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기타 괴담] 처음 시작은 파리였다.

옹기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9 01:28:14
조회 3719 추천 72 댓글 9
														

7cf3c028e2f206a26d81f6e444857269c8


처음 시작은 파리였다.

 

이 거지 같은 아파트에 뭔 놈의 파리가 이렇게 많을까에서 시작된 불쾌감.

 

단순히 몰상식한 노인네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복도에 뒀나 보다 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창문에 파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604호.

 

그리고 그 안에서 불쾌한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복도식 아파트에 단점은 비밀이 없다는 것이다.

 

옆집에서 라면을 끓이면 온 집안에 라면 냄새가 풍긴다.

 

누군가 생선이라도 구워 먹는 날에는 환기를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지경이다.

 

저렴하다는 이점 하나만 보고 부모님이 계약한 하자 투성이인 아파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역하다.

 

 

 

복도를 돌아다니는 파리는 며칠이 지나도 없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수가 더 늘어가는 느낌이다.

 

혹시나 집에 파리가 따라 들어올까 싶어 눈치를 보며 현관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니 슬슬 분노가 차올랐다.

 

괜히 담배 피우러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불쾌감에 604호로 눈을 흘긴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 보게 된 것이다.

 

복도와 연결된 604호의 방의 구석에 벌레 채집용 케이스가 놓여있고, 케이스 뚜껑이 절반 정도 열려있다는 사실을.

 

하나의 케이스가 아니다.

 

차곡차곡 쌓인 케이스 위로 밀웜, 귀뚜라미 등등이 놓여 있고 그 위로 파리가 날아든다.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나도 모르게 604호의 문을 쾅쾅 두들겼다.

 

“저기요! 606호인데! 문 좀 열어보세요!”

 

안에서 부스럭 인기척이 들려왔다.

 

“예, 뭡니까?”

 

갈라지는 목소리.

 

“잠깐 문 좀 열어봐요.”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인다.

 

오고 가며 몇 번이나 본 아줌마다.

 

“그쪽 창문에서 계속 파리가 나오는데 어찌 된 겁니까? 복도에 날아다니는 파리 안 보여요?”

 

“예?”

 

“여기 봐요! 여기! 방으로 넘어와서 보세요!”

 

뻔뻔함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아...”

 

아줌마가 내 말에 몸을 돌려 옆방을 슥 하고 바라본다.

 

무언가 숨기고 싶은 표정.

 

“죄송해요. 우리 아이 취미인데... 주의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아줌마는 나에게 거듭 사과를 한 뒤 현관문을 닫았다.

 

나는 문이 닫힌 뒤에도 제자리에 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분명 봤다.

 

좁은 문틈 사이였지만 나는 분명히 봤다.

 

그 집의 거실에 사람이 아닌 커다란 무언가가 앉아있었다는 사실을.

 

 

 

그 이후로 우리 아파트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무언가 생김새가 미묘하게 바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 아파트에 오래 살면 싫어도 이웃의 생김새를 알아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웃들이 무언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웃의 안구가 묘하게 머리 쪽으로 틀어졌다.

 

이웃의 미간이 넓어졌다.

 

눈알이 세로로 갈라졌다.

 

피부 톤이 푸석해지며 낯빛이 어두워졌다.

 

방금은 다리 사이로 꼬리를 본 것 같다.

 

그중 제일 두려운 것은 그거다.

 

시선.

 

나는 그들의 360도 자유자재로 돌아가는 시선을 느낀다.

 

뒤통수까지 느껴지는 시선에 두려움을 느끼며 집으로 도망친다.

 

뒤틀림 정도는 이웃마다 달랐다.

 

심하게 뒤틀린 이웃도 있었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이웃.

 

전혀 뒤틀리지 않은 이웃도 있었다.

 

다들 모르는 척하는 건가?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파리를 잡아먹는데?

 

벽에 붙은 파리를 혀로 휘감아 잡아먹는데?

 

정신이 나갈 것만 같다.

 

신고해야 하나?

 

공격하면 어쩌지?

 

그러다 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들의 모습이 도마뱀처럼 변해갔다는 것을.

