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갤에 이거 재밌냐는 글이 올라와서 관심이 생겼는데 도서관 가니 마침 있길래 읽었다.

결론은 추천하는데 이거 추리소설은 딱히 아님. 범죄 실화 다큐에 훨씬 더 가깝다. 근데 실화가 아닐 뿐.

이 소설의 장점은 현실을 고스란히 옮긴 뒤 정교하게 잘라내어 범죄를 덧댄 점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의 이야기는 대부분 거의 사실이고 마을에 대한 묘사도 대부분 사실이라서 현실감이 대단하다. 게다가 심지어 중간중간 논픽션처럼 사진도 엄청 실어놔서 누가봐도 다큐인데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연쇄살인이 픽션인 거다.

작가는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서술하는 동시에 자신의 눈으로 바라봤던 자기 마을을 그리운 마음 한가득 담아 묘사하여 세계를 정교하고 압도적인 현실감으로 완성한 뒤 있지도 않았던 연쇄살인이 작가 본인과 함께 수년 간 살아온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 실력이 일품이다.

끔찍한 범죄가 커뮤니티를 침범해 무너뜨리는 과정과 결국 스스로 극복하고 상처를 수복하는 다정함이 이웃의 시선으로 선명하게 그려져 현실의 공포와 인간 내면의 깊이가 이중주를 이루는데 동시에 이 소설 속에 드러난 현실과 픽션 간의 무경계함이 또다른 이중주를 이루니 완성도에 감탄을 하게 된다.

잘 쓴 소설. 추리도 스릴러도 호러도 성장소설도 순문학도 되는 대단히 복합적인 작품이면서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춤을 추는 영리한 작품이기도 하다.

근데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라 추리 하나에 날카롭게 한점 돌파하는 거 좋아하는 추붕이들이라면 밋밋할 수도 있겠다.

일단 이거 추리소설이 아닌 건 확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