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연재] [당골레] 흔적

ㅇㅇ(180.231) 2024.05.08 23:30:48
조회 1158 추천 27 댓글 2
														












눈을 뜬 건 자신의 방 안 오래된 침대 위가 아닌 어두운 복도였다.





내쫓지 못한 졸음으로 멍한 머리는 이게 꿈인가 하는 생각을 불러왔고, 퀴퀴하고 습한 공기와 엄습해오는 이유 모를 불안감은 그 생각을 털어내게 만들었다.





잠시간 주변을 둘러보던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이내 머리맡에 충전 시켜두고 온 스마트폰과 잠들기 전 입었던 반팔과 반바지 외에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았다.





납치. 납치가 맞나? 어째서? 누가?





아직 눈 뜬 지 오래 지나지도 않았고, 수마도 채 달아나기 전이라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이 얼굴을 쓸어 내렸다. 꺼끌한 감촉. 깊게 내쉬는 숨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는 자신의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잠들기 전.





컴퓨터를 끄기 전.





씻기 전.





집에 들어오기 전.





수상한 알바에서 추노하기 전....





내막을 모두 알 순 없지만 적어도 어설프게나마 무엇에 연루되었는지 그림이 그려진다. 수상쩍게 돈을 많이 주는 그 경비 알바. 너무 괴상해서 몰래 찍었던 사진으로 실베를 가게 해준 수칙을 보여주던 그 알바. 어째서 인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거죽을 뒤집어 쓴듯한 남자가 설명해주던 그 알바.





다만 모르겠는건 고작해야 경비 일을 하청 하는 주제에 어떻게 납치를 할 능력이 되는지, 어째서 납치까지 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유야 어쨌든 사람을 납치까지 하는 곳이니 어떻게던 경찰에 알려야 한다. 아니면 도망치든.





둔해졌던 머리를 돌리는 동안 암순응이 되었는지 주변이 조금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벽 낮은 곳에 설치된 녹색 출구 유도등에서 나오는 불빛이 어슴푸레하게 복도를 비추었다.





복도는 어둠에 가려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중간 중간 보이는 문, 곰팡이와 습기로 더러워진 벽과 천장, 먼지 쌓인 바닥만이 보였다.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보이는 풍경은 다른 바 없이 똑같았다.





이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있어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걸음을 내딛었다. 먼지 밟는 맨발의 감촉. 사락, 사락 하는 작은 발소리가 났다.





가장 가까운 문에 다가선 이 작게 난 창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 안은 마찬가지로 어두워서 별다른게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넓은지도, 혹은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아 돌리니 별다른 저항 없이 문이 열렸다.





방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기껏해여 열 평 남짓한 정도. 창문도 없었으며, 있는건 방 한가운데 놓여진 의자 하나. 그리고 의자 위의 종이 쪽지.





이 의자로 다가가 쪽지를 들여다보았다. 너무 어두워 글씨가 써져 있는것만 확인될 뿐,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복도로 나와 유도등의 녹색 불빛에 쪽지를 비추었다.









[ 규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경고는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로 당신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당신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당신은 여기에 있을겁니다.


지금부터 5분 세겠습니다. 10분 15분 세겠습 20분 너무 쉬워 ■■분 1 어차피 금방인데 5 세겠 3분을 세겠습니다.


636 637 ]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 다만 은 이걸 어디서 본 것 같다 느꼈고, 그걸 혼란스럽게 받아들였다. 혼란은 서서히 공포가 되어 머릿속을 헝클어놓았고, 나름의 침착함을 유지하던 그가 식은땀을 흘리며 주저앉게 만들었다.





갑작스런 컨디션 변화에 이 숨을 헐떡였다. 손에 쥐고 있던 쪽지가 불경한 것인것마냥 내던졌다.





두려움. 공포심.





어째서?





그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니, 깨달은게 아니었다.





그는 알고 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덜컹.





주저앉은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보이지 않는 복도의 너머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하지, 하는 상념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이 몸을 일으켜 복도를 달렸다. 턱, 텁, 텁, 턱, 척, 턱... 규칙적인 발소리가 빈 복도에 아스라이 울렸다.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어느샌가 턱 끝까지 차오른 숨 사이로 지독한 단내가 남에도 은 발을 멈추지 않았다. 수십, 수백미터를 달려도 복도는 끝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출구 유도등 불빛으로 비춰지는 혈흔.





비춰지는 찢어지고 피에 물든 익숙한 옷가지.





비춰지는 검붉은 덩어리.





비춰지는 낯익은 손가락.





나를 바라보는 뭉개진 나의 눈동자.





무수히 많은, 멈춰서는 안되는 흔적들을 마주하며 그는 달렸다.





언젠가 마주할 636번째의 흔적을 뒤로 할때까지.





언젠가 남길 637번째의 흔적이 될때까지.












