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탑의 살인 속에서 츠키요는 첫 범행 이후부터 이치조를 의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3일차에 츠키요가 이치조가 숨겨놓은 캡슐을 진짜 독으로 바꿔치기 위해서는 범행 시작 시점, 즉 이치조이게 수면제를 먹인 시점에서 츠키요가 이치조가 그 캡슐을 숨겨놨음을 인지해야한다.

츠키요가 3일차 이전 이치조의 방에서 화장실을 방문한 것은 단 한번, 2일차 새벽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츠키요는 ‘코즈시마 살해’의 범인이 이치조인 것을 알아야하며, 그 시점에서 숨긴 캡슐을 발견한 것이 되어야한다. 하지만 실제 츠키요가 이치조를 지목하는 부분의 논리는 ‘카가미는 범행이 불가능하며, 이치조가 카가미에게 독약캡슐을 넘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라는 것이다. 저 논리대로라면 츠키요는 이치조가 범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안 것일까?

해답은 층수트릭에 있다.

우선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마스터키로 문이 열리고 난 후에 쏟아진 담뱃재 위에서 열쇠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열쇠 또한 문이 열리고 난 후에야 방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능한 경우의 수는 두가지다

1. 범인이 코즈시마 살해 당시(전화 당시) 방 안에 없을 경우-열쇠를 가지고 나갈 이유가 없다.

-피해자가 문을 바로 잠그는 성격이라는 것을 몰랐을 경우에는 전화 시점 이전에 열쇠로 문을 잠그다 피해자에게 들켰을 것이다

-피해자의 성격을 알았을 경우에는 굳이 열쇠를 가지고 나갈 이유가 없다.

따라서 2. 전화 당시 범인은 코즈시마 방 안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 층수를 생각해보자. 범인이 위치한 범행현장은 1호실(10층)이고, 나머지는 1층에 있다. 코즈시마(피해자)의 전화 후 1층 사람들은 위로, 10층 범인은 아래로 내려가야한다(11층이 있긴 하지만, 11층으로 갈 경우 눈에 띄며, 문 소리 때문에 들킨다).

범인이 숨을 곳은 자기 방밖에 없으므로 범인은 자신의 방으로 향할 것이다. 계단을 내려가는 속도와 올라가는 속도는 크게 차이나지 않으며, 올라가는 속도가 살짝 느리다고 하더라도, 범인의 경우 문을 잠가야 하므로 이에 상쇄될 것이다.

이 경우 두 집단이 교차하지 않는 범위에 방이 있는 사람이 범인 후보가 된다. 가령 3층에 방이 있는 사람의 경우 내려오다 올라가는 사람들을 마주칠 것이다.

이 마지노선은 5호실(6층)이다. 따라서 범인이 될 수 있는 것은 1호실(피해자), 2호실(카가미), 3호실(요리사) 4호실(이치조) 5호실(츠키요)이다. 1호실은 당연히 제외, 3호실 중간까지 줄이 서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2호실도 범인이 숨을 곳에서 제외되며, 3호실 주인은 알리바이가 있다.

따라서 범인은 이치조나 츠키요 둘 중 한 명으로 좁혀진다. 츠키요 입장에서 자신은 범인이 아니므로, 당연히 이치조가 밤인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추리를 3자 입장에서 보면 ‘내가 아니니까 너야’라는 어설픈 추리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3자 입장에서 이치조나 츠키요나 범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명탐정을 자처하는 츠키요가 ‘나 아니니까 너임’식 무책임한 추리를 할 리가 없다. 그래서 다음날 이치조 방을 방문해 화장실을 뒤진 것이다.

P.S. 작중 코즈시마 일당이 이치조의 범행을 유도해놓고도, 어떻게 이치조를 범인으로 지목하려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데, 이것이 준비한 트릭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밖에서 문을 잠그고 열렸을때 열쇠를 몰래 떨군다는 ‘이치조가 준비한 밀실트릭’과 ‘전화로 이치조의 행동을 유도한다는’ 코즈시마의 의도가 트릭 측면에서 다르지 않음에도 굳이 전화를 걸고 살려달라고 하며 후자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2프로 어설픈게 코즈시마가 짤만한 트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