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맛이 일품이다. 이사카 고타로 테이스트가 물씬 풍기는데 기이하거나 너무 황당하지 않아 따라가기 아주 쉽다.

재채기나 대화 등을 통해 타인의 비말에 닿게(작중 주인공은 감염이라 표현) 되면 그 사람이 다음 날 가장 인상적이라 여겼던 순간을 그 사람 시점에서 수초에서 수분 정도 볼 수 있는 미래시 능력자가 주인공이다. 유전된 능력으로 주인공 아버지는 이를 선공개 영상이라 불렀다.

선공개 영상으로 본 미래를 막으려는 주인공과 고양이 학대범에게 별풍선을 쏜 사람들을 처벌하고 다니는 의문의 2인조가 얽히며 생기는 사건이 이야기의 주축이다.

초능력으로 보게 된 미래의 참극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자체는 아주 흔하고 이 소설 또한 과거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전개가 된다.

다만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고 미래에 벌어질 참극의 디테일이 독특하며 정석을 살짝살짝 비트는 전개가 매우 속도감있어 재밌게 술술 읽을 수 있다.

이사카 고타로만의 특기가 한껏 발휘된 작품이라 팬은 물론이고 입문작으로 읽기에도 좋은 소설

하지만 너무 엔터테인 쪽에 치중해서일까 맛이 대단히 순하다.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은 유쾌한 황당함 속에서 사회 비판적인 태도가 강하게 묻어나는데 이번 작은 그 부분이 많이 옅다.

전작들을 충분히 읽은 마니아라면 밍밍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법한 수준

추리소설의 면모도 갖추고 있어서 추붕이들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슉슉 읽히는 간결한 문장 속에 담을 건 대충 다 담은 실력에 감탄하다보면 500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간다. 읽기 쉽게 글을 쓰는 작가 자체가 귀한데 이사카 고타로는 그러면서도 내용을 알차게 담아 더욱 소중하다. 대사가 좀 많긴 하지만... 문장을 따라 질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