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 정세랑

통일신라를 배경으로 당나라에 유학다녀온 남장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에피소드 형식으로 되어있으며 사건 트릭이나 해결방법이 깔끔하고 좋음

에피소드마다 삼국시대의 생활상을 중요한 주제로 삼은 점에서 깊이가 느껴짐

차고넘치는 조선시대 배경 소설들 사이에서 이것만으로도 유니크함이 보장됨

사건의 박력이나 임팩트는 부족한편

그러나 문장이나 표현이 미려하고 인물들도 매력적이라 어디하나 걸리지 않고 쉽게쉽게 읽힘

설자은을 주인공으로 여러 권을 기획한 시리즈의 1권이다보니 이야기의 밀도가 그리 높지 않고

배경이나 인물들 분위기만 찍먹하는 밍숭맹숭함은 좀 아쉬운 부분

// 암행 숙수 강철도 : 우심적 연쇄살인사건 - 최종구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남자 요리사인 숙수가 뛰어난 미각과 요리실력으로 범인을 잡는다는 소설

이라고는 하는데 사건 해결에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음

조선시대 요리나 요리사들에 대한 내용도 그다지 섬세하지 않고 깊이도 없음

그냥 많고많은 조선명탐정들 사이에서 특색 하나 주고자 구색만 맞춘 기믹

무엇보다 문장이나 인물 등등 전체적으로 낡았음

평면적인건 둘째치고 스타일 자체가 너무 구닥다리임

뜬금없고 과한 섹드립도 보는데 불편했음

술자리 부장님이 할법한 밑도끝도없는 섹드립이 툭툭 튀어나옴

나이 많은 작가들이 이런식으로 섹드립 많이 흘려대던데 요실금처럼 조절이 잘 안 되나

사건들이 와르르 굴러가는 스노우볼링 자체는 괜찮았음

마무리가 영 아니라서 문제지

영화진흥위원회 뭐 선정되었다던데 딱 오락형 한국영화의 깊이와 재미를 가진 소설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잘 맞춰서 쓴듯

// 붉은 궁 - 허주은 

캐나다 교포가 쓴 조선시대 배경의 소설

검은머리지만 외국인이 영어로 쓴 역사소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끔

근데 그래서인지 맛이 좀 애매함

한식 안 먹어본 미국인이 레시피만 보고 미국산 재료로 끓인 김치찌개를

한국인이 그 맛을 재현해 한국산 재료로 다시 끓여본 느낌

사극 좀 본 사람이면 눈에 걸리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님

조선 선비 말투가 그냥 지금 대학생이랑 똑같은데 사실 이건 번역에서 다듬어줄수도 있는거 아닌가

번역상태도 좀 메롱

에드거엘런포 어워드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이야기 텐션이 높지 않고 트릭이랄지 반전같은게 거의 없이 슴슴

떡밥도 산만하고 인물들도 평범함

조선시대 배경으로 쓴 트와일라잇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지

알고보니 진짜 청소년 미스터리 부문 수상작이었음 

서양인들에게는 낯설수 있는 조선시대 남녀의 조심스러운 로맨스를 썼다는 점은 좋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