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다 서술트릭이 기가막힌 작품이라는 평이어서 일부러 몰아서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모'나 '앨리스 죽이기' '잘머불' 등에서 느낀 섬광 치는 듯한 얼얼함을 느끼진 못했음(벚꽃이나 살육병은 내가 스포에 그닥 민감하지 않은 터라 자체 스포해서 읽지 않았음)

당연히 둘다 예측 못하긴 했는데 좀 페어하지 못하다고 해야 하나. 

물론 못 알아채니까 서술트릭이지 눈치채도록 작가가 설계를 했겠냐만은

미스디렉션에 낚여 대놓고 고릴라가 지나가는데도 못봤으면 나 자신을 책망하고 ㅋㅋㅋ 거릴 수 있는데

등뒤로 슥 지나간 고릴라는 좀 반발심이 든달까? 

관대한 독자는 주인공의 변모나 쓰레기짓을 보면서도 

'찐따 쿨찐쉑이 갑자기 나쁜남자가 된다고? 말이됨....?'

이라 하지 않고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받아들여 주고 넘어가기 마련인데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그런 심리를 역으로 이용한 것 같아서 좀 승복이 안 되었다

내가 까다로운 독자였으면 뭔 아이돌급 능력녀가 주인공한테 매달려서 양다리도 괜찮아요~ 이지랄 할때 이미 책 던졌지.

그래놓고 나중가서 이만큼 성격이 다른데도 동일인물 아닌걸 몰랐냐 ㅋㅋ 하고 비웃는 느낌이라 괜히 트집 잡을 거리를 찾게 된다.

<도착의 론도>는 메인 트릭이 '주인공이 정신병이 있음'이기 때문에 좀 치사하다는 생각.

하지만 단서 자체는 충분했던 거 같다. 작가 지망생의 잉여짓을 다루는 부분은 내가 다 고통스러울 정도였고 

생각해 보니 두 작품 모두 시간을 비튼 것으로 성립한 서술 트릭류인데(이니시에이션 러브는 이어지는 사건이 아닌 동시기, 도착의 론도는 작년도 신인추리상을 현재라고 망상해 트릭이 성립) 나로서는 처음 접한 종류를 우연찮게도 몰아서 보게 된 게 좀 신기하다 ㅎㅎ 

아무튼 둘다 재미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