렇게 완전한 증거가 있다니! 이런 이런 논리로(비논리적, 비약) 당신이 범인입니다!' 라고 하는 걸 본 독자는 왓슨이 빙의해서 팬티를 적시는 이야기임. 난 이런 것도 제법 좋아함.

둘째는 평범한 탐정이 증거를 모아서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임.

대충 떠오르는 소설 아무거나 말하면 높은 확률로 이거임. 나는 핀란드 작가가 쓴 '스노우맨'이 생각나네. 영화화됐다가 로튼토마토 5% 받아서 잠깐 화제가 됐었지 아마. 읽는동안 독자는 탐정역할에 빙의해서 누가 범인이겠다고 예측할 수 있어서 이것도 좋아함.

셋째는 작중 사건은 좆까라 하고 작가가 독자에게 '속임수'를 내서 싸우자고 도발하는 책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생각하면 됨. 작중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뭔지, 어떤 해결과정인지는 걍 곁다리에 불과하고, 마지막에 '이 새끼들 ■■이었음 ㅋㅋㅋ' 이라는 반전 하나로 뒤통수 쎄게 때려주는 이야기임. 나는 이쪽 추리소설을 제일 좋아함. 숫자가 제일 적어서 아쉬울 뿐.

메르헨 죽이기 시리즈는 전형적인 '속임수'에 관한 이야기임.

살인사건의 트릭? 없음. 걍 달걀을 밀쳤더니 꺠져서 뒤짐, 굴을 잔뜩 처먹으니 숨막혀서 뒤짐, 걍혼자있는 애의 방에 가서 칼로 찔러 죽임, 뒤통수 보이는 놈한테 가서 칼로 찔러 죽임 같이 트릭이 없음.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 어떤 캐릭터가 나오는지, 어떤 배경에 있는지는 걍 덤에 불과하고 '속임수' 하나만을 위해 모든 것이 존재함.

개인적으로는 이런 구성을 좋아하는 편인데, 메르헨 죽이기 시리즈에서는 이 속임수가 굉장히 구림.

제일 먼저 나온 '앨리스 죽이기'는 이 속임수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음. 억지 연출이 없이 이렇게 재밌는 속임수를 만들어낸 건 솔직히 부랄을 탁! 쳤음. 이걸 본 시점에서 바로 전권을 샀을 정도니까.

그런데 나머지 권에 해당하는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 팅커벨 죽이기는 굉장히 실망적이었음.

클라라 죽이기의 속임수는 전권과 완전히 똑같았음. 재탕에 불과함. 놀라움은 없고 문장력조차 떨어졌다고 느낌.

도로시 죽이기는 속임수가 살짝 달라지긴 했는데 매력이 아예 없음. 그게 속임수라고 해서 대체 누가 놀란다는 거임?

팅커벨 죽이기는 속임수가 제일 구렸는데 문장력은 물이 올라서 재밌게 봤음. 근데 작가가 중간에 전개를 바꿨는지 존나 심각한 설정오류가 있더라.

배달앱으로 피자를 시켰는데 피클도 콜라도 없어. 이걸 처먹으래.

처음 시켜먹을 때는 피자가 존나 맛있어서 꼭 또 시켜먹어야지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근데 또 시켜먹으니 피자 맛이 애매해. 생각해보니 피클도 콜라도 없는데 맛이 있을 수 있나? 긴가민가해.

이상하다싶어서 또 시켜먹고 또 시켜먹었더니, 아이고 이거 처음 먹었던 피자가 이상하게 잘 만든 피자였던거네.

애초에 이건 '속임수'에 몰빵을 한 소설이야. 살인사건의 트릭이라던지 심리전 같은 건 없어. 근데 그만큼 첫권이 존나 재밌었다는 거지.

2권 3권 4권을 사서 봤더니 맛이 애매하던가 맛이 구려. 걍 이게 보통이고 첫권이 예외일 뿐이었다는 거야.

그러니까 안 본 애 있으면 1권인 '앨리스 죽이기'만 봐라.

'이상한 나라'라는 배경에 맞게 애들이 하나같이 맛이 가있고 정신나간 대화를 보는 것만해도 재밌는데

속임수도 띠요옹하고 전개도 빠르니까 추리소설 좋아하는 애라면 호불호없이 다 좋아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