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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괴담] 오늘을 먹는 그것이 찾아온다

ㅇㅇ(1.248) 2024.05.05 16:59:42
조회 2195 추천 52 댓글 8
														

나는 카페에 앉아 아줌마의 모습을 20분째 관찰하고 있다.

아줌마의 처절한 모습이 인상 깊었던 걸까.

계속해서 내 눈길을 끌었다.


아줌마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깨어있으십시오. 깨어있으십시오.” 하며 외쳤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아줌마를 일개 사이비 종교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보통 종교인이라면 기쁜 얼굴로 전단지를 나눠주지 않는가?

아줌마는 죽음을 겪은 얼굴을 한 채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죽음을 겪은 얼굴이라는 것은 내 경험담이기 때문에 나는 그 표정을 잘 알 수 있다.

 

나는 아줌마의 표정과 언행을 메모에 기록한 뒤

카페를 나서기로 했다.

분명 내가 괴담을 쓰는 데 영감을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분명 카페를 나서기 직전까지만 해도 5분 거리에 떨어져 있던

아줌마가 카페 문을 여니 카페 바로 앞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아줌마는 다급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청년, 아까부터 계속 나를 쳐다봤죠?”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라며 지나치려고 했는데

아줌마는 내 옷깃을 붙잡았다.

청년, 내 얘기를 좀 들어봐요.”

심성이 약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아줌마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청년 어제 일이 기억나세요?”

예 기억나죠.”

어제 무엇을 했나요?”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조깅을 하고 씻은 다음에

일에 나갔다가 잠들었어요.”

청년은 혹시 잠들기 1초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나요?”

잠들기 1초 전?’

아니요.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

잘됐네요. 그 이야기를 하려 했어요. 당신이 잠들기 1초 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몽사자 때문입니다.”

? .. 뭐요?”

몽사자요. 그것은 하루를 마감하는 모두에게 찾아오는 괴물입니다.”

그것이 찾아오면 하루가 끝나고 내일이 됩니다. 내일이 찾아오는 이유는 오늘을 몽사자에게 먹혔기 때문인 거죠.”

이 아줌마 완전 이상한 사람이네.”

나는 아줌마를 뿌리치고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아줌마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 잠들지 않으려 애써보세요.”


나는 아줌마의 찜찜한 이야기를 뒤로 한 채 생각에 잠겼다.

하루는 24시간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24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이유가 몽사자 때문이라면 어떠한가?

내가 잠들지 않는 이유가 내가 잠들려고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몽사자가 늦게 찾아왔기 때문이라면?

, 모르겠다.


엄마 불 좀 켜줘. 엄마?”

아까부터 부엌에 있던 엄마의 칼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거실 불은 켜져 있다.

그저 칠흑 같은 어둠이 나를 찾아왔을 뿐인 것이다.

그리고 어둠 저편에서 무언가가 터벅터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의 키는 대략 5m쯤 됐다.

목에는 사자 갈기

다리에는 독수리의 발톱

그런 괴물이 내 앞에 서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그것이 소리를 질렀다.

구슬픈 인생이여! 하루 남았다! 하루 남았다!”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정신을 차리니 병원이었다.

나는 전신이 붕대에 감겨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자

어제 일이 테이프 되감듯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며 건물 자재에 깔렸던 일

엄마 쪽으로 뛰어갔지만 소용없었던 일

다 어제 일이었다.


병원 문이 열리고

어제 그 아줌마가 들어왔다.

정신이 좀 들어요?”

아주머니?”

어제 몽사자를 만났나요?”

그걸 어떻게?”

걱정하지 말고 나에게 털어 놔봐요.”

, 몽사자를 만났어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더니 갑자기 저편에서 그것이 나타났어요.”

그렇군요. 혹시 그게 뭐라던가요?”

하루 남았다고 그랬어요.”

이런, 큰일이네요. 몽사자는 남은 수명을 말해주기도 하는데.”

? 그러면 제 수명이 하루 남았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죠. 어젯밤 겪은 참사로 내일 죽을 예정인가 봐요.”

어떡하지. 당신은 여자도 아닌데.”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잘 들어보세요. 오늘밤 몽사자는 찾아오지 않을 거예요. 대신 내가 찾아왔죠.”


난 그제야 내가 어제 아줌마를 놀랍도록 쳐다보고 있던 이유를 깨달았다.

이 아줌마 인간이 아니다.

평소에 괴담을 쓰던 나는 본능적으로 인간이 아닌 것에게 끌린 것이다.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

몽사자는 내일이 있는 자에게 찾아오는 괴물이지.”

너같이 내일이 없는 자에게는 나 같은 괴물이 찾아온단다.”

내가 전에 만났던 여자는 나에게 태아를 바쳤지. 넌 나에게 무엇을 바칠 테냐.”


아줌마의 눈이 정열적으로 빛났다.

그 눈은 나를 삼킬 듯했다.

아니, 나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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