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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단간론파 키리기리: 생각지도 못한 수작

묵납자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5 16:06:50
조회 778 추천 10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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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고등학생이지만 탐정 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사미다레 유이에게 어느날 한 편지가 도착하게 된다. 그 편지는 앞으로 어떠한 살인에 쓰일 장소, 흉기, 트릭의 종류 등이 간략하게 적힌 기묘한 살인 예고장이었다. 편지를 발신한 곳은 [범죄 피해자 구제 위원회] 라는 비밀의 조직으로, 그들은 과거에 끝내 검거되지 않은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한 피해자의 지인에게 똑같이 살인으로 복수할 기회를 주는 곳이었다. 그들이 주로 추구하는 방식은 복수를 원하는 의뢰인을 위해 거액의 자금으로 범죄를 실현시킬 수 있는 세트장을 만든 뒤 그곳에 의뢰인, 복수할 대상(들) 그리고 그 외의 조연 여러명을 부르는 것. 만약 의뢰인이 그곳에서 복수에 실패하거나 탐정에게 범인으로 지목당할 경우 의뢰인은 조직이 범행에 사용한 금액을 즉시 변상해줘야 한다. 만약 변상하지 못한다면 그들 앞에는 목숨값이라는 선택지만이 남게 된다. 단간론파 키리기리는 이런 범죄 조직을 눈 뜨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사미다레 유이의 위험천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면서 단간론파의 팬이기도 한 필자는 신작은 나오지 않고 있고 즐길 수 있는 단간론파 컨텐츠가 거의 바닥나자 대책으로 여태껏 관심이 없었던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외전에 불과한데다가 단간론파 세계관과는 거의 연관성을 나타내지 않는 시리즈였기 때문에 기대치가 사실상 없었던 상태로 읽었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있고 재밌는 소설이었다.


총 7권으로 꽤 분량이 있는 작품이었는데도 시간을 들여 읽은 것이 후회되지 않는다.


우선 이 추리소설의 메인 장르가 클로즈드 서클+밀실 살인인 것부터 취향저격이었다.


전체적으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며 실제로 해당 작품의 패러디까지 몇 개 넣어놓은 것을 발견하였다.


필자가 사계절 중 겨울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소설도 끊임없이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배경이 클로즈드 서클의 분위기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실제로도 이 눈 내리는 한겨울이 작중 이따금씩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한다.


눈 내리는 겨울 얘기가 나오니까 또 빼먹을 수 없는 얘기가 있는데, 본 작품을 읽으면서 나까지 덩달아 계절에 의한 추운 느낌을 받았다.


추운 느낌 뿐 만이 아니다. 작품에서 묘사하는 다른 감각, 시각을 통해 비추어지는 비주얼, 그리고 감정까지 어렵지 않게 느끼고 상상할 수 있었다.


작가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묘사 능력이 훌룡하다고 평하고 싶다.


적당히 시적인 비유와 함께 가독성도 아주 좋았다.


또한 그 단간론파라는 시리즈의 외전인 것을 증명하듯 정말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았다.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단간론파의 작가인 코다카 카즈타카 대신 다른 누군가가 단간론파를 집필하는 것을 나는 반대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코다카만이 창조할 수 있는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다 읽은 지금 어쩌면 기타야마라면 괜찮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든다.


개중 존재랑 이름 자체가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그 캐릭터는 단간론파 시리즈의 최고 캐릭터들로 평가받는 오마나 코마에다 만큼은 아니어도 그 둘에 버금갈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지금 좀 그녀석에게 빠졌다.


키리기리의 팬이 봐도 아주 흡족할 만한 팬픽일 것이라 자신한다.


그만큼 코다카가 집필한 것 같이 원작의 키리기리의 캐릭터성을 잘 이해한 채 그대로 자신의 작품에 그려냈으며 그것이 키리기리의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답게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녀의 새롭고 매력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에노시마의 팬이 단간론파 제로를 보고나서 더욱 그 캐릭터에 빠지듯이 필자도 이 시리즈를 접하고나서 키리기리를 향한 호감도가 상승하였다.


마지막으로 칭찬할 만한 점은 흥미진진한 세계관 설정과 전개다.


필자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일단 줄거리에 적힌 저 범죄피해자 구제 위원회라는 설정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이밖에도 전국의 탐정을 랭크에 따라 분류하여 문서로 기재해놓은 탐정도서관이라든가 마치 더 지니어스에 나올 법한, 게임 같은 룰 속에서 진행되는 클로즈드 서클 등 재밌는 설정들이 여러개 있다.


그런 설정들 가운데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전개는 독자로 하여금 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작가가 참 단간론파 넘버링 시리즈 못지 않게 설정 한 번 재밌게 잘 짰다고 생각한다.


이제 단점을 얘기할 차례.


이건 꽤나 본격 미스터리 소설로써 치명적인 단점일 수도 있는데 바로 트릭이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다는 것.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본작의 작가인 기타야마 다케쿠니는 각종 기계장치를 이용한 물리 트릭을 애용한다.


그런 기타야마가 단간론파 넘버링 시리즈의 최신작인 뉴 단간론파 V3의 트릭을 담당했고 필자는 해당 게임을 예전에 플레이 했기 때문에 대충 이 작가의 스타일을 파악한 채로 단간론파 키리기리를 읽어나간 것이다.


뉴 단간론파에서 등장하는 트릭들을 개인적으로 괜찮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트릭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읽었는데.... 음.... 예상한 그런 류의 트릭이긴 했는데 좀 심화되었다고 해야하나.... 뉴 단간론파 때보다 더 복잡하고 비현실적이고 장황한 트릭들이었다.


트릭의 대부분에서 억지스러움을 도저히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이런 류의 트릭을 딱히 신경 안 쓰거나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건 호불호의 영역일 수 있다.


좀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것 같아도 개연성 있고 트릭에 허점만 없으면 돼 - 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만 치부할 수도 없는 게, 개연성 측면에서 아쉽고 의문점들이 생겨나는 트릭이 은근 많았다.


어떤 트릭들은 뒤늦게 증거와 설정을 갖다붙여 독자에게 언페어하기도 했다.


몇몇 트릭들은 내가 증거나 설정을 잊어버리거나 추리력과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부 그런 경우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또다른 자잘한 단점들로는 시원하게 풀리거나 회수되지 않은 몇가지 전개와 설정들을 꼽겠다. 세계관을 둘러싸고 있는 음모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인 1권이 나머지 6권들에 비해 비교적 어수선하고 덜 자극적이라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총평을 하자면, 추리소설인데 트릭이 아쉽다는 점 때문에 명작은 못 되더라도 수작은 되는, 단간론파 시리즈의 수많은 캐릭터들 중 겨우 한 캐릭터의 과거를 서술하는 외전인 것이 믿기지 않는 작품이었다. 씹덕스럽고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세계관 설정 그리고 본격 미스터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단간론파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도 넘버링 시리즈와 연관성이 거의 없기에 단간론파를 아예 몰라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씹덕스러운 설정과 복잡한 물리 트릭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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