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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나폴리탄 단편소설 – 부모님과 스님의 嘷앱에서 작성

쿵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9 11:51:46
조회 1342 추천 15 댓글 12
														

어릴 적부터 마을회관 TV에 나오는 도시의 휘황찬란한 삶에 동경을 가지고 있던 나로선, 일평생 촌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사시며, 무릇 내가 뒤를 이어 이 마을을 가꾸어 나가길 원하는 부모님과는 대립이 잦았다.

만 19세가 되던 해,

난 도망치듯 마을을 떠나 군대로 입대하였고, 전역 후 4년간의 추가 임기제 간부 복무, 막노동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살던 내게,

갑작스레 찾아온 부모님의 죽은 은 내 삶에 불씨를 꺼트렸다.

찾아뵙기는커녕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 한번 자주 못한 죄스러운 마음과 두 분의 흔적이 그리워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후... 요즘 같은 시대에 고향 한번 내려오는 것이 뭐 그리 힘들다고 진작 와보지 못했는지..."

찌르르— 찍—

마루에 누워 눈을 감고 풀벌레 우는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무렵, 열어놓은 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계십니까?"

"네 누구십니까?"

"본승은 혜연이라 하는 노승입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탁발을 하는 중인데 물이라도 한잔 얻어먹을 수 있겠습니까?"

"예... 뭐 잠시 기다리시지요 스님."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물이 담긴 컵과 각종 채소들, 소량의 쌀이 담긴 바구니를 내밀었다.

"제가 고향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안에 시주거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거라도 받아주십시오 스님."

"허허 이만하면 진수성찬이지요 감사드립니다."

노승은 잠시 눈을 감고 목탁을 두드리더니 합장을 하고 떠났다.

고향으로 내려온 탓인지 푸근한 인상에 스님을 만난 탓인지
모처럼 편안한 하룻밤을 보냈다.

'오늘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날이 흐린 게 곧 쏟아질 거 같구먼, 땅에는 내일이나 다시 가봐야겠네.'

"계십니까?"

닫힌 문 뒤로 어제 찾아왔던 노승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스님 그런대 어쩐 일로...?"

문을 열고 맞이하자, 노승은 눈을 감고 말없이 목탁을 여러 번 두드리셨다.

"저, 스님??"

내 부름에, 눈을 뜨고 고민이 담긴 눈으로 날 바라보던 노승이 내게 물었다.

"혹 시주께서는 아버지와 잊지 못할 추억이 있으신지요?"

잠시 그리운 추억에 빠졌지만, 기억을 되짚어 답하였다.

"예 스님 어린 시절 아버지와 저는 보이 스카우트 행세를 하며 논과 밭 산들로 이루어진 이 마을 곳곳을 탐험하며 놀았습니다."

"어른이 되어 자주 찾아뵙지 못한 제게는, 어린 시절 그 놀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스님."

잠시 미소를 띠던 노승이 다시금 진중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다행입니다 시주님 부디 '귀를 열고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예???"

알 수 없는 선문답이 오가고 당황한 나는 다시금 되물었지만,

노승은 합장을 하고 떠났다.

'귀를 열고 떠올리라니... 이게 무슨...'

시간이 지나 잠자리에 들자 습하고 어둡던 날씨를 반증하듯,
빗소리가 처마를 때렸다.

타닥 – 탁- 탁- 탁-, 탁- 타닥–

타탁– 타탁–, 탁-, 타닥– 탁- 타탁–

탁- 타닥– 탁- 탁-, 탁‐

내리는 빗소리를 연주 삼아 눈을 감자 더욱 세차게 울었다.

타닥 –! 탁-! 탁-! 탁-!, 탁-! 타닥–!

타탁–! 타탁–!, 탁-!, 타닥–! 탁-! 타탁–!

탁-! 타닥–! 탁-! 탁-!, 탁‐!

날이 밝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집 앞을 지나가던 노승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목탁을 두드렸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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