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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성냥팔이 소녀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178) 2024.04.30 21:01:15
조회 583 추천 12 댓글 2
														


몇년째 밖에서 노숙을 하는 K씨는
이제 막 겨울을 지내는 중이다.

더워 죽을거같은 여름, 추워 죽을거같은 겨울은
K씨에게 가장 끔찍한 계절이다.

그러나, 그동안 해온 노숙생활로 인해
노하우가 생겼고, 겨울을 나는 방법들 중 하나는
성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K씨는 지하철 역에서 잡상인으로 지낸다면
생각보다 오랜시간 머물 수 있었고,
값이 싼 성냥을 팔기로 하였다.

그러나 성냥이 값싸서 파는것만은 아니었다.
얼어죽을거같은 추운 날씨에 성냥에 불을 붙이면
적어도 그 성냥이 타는 동안에는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K씨는 오늘도 팔리지않는 성냥을 가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팔던 도중, 뜻밖의 일을 겪게된다.

한 사람의 민원, 세 사람의 민원, 열 사람의 민원이 모여
결국 그 민원은 매정하게 K씨를 밖으로 쫓아냈다.

그러나 K씨는 좌절하지 않았다.
이건 잠시 지나가는 시련일거라고,
버티면 새로운 해결책이 나올거라고 생각했고
추운 길거리보단 작은 골목길이 나을거같아
골목으로 들어가 성냥에 불을 붙였다.

성냥이 빛을 내며 탄다.
그 주홍빛의 불빛을 보면서 K씨는 추억에 잠긴다.
어릴적 즐거웠던 학창시절
첫 입사와 회사 생활
모종의 사고로 인한 퇴사
첫 노숙생활
그리고 지금까지...

K씨의 인생의 한순간 한순간이
주홍색 불빛 속에 흐릿하게나마 보인다.
K씨 옆에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같은
눈사람 하나만이 있을 뿐이다.

그동안의 노숙으로 인해 외로웠던 K씨는
눈사람과 친구처럼 대화하기로 한다.

자신의 과거
자신의 현재 모습
힘든 노숙생활
등등

눈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음에도
어쩌면 너무 당연하지만 눈사람은 그저
침묵으로만 답을 했다.

주홍빛의 불빛이 점점 사그라든다.
K씨의 추억들이 점점 보이지 않는다.
K씨는 새로운 성냥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찰나,
골목 담 너머 한 평화롭고 따듯한 가정집 창문이 보인다.

그 집에선 K씨가 꿈꿔오던
바로 그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K씨는 창문을 한번 보고 성냥의 불빛을 한번 보고
창문을 한번 보고 성냥의 불빛을 다시 한번 보고
그러던 도중 문득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K씨는 추억을 더 크게 보고 싶었다.

꿈꾸고 바라던 그 모습이 아닌,
K씨가 그동안 겪은 추억들을 더 크게 보고싶었다.

K씨는 이 날, 세상에 평등함을 알리겠다고 다짐하면서
손 안에서 작은 주홍빛 천사를 깨워낸다.
그 후 그 작은 주홍빛의 천사를
조금씩, 조금씩 크게 만들었다.

어느새 아기의 주먹같았던 그 천사는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커졌다.

K씨는 어느 가정집에 그 천사를 보냈다.
천사는 K씨의 다짐처럼 더 크게 커지기 시작했다.
K씨는 세상에 평등함을 알리기 시작할것이다.

이 날, 천사 하나가 세상에 내려왔다.
누구에겐 너무나도 작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큰
주홍빛 천사가 내려왔다.

"시작은 미미하더라도
그 끝은 창대하리라."




-----------------------------------------------------


성냥팔이 소녀 이야기 생각나서 영감받아 한번 써봤어
계절에 맞게 겨울에 영감이 떠올랐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지만 뭐 여름이나 봄 관련 소재로 다른 글
써보기로 하고...

재밌었으면 고맙고
피드백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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