추천 비추천

27

고정닉 7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14803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이용 수칙 (5.28) [3]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5833 32
1421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4.16)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23846 36
15528 공지 나폴리탄 괴담 작성 체크리스트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16 1213 15
1440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신문고 흰개(118.235) 24.03.22 1841 18
17815 잡담 너네는 사냥 어떻게하냐 ㅇㅇ(61.39) 14:57 30 1
17814 대회 나무사냥일지 카낙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2 74 2
17812 기타 [사연제보] 혼자 화장하는 저주 피규어 [1] 처키(59.9) 04:10 322 17
17811 대회 서울 마현동 H체대입시 학원 2024년 기록 [3] CharlesDoBron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8 370 16
17809 규칙서 여름철 특수 괴이 사건에 대한 경고문 ㅇㅇ(120.136) 01:27 184 4
17807 연재 □□함 항박일지 0800i - 1200i [1] ㅇㅇ(119.205) 00:12 118 4
17806 연재 □□함 정찰임무 교신기록 ㅇㅇ(119.205) 00:10 82 4
17805 연재 □□함 정찰임무 임무전 브리핑 ㅇㅇ(119.205) 00:09 133 5
17802 잡담 원혁아, 엄마는 더는 니 재수비용 지원 못해주겠다. [6] ㅇㅇ(106.101) 05.30 991 34
17793 나폴리 세 번째 소원 [2]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549 18
17789 나폴리 절대 봐서는 안 될 동영상 [1] ㅇㅇ(1.248) 05.30 580 27
17788 대회 귈데네스게사츠(Güldenesgesatz)에 관한 비망록 [3] LivingR00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32 27
16264 대회 ■■■■ !!제 2회 낲갤 백일장 개최 안내!! ■■■■(5/12 수정) [32] Riv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1 4428 55
17786 규칙서 만약 당신이 백수라면 필독하십시오 [5] ㅇㅇ(115.22) 05.30 1015 51
17784 잡담 아 진짜 미치겠다 글쓰던거 다날라갔노 ㅋㅋㅋ [8] gamopam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291 1
17783 잡담 높은곳에 올라간 양은? [13] 현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835 21
17782 규칙서 Bienvenue au Théâtre du Grand-Guignol ! [5] CAT080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832 33
17781 기타 야, 너라면 지금 어떻게 할 거 같냐. [5] CAT080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11 21
17780 나폴리 해당 아파트에는 입주민이 없습니다. [6] ㅇㅇ(118.235) 05.30 579 17
17779 나폴리 눈부셔 [1] ㅇㅇ(118.235) 05.30 104 7
17778 대회 1000부터 0까지 (수정본) [1] 하나비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470 16
17775 잡담 뭔데 글 쓰자마자 삭제됐어 [5] 하나비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81 0
17772 대회 3807년 1월 5일 관찰일지 고구마빵이삼천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23 2
17771 잡담 "써줘" ㅇㅇ(203.249) 05.30 87 1
17770 잡담 낲갤을 너무 많이 봤나 꿈에서도 [1] ㅇㅇ(118.235) 05.30 98 2
17769 대회 나도 대회에 참여하고 싶어 ㅇㅇ(222.98) 05.30 191 7
17768 잡담 현실착각류 글 볼 때마다 생각하는 것 [4] ㅇㅇ(203.249) 05.30 301 5
17767 기타 카드 뉴스 [11] ㅇㅇ(124.54) 05.30 1342 51
17766 잡담 카드뉴스 만들다 뒤질 뻔 했다. [2] ㅇㅇ(124.54) 05.30 254 1
17765 나폴리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는 [1] ㅇㅇ(211.182) 05.30 112 3
17764 나폴리 언어적 사고방식의 대한 시판적 붕괴. [1] ㅇㅇ(118.235) 05.30 197 6
17763 잡담 그래도 무서운건 괴물보다 귀신이 더 무서움 ㅇㅇ(223.39) 05.30 109 0
17762 잡담 사담 하나 [6] ㅇㅇ(223.39) 05.30 198 3
17760 잡담 한성기독대 <- 괴이 당해버림? 시리야지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275 1
17759 기타 여러분, 저를 기억하십니까? ㅇㅇ(58.236) 05.30 156 2
17757 규칙서 너네 대민지원 나가는거 아니다 [4] ㅇㅇ(119.205) 05.30 1106 28
17756 잡담 모기는 죽었다 [1] ㅇㅇ(61.80) 05.30 80 3
17752 기타 왜 괴이는 인간을 먹을까요? [2] ㅇㅇ(1.243) 05.30 880 36
17751 잡담 그 옛날에 예산 없는 초자연대책국 글 어디갔음? [2] ㅇㅇ(211.179) 05.30 346 0
17749 잡담 나폴리탄 볼 때 드래그해서 볼 수 있는 것들 어케 보냐? [4] 앙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63 0
17748 잡담 글 보고 무서워졌을때 꿀팁 [6] ㅇㅇ(223.39) 05.30 1073 28
17747 잡담 괴이 쫙보고싶은데 [2] 나갤러(125.240) 05.30 111 0
17744 나폴리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에서 무사히 빠져나가는 방법 [1] ㅇㅇ(61.105) 05.29 209 7
17742 나폴리 계산 [1] 일시적방문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91 5
17739 잡담 작년 6월 17일의 글ㅡ'맞서 싸우십시오' [2] Rosefield_031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545 17
17736 잡담 이거 왤케 괴이같냐 [6] ㅇㅇ(223.39) 05.29 388 9
17735 나폴리 도서관 [6]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1112 44
17734 규칙서 [함께 만드는 규칙서] 광현여고 도서관 야간자율학습 규칙서 [1] ㅇㅇ(121.146) 05.29 180 2
17733 잡담 시간여행자인 당신은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했다. [3] 밍밍한미역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932 38
17732 규칙서 여러분이 만드는 괴담 (규칙서 편) [10] ㅇㅇ(175.208) 05.29 241 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