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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폰의 체스》, 파올로 마우렌시그 리뷰

느티라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1 22:43:53
조회 151 추천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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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최근에 체스에 취미를 붙여보고 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초보 수준이다. 초등학생들에게도 쉽게 패배할 정도의 실력이지만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즐겁다. 체스 유튜브 영상들을 보게 되었고, 체스를 소재로 하는 소설 《폰의 체스》를 읽게 되었다.


 《폰의 체스》는 1993년에 발간된 소설로 에드거 앨런 포를 떠올리게 하는 섬세한 문체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극찬을 받았다. 책의 배경은 히틀러가 통치하던 독일로, 출판사는 이 소설을 ‘홀로코스트 복수 스릴러’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었기에 몰입하며 읽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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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보드게임들이 그렇듯, 체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체스를 직접 해본다면,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체스는 매번 움직일 때마다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자신의 이번 결정이 패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압박감이 64개의 칸은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폰의 체스》에도 그런 보드 위의 긴장감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저는 실수 없이 본능적으로 체스를 두었습니다. 잘못된 수는 아니지만 좀 약한 수를 두려 하면 잡으려던 말에 손길이 스치기만 해도 폭풍이 다가올 때 돛대 위에 나타나는 세인트 엘모의 불처럼 파란빛이 반짝였습니다.”


 위의 문장은 인상적이었다. 정적인 체스 게임을 폭풍과 마주하는 돛대로 역동적으로 묘사된 부분이 좋았다. 나도 체스를 두면서 한 수, 그리고 한 수에 혼란스러운데, 이 심정을 반영하는 멋진 문장이었다. 《폰의 체스》에는 멋진 문장들이 많았다.


“행마법은 똑같고 양쪽 모두 폰은 같은 칸에 위치시킵니다. 하지만 초보자에겐 단순한 첫 수가 거장에겐 기나긴 행마의 첫 수가 되는 셈이죠. 동용의 첫 음이 되느냐 교향곡의 첫 음이 되느냐에 따라 두 음표 사이의 관계가 달라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체스 오프닝이란 초반에 서로 이점을 얻기 위하여 싸우는 것을 지칭한다. 초반에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을 숙지하여 전략적 이점을 가져가는 것이다. 초심자는 오프닝 수순을 외우지 않더라도 경쟁이 가능하지만 숙련자에게 오프닝은 매우 중요하다. 숙련자들의 대결에서는 시작의 첫 수가 승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의 문장은 같은 수라도 초심자와 숙련자의 차이점을 멋지게 표현했다.


 알렉산더 알레킨이나 카파블랑카 같은 실제 체스 챔피언들이 소설 속에 나와서 더욱 몰입하며 읽기 좋았다. 이 소설 속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을 것 같은 긴장감을 주었다.


 《폰의 체스》는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다소 느린 전개로 아쉬웠다. 하지만 2부는 흥미진진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놓기 위해 다시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몰랐던 복선들을 발견할 때는 정말 좋았다. 소설 속에 복선들이 밀도 있게 들어가 있다. 다시 읽을 때 더 재미있는 책인 것 같다.


 작가인 파올로 마우렌시그의 다른 작품도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ujacha4403/22339121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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