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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감상(스포)

ㅇㅇ(110.46) 2023.06.15 19:53:37
조회 161 추천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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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굳이 추리소설에 한정된 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책,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대부분의 이야기에서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게 목적이다.


수천 년 째 반복되는 흔해빠진 사랑이야기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 사이사이에 들어간 고난과 극복으로 인한 카타르시스이듯,

추리소설 역시 배경과 등장인물을 준비하고, 거기에 기괴한 사건들을 집어넣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후 '요런 트릭이었습니다'라는 놀라움으로 카타르시스를 주는 게 대부분이다.


근데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이런 카타르시스가 거의 안 느껴지더라.






1.


책을 다 읽은 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물에 물 탄 듯 흘러가는 이야기'라는 거였다.

이게 뭔 말이냐? 이야기의 굴곡이 거의 없이 평이하다는 말이다. 


이 책은 네 개의 단편을 엮어서 만들었는데, 그 네 가지의 패턴이 다 똑같다.


1. 사건이 일어남

2. 왓슨역의 주인공과 초인 탐정역의 지인이 사건의 해결에 도전함.

3. 뭐가 진짜 증거인지는 작중 내용(주인공인 왓슨역의 시점)으로는 아무것도 안 알려줌.

4. 단편이 끝나기 직전에 갑자기 초인 탐정이 진짜 증거를 말한 후 사건을 해결해버리고 끝남. 



이 구조가 반복되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탐정과 범죄자의 심리전도 없고, 독자들만을 위해 준비된 속임수도 없고,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범죄 트릭도 없고, 그렇다고 캐릭터빨로 먹고사는 초인 탐정물 캐릭터로써의 매력도 없다는 거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뭐가 진짜 증거인지는 아무것도 안 알려주는 상태니 범인과의 심리전이 없다.

그리고 범인들의 살해방식이라고 해봐야 남이 안 볼 때 문진으로 때려죽였다, 걍 남이 안 볼 때 술에 독약을 넣었다 정도라서 트릭이고 뭐고 없다.

그리고 초인 탐정의 매력을 빠는 거라고 하기에는 탐정이 나오는 분량이 적고, 행동의 묘사도 적다. 애초에 주인공(화자)조차 분량이 적은 편이다.



다 읽고 난 다음 눈썹을 찌푸리면서 한 10분정도 고민을 한 것 같다.

'혹시 내가 뭘 놓치고 있나? 작가는 독자에게 속임수를 던져놨는데 내가 눈치 못 챈 것 뿐인가?'

근데 아무리 고민해도 그런 건 없는 것 같더라.



본디 책이건 영화건 매체를 만들 때는 원래 세일즈 포인트를 잡고 하는 법인데,


예를 들어 씹덕물을 만들 거면 여자 캐릭터 머리색별로 하나씩 넣고 가슴도 사이즈별로 분류해서 넣어줘서 미소녀 동물원을 만들고

시밤쾅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으면 걍 마이클 베이 불러서 스토리가 망하건 말건 돈을 쪽쪽 뽑아먹으면 되고

추리물이라면 논리(십각관의 살인 등), 속임수(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등), 캐릭터(명탐정 코난 등)중에서 적당한 걸 골라서 집중하는데


대체 이 책,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어떤 대상을 타깃으로 잡고 쓴 건지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감상임.

기승전결의 감정적 고조를 그래프로 표현한다 치면, 거의 기준점에 맞닿은 채 꿀렁거릴 뿐이라 뭔가 존나 아쉬움.







2.


근데 재미있냐 없냐로 구분하면 절대 재미가 없지는 않았음.


글재간 자체는 충분하고도 남고, 이야기에서 억지스러운 전개도 없고, 추리소설이 아닌 산문이나 수필을 읽을 때의 느낌으로 책장이 술술 넘어갔음.

얼마전에 '천마홈즈 런던앙복'이라는 홈즈 팬픽을 보고 각혈한 기억이 생생한 지금, 이 소설은 그것과 비교하는 것도 모욕적일 정도로 훌륭한 글이었음. 단지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 뿐이지, 그냥 멍하니 적당한 활자를 보고 싶다는 기분으로는 상당히 좋은 책이라고 봄.


요 근래 갤에서 '추리 소설은 멍하니 읽다가 와 그런 트릭이었네 하고 놀라면서 읽는데 나만 그럼?' 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그런 식으로 추리소설을 즐기는 사람한테는 한층 취향에 맞을 지도 모르겠음.



배가 출출해서 뭘 먹으려고 했는데, 눈 감고 배달앱에서 아무거나 골라서 배달된 게 고기도, 생선도, 밥도 아닌 녹차인 느낌임.

기대했던 거랑은 완전히 다르고 배도 안 차지만, 녹차도 따땃하이 마시니까 기분은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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