 

 

 

 

“그거 렙틸리언 같은데.”

 

이런 쪽으로 비상한 친구에게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렙틸리언?”

 

“들어본 적 없나? 파충류 형상을 한 인간을 말하는 건데.”

 

그 말에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계속해 봐.”

 

“주로 미국이나 캐나다같이 북아메리카에서 많이 들려오는 괴담이다. 주로 인간인 척 위장하고 살아가는데 인간하고는 엄연히 다른 무엇이지. 머리가 비상하고 야심이 많아서 정치계나 방송계, 연예인 같은 유명한 사람들이 알고 보면 렙틸리언이 변장한 경우가 많다더라.”

 

머리가 아파졌다.

 

“아니, 그런데 그런 괴물들이 굳이 이런 아파트에 있을 이유가 있으려나...”

 

“안전해서 일 수도 있겠지. 그런 노후된 아파트에 자기들 위협할 수단이 있을 리 없으니까. 세력 확장용으로 좋겠지. 그리고 거기 파리가 많이 날아다닌다며. 그러면 먹을 거도 풍부하겠네.”

 

나는 그 말에 괜히 막아놓은 창문과 현관문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들이 벽을 기어다니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그래, 네 말이 다 맞는다고 치자...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일단 나는 그 604호가 제일 수상하다. 아마 이 모든 일의 원인이자 숙주겠지?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중요한 이야기를 할 테니까...”

 

...

 

...

 

...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참고삼아 품속에 칼을 챙겼다.

 

공구상자에서 망치를 꺼내 베란다로 나와 얇은 벽 앞에 섰다.

 

비상시 대피를 위해 만들어 둔다는 비상 탈출용 공간.

 

두들겨보니 가볍게 통통 튀는 소리가 들렸다.

 

그곳을 향해 망치를 휘두르자 가볍게 벽이 부서졌다.

 

미처 상황 파악이 덜 끝난 그것들을 향해 다가갔다.

 

가엾은 사람들.

 

이들은 자신이 언제 감염되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혹시나 꼬리나 팔다리를 자르고 도망갈 수도 있으니 최대한 신중하게 칼을 휘둘렀다.

 

그들의 비명소리가 온 아파트를 울렸다.

 

그 소리를 듣고 온 그것들로 현관문이 쿵쿵거린다.

 

시간이 없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판단해 벽을 하나 더 부쉈다.

 

그것들은 생각보다 저항하지 않았다.

 

이것은 값진 죽음이다.

 

베란다 창문 아래에 빨간색 파란색 불빛이 교차하며 반짝이는 게 보인다.

 

저들이 인간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몇 마리나 잡을 수 있을까?


그가 묻는다.

 

나는 서둘러 벽 앞으로 이동한다.


