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유키 하루오의 <방주>를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기에 많이 기대한 작품이었다.

아마 작가의 의도이겠지만,

<방주>는 말 그대로 본격 추리에'만' 집중한다.

추리 게임을 구성하기 위한 논리 등에는 충실하지만,

인물들의 성격이나 그들 사이의 관계 묘사 등은 그렇지 못하다.

이 때문에 독자들 간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다.

누군가는 군더더기기 없다고, 누군가는 내용이 부족하다고 생각할테니까.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대로도 <방주>를 즐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인물, 관계 묘사와 '방주'의 배경 설명에 좀 더 추가되면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방주'의 단면도도. 마지만 반전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체 누가 그렸는지...)

<방주>를 읽고 만족하긴 했지만,

사실, 범인이 밝혀지는 후반부까지는 큰 감흥이 없었다.

보통 추리 소설에선 예상을 빗나간 사람이 범인이기 마련인데

<방주>에선 왠지 얘일 것 같은데 싶은 사람이 범인이었다.

그렇지만, <방주>의 진면목은 바로 마지막 최후반부에서야 드러난다.

생사의 갈림길이 단 한순간에 뒤바뀌는 건 충격이었다.

이때 드러나는 반전이야 말로 <방주>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덕분에 유키 하루오 작가에게 관심이 생겨,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볼 생각이다.

+

작가가 방주에서 보여준 트릭과 논리는 대단하지만,

납득이 가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1. 범인이 처음부터 사람들을 속일 필요 없이, 그냥 다 같이 힘을 합쳐 빨리 하네스를 만든 다음 2명이 먼저 나가고 구조대를 불러오는 방법이 있지 않나...?

2. 출입구가 막힌 것을 확인하고 바로 카메라를 바꿀 생각을 한 건 그렇다고 쳐도, 범인은 대체 언제 공기통(산소통)이 방주 안에 있는 걸 확인한 거지...?

3. 아무리 극한 상황에 처했다고 해도 어떻게 범인은 그렇게 쉽게 사람을 죽인 생각을 할 수 있지...?
3. 범인은 대체 무슨 힘으로 사람을 쉽게 죽이고 목을 자를 수 있는 거지...?

이 부분들이 아쉽긴 했지만, 추리 소설을 즐기기 위해서는 적당히 넘어갈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