추천 비추천

72

고정닉 10

2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1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14803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이용 수칙 (4.16) [3]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4661 25
1421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4.16)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20743 35
15528 공지 나폴리탄 괴담 작성 체크리스트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16 942 13
1440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신문고 흰개(118.235) 24.03.22 1553 18
17225 나폴리 어느 날, 내 집에 붉은 버튼이 생겨났다. ㅇㅇ(58.29) 01:47 1 0
17224 잡담 나만 이런 경험 있어? ㅇㅇ(118.235) 01:43 7 0
17223 나폴리 얼마 안남았다 ㅇㅇ(118.219) 01:38 8 1
17221 나폴리 노력에게 배신당했을때. ㅇㅇ(211.178) 00:27 38 2
17220 잡담 살자는 왜 하는걸까 [2] ㅇㅇ(211.206) 05.21 109 1
17219 대회 다시 만난다면 [2] ㅇㅇ(121.189) 05.21 68 3
17218 잡담 이짤 존나 나폴리탄스럽다 고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30 4
17216 잡담 요즘너무바쁘다진짜 [1] Rosefield_031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59 0
17215 규칙서 가쿠리겐 호텔 규칙서 [5] H.EVE(1.225) 05.21 145 4
17214 잡담 오류 확인 H.EV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43 0
17210 기타 ■월 1일의 녹취록 [1] 윤미영팀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24 7
17209 기타 야 사람 한 명 죽이면 1억 준다는데 하냐? [3] CAT080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782 47
17207 대회 현실에도 괴이가 있다고 하면 믿을 거야?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519 17
17206 잡담 낲붕이들은 그런 경험 있냐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09 2
17205 잡담 규칙서 진부하냐고 글 올린 사람임 [1] H.EV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314 13
17202 규칙서 챗GPT한테 시켜본 나폴리탄 바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209 6
17201 잡담 낲갤에서 너네가 생각하는 명작 하나 ㄱ [12] ㅇㅇ(58.235) 05.21 252 1
17200 잡담 여기 글들 처음에믄 무서웠는데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17 5
17197 잡담 꿈 진짜 끔직하다 ㅇㅇ(14.41) 05.21 80 6
17196 잡담 규칙서 이제 진부하냐? [6] H.EV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277 1
17195 잡담 커피커사탕존맛 [3] ㅇㅇ(27.113) 05.21 152 1
17194 잡담 죄송합니다 [1] ㅇㅇ(27.113) 05.21 109 1
17193 잡담 왠지 나폴리탄스러운 짤 [3] 시더스타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298 5
17192 규칙서 -들리는 대로만 행동하시면 됩니다. [2] ㅇㅇ(116.32) 05.21 314 12
17191 나폴리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2] 쏯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990 33
17190 잡담 개뻘글 ㅇㅇ(118.235) 05.21 108 5
17186 잡담 가면무도회 규칙서 [7] ㅇㅇ(115.92) 05.21 584 16
17183 잡담 곰의 나라 알래스카로 여행 중 숙지해야 할 필수 사항 [1] 350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0 148 1
17182 나폴리 뭐라도 아는 사람 있으면 도와줘 [3] 나잘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0 193 1
17180 나폴리 이빨 토끼 [8] ㅇㅇ(119.67) 05.20 160 3
17177 기타 무당의 질투심 [2] 귀문관살(113.22) 05.20 301 5
17175 기타 사형수의 잔치 [5] ㅇㅇ(1.248) 05.20 552 27
17173 잡담 납갤 글만보면 폰 ㅈㄴ 뜨거워지는데 머임대체? [8] 리티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0 329 2
17172 나폴리 눈앞의 유리창 옹기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0 368 13
17169 대회 이상 현상 보고서 - 꿈 관측소 [1] CAT080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0 627 19
17167 기타 "이상현상 그거? 막을 방법은 없다." [4] ㅇㅇ(118.47) 05.20 1353 44
17165 잡담 산책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하뉴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0 175 2
17162 잡담 요새 모바일에서 디씨 페이지가 먹통이 되던데 나만 그럼? [10] 블루워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0 428 5
17161 대회 1004 기숙사 경고문 수정 기록 [4] 너폴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0 317 8
17158 잡담 써줘. [2] ㅇㅇ(211.111) 05.20 356 7
17153 규칙서 충고의 메시지 [4] ㅇㅇ(115.92) 05.19 475 10
17150 나폴리 특정 시간대에 갇혀버렸습니다. 도와주세요. [9] ㅇㅇ(1.248) 05.19 1884 52
16264 대회 ■■■■ !!제 2회 낲갤 백일장 개최 안내!! ■■■■(5/12 수정) [30] Riv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1 3049 46
17148 잡담 야간산행하러 왔는데 안내문이 뭔가 이상하다 [2] To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408 8
17146 규칙서 독서실 305번 자리를 쓰던 사람이 남긴 글 [14] ㅇㅇ(220.92) 05.19 2348 77
17144 나폴리 사냥개들의 숲 [4] ㅇㅇ(183.100) 05.19 893 35
17143 기타 안녕하세요 불교신자입니다 질문이있습니다 [3] ㅇㅇ(123.142) 05.19 431 1
17142 규칙서 영진법당에서의 생존법 [8] ㅇㅇ(223.38) 05.19 1362 60
17138 잡담 일기게이야 함 봐봐라 파란레몬음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84 2
17129 대회 이 방에서 나가려면 눈앞에 있는 액체를 모두 마셔야 합니다- [3] ㅇㅇ(61.253) 05.19 1541 39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